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인연과보(因緣果報)’는 다르다.
인과응보라는 건 나쁜 짓을 하면 그에 따라서 벌을 받고, 좋은 일을 하면 그에 따라서 복을 받는다는 건데, 인과응보는 불교사상이 아니에요. 모든 원시종교의 기본사상이에요. 그것은 기독교 안에도 있고, 불교 안에도 있고, 힌두교 안에도 있고, 전통신앙에도 있어요. 모든 종교에 다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인과응보’는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고, 좋은 일하면 복을 받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결국 해피엔딩(happy ending), 즉 행복한 결과를 맞게 된다는 거지요.
그것은 어떤 원리냐? 인간사회에는 나쁜 짓을 했는데도 죽을 때까지 권력을 잡고, 부자로 떵떵거리며 오래 오래 살다 죽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그게 도대체 이해가 안 가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 사람은 죽은 뒤에 아마 지옥에 갈 것이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게 이해가 안 되니까요. 나쁜 짓을 하며 살다가 빨리 죽거나 사고가 나서 비명횡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이 ‘봐라! 그렇게 살더니 천벌 받았다’라고 하지요. 반대로,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도 어렵게 살면 사람들이 인과응보를 믿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흥부, 놀부 이야기 같은 게 나오는 거예요. 착하게 살면 제비라도 박씨 하나 물어다가 복을 준다고요. 살아서 그런 복을 못 받으면 ‘저 사람은 죽은 뒤에 천당 갈 것이다’ 하지요. 이게 인과응보 사상이에요. 이 사상의 기본은 결국 나쁜 짓하지 말고 좋은 일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인연과보는 그런 선악(善惡)개념이 아니에요. 인연과보(因緣果報)는 ‘어떤 일이 일어나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원인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거예요. 만약 밭에 배추 한 포기가 자랐다면 이게 그냥 갑자기 자라는 게 아니고, 반드시 배추씨가 땅에 떨어져서 자랐다는 거지요. 그럴 때 그 배추씨앗을 인(因)이라 그래요. 그런데 배추씨앗을 천정에 매달아놓으면 싹이 나요, 안 나요?”
‘밭’, 즉 적당한 수분과 적당한 온도가 있어야 해요. 이것을 연(緣)이라고 해요. 씨앗만으로 싹이 안 나고, 밭만으로도 싹이 안 나고, 씨앗과 밭이 만나야 싹이 납니다. 이게 인연과보(因緣果報)예요.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떠냐에 따라서 괴로움이 되기도 하고, 즐거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 ‘괴로움이 되기도 하고 즐거움이 되기도 하는 게’ 뭐예요? ‘보(報)’입니다.
출처 : 법륜 스님 <즉문즉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