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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tusjye/221549623418
부모님 계시는 곳 인제,
늘 일상에 쫓기다
이번에는 다소 여유있는 일정으로 내려간다.
하루, 동생 제안으로 인근 걷기길을 찾는다.
둔가리 약수숲길, 아직 미완이지만
특히 찾는 이들이 많다는 1구간, 서바수숲길을 걷기로 한다.
차량 두 대를 동원해
한 대는 기린면 현리 공영주차장에 주차해 두고
한 대는 다른 끝인 상남면 미기교 지나 후평교에 주차한다.
홈페이지(www.baekdutrail.or.kr) 공식 명칭은 '약수숲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명칭은 '둔가리 약수숲길'이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강원도 인제, 홍천, 양양군 탄산약수터와
삼둔, 사가리를 연결하는 길이다.
당초 계획은 250킬로미터 였으나
현재 인제군 방동약수와 개인약수를 잇는 49킬로미터,
4개 구간 약수숲길을 운영하고 있다.
탄산약수는 인제군 소재 방동, 개인, 필례약수와
양양군 소재 삼봉, 갈천, 오색약수가 있다.
3둔은 홍천군 소재 월둔, 달둔, 살둔을 이르며
4가리는 인제군 소재 명지, 적, 연, 아침가리를 이른다.
‘둔’은 골짜기의 펑퍼짐한 땅을,
‘가리’는 사람이 일구고 살 만한 농토가 있는 골짜기를 말한다.
정감록에 물, 불, 바람의 삼재를 피할수 있는 곳으로
방태산 자락 3둔 4가리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동네분들 말씀에 의하면
전쟁통에도 골짜기 사람들은 몰랐다고 하니
얼마나 깊은 산 중 인지 짐작해 본다.
지금이야 도로, 통신이 좋아져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내린천이다.
약수숲길 3구간 끝자락
'후평동삼거리'다.
도로에는 오가는 사람도,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풍상에 썩어가는 이정목이
버거운 듯 두 팔 벌려 가야할 방향을 가르킨다.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농토가 깔끔하다.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뤄
특히 연한 초록을 뽐낸다.
'길을 허락해 주신
마을 주민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밟고 선 어디라도
주인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공식명칭인 '약수숲길',
주황색 리본이 전봇대에서 바람을 기다린다.
짙은 파랑으로 스며드는 연초록,
아이가 언제까지나 순수하길 바라는 어른 심정이다.
한동안 마을과 동행하던 길은
드디어 내린천, 천변으로 내려선다.
지형을 따라 굽이지는 얌전한 하천이
언젠가 천명을 받으면 모든 것을 앗아가리라.
앞에서 물길은 왼쪽으로 휘어지고
숲길은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기대했던 흙길 대신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산으로 올라간다.
다시금 흙길이 나오고,
계곡을 흘러내린 물을 고스란히 흘려보낸다.
계곡은 낮은 폭포를 만나
작은 소를 이루기도 한다.
사람길을 흘러가는 물길,
아니 어쩌면 물길을 건너가는 사람길이 맞는 표현이겠다.
엇갈리던 계곡 물길이
도로와 나란히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것도 없는 산속으로 제법 들어왔는데
앞쪽에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절골 산림복합 영농단 관리사무실',
산채가 지천인 산을 둔 마을에서
산림청과 계약을 하고 관리생산하는 지역이다.
비닐하우스 뒤로 공터가 보인다.
이정표는 왼쪽으로 접어들라 분명히 안내하는데
무심코 스쳐 지나 계속 산길을 올라간다.
2 ~ 3백 미터 더 임도를 따라 올랐을까,
이정목이나 리본을 보질 못했다.
스마트폰 카카오맵으로 확인하니
갈림길을 제법 지나쳤다.
다시 비닐하우스가 있던 곳으로 돌아온다.
아까 방심하고 지났던 이정표 앞,
오른쪽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계곡을 지난다.
계곡 크지않은 바위 위,
소나무가 막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다.
어느 큰 물 지는 날
비로소 제자리가 아니었슴을 알게되겠지.
그리고 시작되는 오솔길,
교행하기에 불편할만큼 좁다.
약수숲길 안내를 보면
새로운 길을 만들기 보다는 조상때부터 이용하던
오솔길, 폐수로 등을 복원하였다고 한다.
'길이 협소하고 미끄럽다', 는
안내를 절감한다.
비탈 돌무지 위,
계곡물을 끌어쓰는 까만호스가 보인다.
왼쪽 떨어지는 비탈 경사가 무척이나 급하다.
조심스러워지는 걸음이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아마도 어린 날,
고향에서 누렸던 향수를 자극한 때문이리라.
오솔길이 끝날 무렵
연한 잎을 틔운 군락을 이룬 자작나무를 지난다.
훤하게 시야가 트이고
겨울의 잔재를 걷어내 깔끔해진
넓은 분지가 나타난다.
인제의 명물 자작나무가
밭을 둘러 키를 높이고 있다.
