) 조용성 선교사의 사역이야 기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은 애초에 정해진 바탕이 없 다.” 일찍이 중국 송나라 시인이었던 동파(東坡)는 자 신의 시에서“行雲流水(행운유수), 初無定質 (초무정 질).”이라고 했다. 누구도 바다의 고향을 묻지 않는다. 굳이 바다의 고향 을 알려면 바다의 고향은 강이었고 개천이었고 계곡이 었다. 그러나 그것이 바다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돌아보면 누구나 자신의 ‘지 나온 길’이 보이지만, 앞을 보고 걸을 때 ‘가야 했던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정처 없는 길이었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 오직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일 뿐이다. 방법은 언제나 내 안에서 찾아야만 한다. 비록 경로를 이탈한 변방의 아웃사이더에 불과할지라도 무의미한 인생이 란 없다. 세상의 ‘경로’한 것도 세속이 만들어 낸 관습과 문화일 뿐, 모든 인생에 똑같이 적용되는 고정불변의 정언명령 은 아니다. 모든 꽃이 반드시 봄에 피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며 심지어는 겨울이 되서야 피는 꽃도 있다. 사과나무와 떡갈나무가 자라는 속도 가 다르듯 저마다 인생의 봄은 이렇게 서로 다른 법이 다.과거를 돌아보지 말자. 가지 않은 길이란 갈 수 없었던 길이 아니라 가기가 두 려워 회피한 길이다.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후회는 쉬 운 길을 선택했던 자의 넋두리에 불과하다. 가지 못한 길을 뒤돌아보는 자보다 가지 않은 길을 걷 는 자의 뒷모습이 더 아름답다. 그것이 길을 ‘아는 자’ 와 ‘걷는 자’의 차이다. 누구나 인생을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게 살고 싶지만,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삶이 훨씬 더 아름답다. 어쩌면 행복이란 목적지에 있지 않고 목적지를 가는 여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여정의 한 길목에 서 있다. 오늘은 추석이다. 추석 명절을 타국에서 지낸지 인생의 절반이다. 타국 에 살면 그 나라 명절도 이방인이고, 고국 명절도 일상 이다. 나그네 인생길의 외로움이다. 그리고 어느 지인이 추석을 섬나라에서 보내는 선교사 에게 보낸 ‘시’한편을 혼자서 읽으며 생각해보니 이 시야말로 절절한 나의 선교 여정을 담고 있었다. 그것 은 외로워서가 아니고 고향이 없는 삶에 대해 익숙함 에서다. 다음날 이른 아침 구브로 살라미스 해변을 거닐며 바 다에 물어 보았다.‘지중해 바다야! 너는 고향이 어디 야? ’ 생각해 보니 묻지 않아도 될 것을 물었나 싶기 도 하다. 그리고 곰곰히 이 시의 의미를 해석해 보기로 했다. “누구도 바다의 고향을 묻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고향은 묻는다면 내 고향은 이 땅이 아니 고, 천국이라고 답할 것이다. (벧전 3:13-15) “길은 가면 뒤에 있다” 지난 선교 여정은 앞만 보고 달렸다. 뒤돌아보니 ‘사 람이 자기 길은 계획한 것 같지만 여호와께 길을 인도 하셨다.’(잠16:1) 나그네길의 삶 중에 지중해 살라미스 해변에서 본 한가위 보름달 13 글_조용성 T국(북사이프러스) 선교사 yihhcho@hanmail.net “모든 꽃이 반드시 봄에 피는 것은 아니다” 지중해의 들 백화 합화는 늦여름에 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광야에 모래 위에 들판에 핀다. 이른 아침 바닷길 을 거니 노라면 어디선가 그윽한 향기가 진동한다. 주님 말씀이 생각났다. ‘너희가 의복을 위하여 염려 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 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도 이렇 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믿음이 적은 자 들아!(마6:28-30)’ 고백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한번 선교사로 헌신하고 용량(Capacity)에 넘치는 복을 받았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 어차피 세월은 흘러갔고 구름은 소멸할 뿐이다. 바다 에 고향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새는 날면서 뒤돌아보 지 않는 것처럼, 나그네는 갈 길이 남아 있을 때 행복 한 법이다. 남은 선교 여행이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 고 걷는 행복한 선교였으면 한다. 가지 않은 길이란 갈 수 없었던 길이 아니라 가기가 두 려워 회피한 길이다. 그것은 길을 ‘아는 자’와 ‘걷는 자’의 차이이다. 그래서 선교란 길 되신 주님을 따라 가는 것이다. (요14:6) 누구나 인생을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게 살고 싶지만,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삶이 훨씬 더 아름답다. 어쩌면 행복이란 목적지에 있지 않고 목적지를 가는 여정에 있다는 한 선교사의 고백이다. 선교 행복, 선교 기쁨, 선교 아름다움, 선교 즐거움, 선교 특권, 선교는 희생 이 아니다. 중국의 현대소설의 창시자인 루쉰(魯迅)은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도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 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루쉰의 소 설「故鄕」 중에서)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