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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선운산이 하드프리 등반의 천국이라면 두타산 병풍암은 크랙 등반의 메카나 다름없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대표하는 계곡인 바른골과 박달골 물이 합쳐지는 쌍폭 옆에 솟구친 신선암 남벽인 병풍암은 높이 70m 너비 100m 규모로 수많은 크랙이 가로와 세로로 격자를 이룬 채 형성돼 있다. 바로 이 암벽에 개척된 18개 루트들이 크랙 등반 대상지다.
크랙과 침니 등반 경험을 쌓고 기량을 높일 수 있는 병풍암이 여름 피서등반 대상지로 적합한 것은 무엇보다 등반기점에서 계곡까지가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았고 벽 하단부 일원이 뜨거운 햇살이 파고들기 어려울 만큼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는 점 때문이다. 주차장 부근의 매표소에서 완만하면서도 풍광이 뛰어난 무릉계 탐승로를 따라 40분 정도면 다가설 수 있다는 점 또한 클라이머들을 유혹할 만하다.
청죽산악회 개척 이후 동해 뫼우산악회가 관리
수도권뿐 아니라 대도시에서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는 무릉계 병풍암에 바윗길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 청죽산악회(회장 오성호)의 오랜 노력 덕분이다. 1984년 창립한 청죽산악회는 1988년부터 기초암벽교실을 개최해 오면서 북한산 낙화암과 구곡폭 좌벽 등지에 새 루트를 내는가 하면 요세미티, 알프스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해외원정도 추구해 오면서도 도보산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워킹 대상 중 한 곳이 두타산 무릉계곡이었다. 1980년대 말 두타산 산행 중 무릉계 일원의 암벽을 유심히 살펴본 창립 멤버 심권식씨는 1990년 여름 가족 휴가차 무릉계를 찾아 며칠동안 머물며 후배인 류택성씨와 함께 원시의 세계를 연상케 할 만큼 두텁게 뒤덮은 다래넝쿨과 담쟁이덩굴을 거둬내면서 벽 좌측에 ‘청죽길’(1피치 30m·5.10a)을 개척했다. 1993년 여름에는 루트 2개를 개척하다가 멈추었으나 이후 매년 여름이면 회원들과 함께 병풍암 등반을 펼쳐왔다.
병풍암 개척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2000년부터였다. 당시 청죽산악회는 새천년을 기념해 수직고 1,000m에 이르는 베네수엘라의 엔젤폭포 벽등반을 계획했다가 출국을 10여 일 앞두고 사상 최악의 폭우가 내려 폭포 아래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원정을 포기해야 했다.
대원 중 몇 명은 원정을 위해 과감하게 직장에 사표를 쓰기도 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몇몇 회원이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끝마치고 개척등반에 몰두한 이후 1년 반 만에 18개 루트가 병풍암에 개척되었다.
병풍암은 청죽산악회가 2001년 6월 16일 개척보고회를 가진 이후 자매결연을 맺은 동해 뫼우산악회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청죽산악회와 동해 뫼우산악회는 경주 설우산악회와 함께 매년 동·하계 합동등반을 하면서 우의를 다지고 있다.
병풍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반로는 암벽 중앙에 위치한 11번 ‘배고픈 길’. 전체적으로 디에드르형 암벽 상의 수직 크랙 루트로 1피치는 27m 길이에 최고난이도 5.9급이다. 개척자인 심권식씨는 “개척 당시 굵은 다래넝쿨이 워낙 두텁게 덮여 애를 먹었는데 등반 도중 녹슨 하켄을 발견해 확인해 본 결과 동해 클라이머들이 등반한 바 있는 ‘배고픈 길’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심권식씨는 상단 오버행 턱(난이도 5.10b급)으로 이어지는 2피치 개척을 위해 볼트 작업 도중 해머를 잘못 내려치면서 왼쪽 엄지손가락이 으스러지는 부상을 당하고 확보물에 매달린 채 손가락을 치료하면서 너무 아파 ‘아미타불’을 여러 번 읊조렸고 그래서 2피치 이름을 ‘아미타불’이라 따로 지은 것이다.
병풍암에 개척된 루트들 가운데는 사연 많은 길도 여럿이다. ‘아름다운 세상’(1피치 27m·5.11b)은 등반을 마치고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무릉계 풍광이 설악산 적벽에서 천불동을 내려다보는 듯 아름다워 지어진 이름이고, 벽 우측에 위치한 ‘불효자의 눈물’(3피치 68m·5.9)은 어버이 날 부모님 댁도 찾지 않고 길을 냈다 해서 그런 이름을 주었다. 또한 ‘하얀 찔레꽃’(2피치 53m·5.9)은 1피치 테라스 옆에서 하얀 꽃을 피운 찔레나무가 자라고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미정(무명)길’(5.13?)은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자유등반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 이름지을 자격을 주기 위해 ‘미정’ 혹은 ‘무명’ 길이라 부르고 있다.
가슴아픈 추억이 담긴 길도 여럿 있다. 7번 ‘라노비아’(22m·5.12b/c)는 개척 도중 귀경 길에 실종되었다가 50일 만에 속초 앞 바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고 박양섭씨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고, 벽 맨우측의 ‘친구길’(2피치 55m·5.8)은 고 박양섭씨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동료 회원이자 산친구인 양원태씨를 비롯해 심권식, 양장용, 조윤수씨가 길을 낸 뒤 지은 것이다.