방금 헤쳐온 숲길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마을이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정상은 확인할 수 없으나
'가산'이라는 산 아래 마을 '가산동'이다.
민가 옆에 나무가 한그루 잘 자라있다.
마침 주인이 계셔서 나무이름을 들었는데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약재로 꽤 알려진 나무였는데...
넓은 밭에 봄을 준비하는 농부는
어느새 까만 비닐 멀칭을 쳐놓았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니
생각보다 규모가 큰 분지가 나타난다.
강원도 산골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
집과 집 사이 간격이 무척이나 멀다.
곳곳에 자리잡은 집 중에
잘 지어진 집들도 눈에 띈다.
언뜻 드는 생각이
이런 곳에 집이 한 채 있으면 편안하겠다, 싶다.
어쩌면 이 계절,
이 풍경에 매료된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름, 가을,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포장도로를 벗어난다.
다시 포장된 마을길을 조금 더 올라간다.
바닥에 표시된 약수숲길 이정표다.
마을 뒷편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다시 오솔길이 시작된다.
아까 지난 오솔길처럼
좁고 가파른 길이 다시 한동안 이어진다.
이렇게 험한 곳에 길을 만들어야 할 만큼
삶은 고단하고 힘들었을게다.
멀리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휴게소가 보인다.
둥치는 가늘지만 전나무가 하늘을 향해
두려움없이 뻗어오른다.
해발 6백미터에 육박하며
오르내리던 산길이 끝나간다.
숲길을 내려가는 길은 짧다.
짧은 대신 경사가 급하고,
일부 구간은 갈짓자로 꺽어져 내려간다.
해발 3백미터로 내려오면서
길은 얌전해진다.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내린천 건너 풍경이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지 못한 밭에는
잘 키운 곡식처럼 보이는 풀이 무성하다.
자주 드나들며
내린천 건너편에서 보던 주택이다.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운동장 몇 개를 합친것 보다 너른 밭에
사람이 개미만하다.
멀고 험한 산길을 걷듯
부지런한 농부의 손놀림에
이 밭도 질서정연한 푸르름이 가득할 것이다.
고개를 넘는다.
여전히 인적은 찾기 힘들지만
사람사는 느낌이 짙어진다.
왼쪽으로 길을 꺽어들면
죽 뻗은 길이 나온다.
산길, 숲길을 모두 지난다.
한켠에 '현리전투 위령비'가 서있다.
1951년 5월,
중공군의 제 2 차 춘계공세로 대치중이던 아군은
전술적 요충지인 오미재고객를 점령당한다.
협공을 당하던 아군은 영월로 철수하게된다.
이 와중에 현리지구에서 전투가 벌어져
일만 구천여명의 아군이 전사, 포로,실종되는 패배를 당한다.
그 패배로 군단은 해체된다.
과거의 패배를 교훈으로 삼고자
지역민과 3군단 장병이 1991년 위령비를 건립하였다.
한국전쟁 중 민간인, 청년 결사대의 참전 기록도 보인다.
위령비 하단부 신위에는
민간인, 결사대, 장병, 미군 순국자가 모셔져있다.
인제나들이를 하면서
늘 건너게 되는 용포교를 오늘은 다른 위치에서 본다.
용포교를 건넌다.
약수숲길은 개울과 합류되는 도로 건너 계속된다.
굴곡없는 평평한 길이
내린천을 따라 이어지고 나도 흘러간다.
방태산 자락 하나가 들로 섞여든다.
천변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약수숲길과는 한블럭 차이가 난다.
다시 약수숲길을 찾아간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신록과 분홍 꽃, 황토빛이 드러난 흙,
봄의 향연을 여실없이 간직한 풍경이다.
5월에 가까운 계절,
낮은 곳은 봄비가 대지를 적셨지만
설악산 봉우리에는 눈이 쌓였다.
앞쪽에 내린천아파트가 보이고
면소재지가 있는 현리가 큰 마을을 이루고있다.
자작나무 군락은 싱그러움이다.
1구간 명칭이 된 '서바수'는
'서호마을'의 옛 이름이다.
서호마을을 오가는 다리, 서호교다.
내린천 물이 무척이나 맑다.
서호교를 건너 현리로 접어든다.
약수숲길은 창암산책로로 접어든다.
곰배령에서 시작된 방태천이
내린천과 합수한다.
주변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새로운 시설물이 들어서고 있는 중 이다.
난간없는 다리를 건넌다.
마을길을 지나
3군단사령부 앞 31번 국도 내린천로로 올라선다.
3군단 사령부 위병초소다.
인제 현리시외버스터미널이다.
아직 숲길이 조금 남았지만
머지않은 다음을 기약하며 걷기를 마무리한다.
10여년 전, 부모님과 함께 마련한 정착지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다.
태어나거나 자란곳이 아닌데다
생활터전은 멀리 떨어진 경기도 일산이라
지역에 대하여는 제대로 아는바 없이
늘 타지에 다름아니었다.
어쩌면 정착할지도 모르는 곳,
조금이나마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유익했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길이
비경처럼 숨겨져있어 나름대로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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