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주변에는 참 좋은 이웃들이 많은데요. 우리는 가끔은 표현에 서투르고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해 타이밍을 놓칠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묵묵히 선행을 이어가는 착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당진시 송악읍에서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선행을 실천하는 착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송악문화스포츠센터로 향했습니다.
스포츠센터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모여서 메뉴판도 만들고 촬영이 진행되고 있어 순간 광고업체로 잘못 찾아온 건 아닌가 어리둥절했는데요.
송악주민자치회(회장: 최창규) 김관영 문화분과장의 주도하에 분과원들이 모여서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메뉴판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방송국까지 퍼져 촬영을 나왔다고 합니다.
김관영 문화분과장은 2015년 고향 포항을 떠나 당진으로 왔다고 합니다. 기대를 안고 시작한 당진에서 아이들을 위한 정주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후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송악읍 주민자치회에 가입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네요.
이후 송악주민자치회 행사가 있을때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송악주민자치회 활동모습을 촬영해 편집도 도맡아 왔는데요.
행사때마다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마을의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물품을 후원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훈훈한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며 그 여파로 소상공인들이 타격을 입는 모습을 보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침 지인의 부탁으로 메뉴판을 만들어준 것을 계기로 자주 찾던 중식당에서 종이에 메뉴를 적어 붙여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그동안 배우고 익힌 3D프린팅 기술을 취미가 아닌 의미있는 곳에 사용하기 위해 메뉴판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무료로 메뉴판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메뉴판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가게 사장님들에게 말을 꺼냈을때 반응은 ‘물건 팔려는거냐’는 의심에 내심 당황스럽기도 하고 섭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게 사장님들이 손님들도 메뉴판이 예쁘고 눈에 잘 띄어 좋아한다며, 3D프린팅 메뉴판의 메뉴가 가게의 중심메뉴가 될 정도로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며 좋아한다고 합니다.
3D 프린터로 메뉴판을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데요. 메뉴판에 쓰일 글자 내용이 정해지면 매칭해 포토샵으로 디자인해서 만든다고 합니다.
처음엔 깔끔한 메뉴판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숙달되다 보니 이제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서 안내문이나 신메뉴 홍보물도 척척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김관영 분과장은 하나, 둘 만든 메뉴판으로 인해 지역의 카페와 식당들이 시나브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오늘은 메뉴판에 프린팅한 글자를 배열해 접착제로 붙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과정인데요. 메뉴판을 봤을땐 금세 완성할것 같았는데 글자의 줄과 간격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김관영 문화분과장 옆에서 멋진 청소년 둘이 메뉴판 만드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데요. 김관영 분과장은 평생 봉사를 해오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며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처럼 두 아들에게도 나눔의 향기가 대물림되길 바라는 마음에 봉사때마다 두 아들과 동행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아빠와 메뉴판 만들기 활동를 자주해서 그런지 부자간에 손발이 척척 맞아 언제 끝날지 걱정이던 메뉴판 작업도 서서히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아이들에게 아빠와 함께 봉사활동하며 느낀점들과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빠랑 함께 봉사활동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우리가 만든 메뉴판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더 기쁘고 보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될때마다 이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메뉴판을 완성하고 김분과장이 만든 메뉴판을 설치해준 가게로 점심을 먹으러 왔습니다.
이 가게는 배달 위주로 영업을 하다보니 간판과 메뉴판을 제대로 갖추진 못한 상태에서 개업을 했다고 합니다. 배민에 1위로 몇주째 등극할 정도로 탕수육이 대표메뉴인데요. 3D프린팅 메뉴판이 눈에 잘 띄어 가끔씩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김분과장이 설치한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후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3D 프린팅 메뉴의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특히 돌짜장이 인기가 좋아 곧 메인메뉴로 등극할 것 같다고 해 돌짜장을 주문해 먹어 보았습니다.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사라져도 모를 정도로 꿀맛이라 입소문이 날만 하네요.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아무래도 새로운 메뉴와 여러가지 문구를 안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영세한 업소는 새 메뉴판이나 공지사항 팻말을 제작하기가 부담스럽다보니 종이에 직접 글씨를 써서 붙이는 경우가 많아 손님 입장에서는 깔끔해 보이지도 않고, 업소에 대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요. 3D프린팅 메뉴판 설치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코로나19로 개업을 미뤄오다 계약기일이 다가와 가게를 급작스럽게 오픈했습니다. 변변한 메뉴판이 갖춰지지 않아 종이에 써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손님이 오셔서 아무 이유도 바라는 것도 없이 메뉴판을 만들어 와 설치를 해줘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오셔서 메뉴판이 너무 깔끔하고 예쁘다며 어디서 했는지 많이들 물어보세요."
직장생활을 병행 하다보니 3D프린팅 메뉴판을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해 메뉴판 제작과정이 수월한 것 만은 아닌데요. 김분과장은 지인들이나 단골 식당에서 요청이 있을때마다 최선을 다해 메뉴판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합니다. 메뉴판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재료비는 송악주민자치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분들이 후원 해주시기도 하고, 주민자치회와 동대표 회의때 마다 나오는 수당과 용돈을 모아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메뉴판을 설치해 주는 분식집도 김분과장의 활동을 유튜브로 본 전 주민자치회원의 요청으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구가 하는 걸 보고 취미삼아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한 3D프린팅. 취미가 아닌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지인의 부탁을 받고 메뉴판을 만들어 설치해 준 것을 계기로 취미와 재능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착한 사람의 행보가 주위에 있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을 견딜수 있는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가진 취미와 재능으로 뜻있는 봉사활동을 하기 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요. 오늘은 내가 취미로 하는 부분이 소상공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이겠다는 생각으로 메뉴판을 만들어 설치해 주며 재능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당찬 당진사람을 만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