취재팀을 안내해 준 뫼우산악회 정영석씨와 안문기씨가 가장 먼저 선보인 루트 역시 가장 인기 있다는 배고픈 길이었다. 선등에 나선 안문기씨는 피치 종료지점의 고정볼트 외에 1피치에 2개, 2피치에 3개의 하켄이 박혀 있으나 그보다는 프렌드를 설치해 가면서 등반했다. 안씨는 1피치 2분의 1은 다양한 크랙과 홀드를 이용해 등반하고 나머지 구간은 레이백이나 반침니 방식으로 등반을 했다.
배고픈 길 좌측의 ‘아름다운 세상’은 27m 길이의 단 피치 루트. 전체적으로 오버행을 이룬 데다 중간부의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크랙 구간이 크럭스다. 정영석씨는 독립적으로 형성된 약 5m 높이의 바위를 좌측 바위틈으로 올라선 다음 레이백 자세로 등반하다가 막판에 양발을 최대한 벌린 상태에서 오버행 밑으로 진입했다. 정씨는 오버행 턱에 형성된 크랙에 프렌드를 설치한 뒤 크랙 오른쪽 벽 상의 스탠스에 발을 딛고 일어서면서 오버행 크럭스를 넘어섰다.
대부분 크랙·침니 루트…기술과 완력 겸비해야
아름다운 길 좌측 ‘첫날 밤 쓰는 편지’는 총 길이는 47m에 불과하지만 세 피치로 나뉜 멀티피치 루트다. 이 등반로는 바닥에서 약 1.5m 높이의 비박굴 암벽의 구멍에 걸린 슬링을 이용해야 암벽에 붙을 수 있고, 이후 약 5m 높이의 페이스는 볼트 4개에 걸린 슬링을 이용해 올라서야 하는데, 오버행 턱에서 첫 번째 볼트까지 1.5m 이상 거리가 떨어져 첫 번째 볼트에 닿기 전 추락하면 바닥에 패대기칠 위험이 높았다. 이 루트는 오버행 좌측 홀드가 깨져나가면서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비몽사몽길’(52m·2피치, 5.11c/d)은 전체적으로 루트가 왼쪽으로 향하고 있어 균형이 수시로 깨지고 그로 인해 체력소모가 많은 루트다. 안문기씨는 키가 작은 사람은 손이 닿지 않는 첫 번째 볼트는 바위 바로 앞에 자라는 나무를 이용해 잡고 이후 칸테 우측 벽에 형성된 크랙으로 오버행 턱 밑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오버행 아래 홀드를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세로 크랙을 잡아당기면서 일어서는 순간 리듬이 깨지면서 추락하고 말았다.
오버행과 상단 크랙 사이의 페이스에는 볼트 4개가 박혀 있었다. 안문기씨는 밑에서 확보중인 선배 정영석씨가 권유하는 대로 볼트에 걸린 슬링을 잡고 등반하려 했으나 그 역시 만만찮았다. 수직암벽에 박힌 볼트에 걸린 슬링을 밟고 일어서는 순간 균형이 깨지곤 했다. 정영석씨는 안문기씨가 상단 크랙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몽사몽길은 2001년 보고회 때 5.11c/d급이라고 발표했지만 자유등반할 경우 5.13 이상 나가는 어려운 루트”라고 귀띔해 주었다.
정영석씨는 병풍암 맨좌측의 청죽길부터 맨우측 친구길에 이르기까지 18개 루트의 특성과 등반 방법을 하나 하나 설명해 주면서 “요세미티와 같은 해외 거벽 등반을 앞두고 훈련 삼아 찾는 클라이머들이 많은데,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도권 클라이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정씨는 “고전적인 크랙과 침니 등반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스포츠클라이밍 루트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확보물이 박혀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크랙이나 침니 구간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스포츠클라이밍 위주로 등반해 온 사람들이 처음 등반할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클라이머들이 선등을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반 팁
캠 종류는 1조 외에 대형 캠 여분으로 준비해야
병풍암에 개척돼 있는 18개 루트는 대부분 크랙 루트다. 따라서 어떤 루트든 확보용 캠을 필요로 한다. 특히 폭이 넓은 크랙 구간이 많이 나타나므로 여분의 대형 캠을 준비하도록 한다. 또한 ‘아름다운 세상’이나 ‘비몽사몽길’의 경우 고정볼트만 해도 12개에 이르고 중간에 캠을 설치해야 할 경우도 있으므로 퀵드로 또한 충분히 준비하도록 한다.
접근로 무릉계 국민관광지 매표소를 들어선 이후 삼화사를 지나 관음사 갈림목과 두타산성길 갈림목, 문간재~연칠성령길 갈림목을 거치며 40분 정도 걸으면 박달골 갈림목에 접어든다. 여기서 오른쪽 추폭 탐승로를 따르다가 바른골 쪽 쌍폭 조망대 직전 위쪽으로 뻗은 소로를 따른다. 50m쯤 오르면 병풍암 아래 공터에 닿는다.
야영 병풍암 하단에는 해먹 외에도 3~4인용 텐트를 설치할 장소가 서너 군데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야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야영은 주차 매표소에서 무릉계관광단지로 오르는 사이 계곡 건너편에 조성된 정식 야영장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첫날 밤 쓰는 편지’ 초입의 비박굴 외에 좌우로 두 개의 비박굴이 있다. ‘첫날 밤 쓰는 편지’ 아래 비박굴은 청죽산악회가 개척 당시 장비를 놓아두기 위해 텐트를 설치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폭우 시 비를 피하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습기가 많이 차 있어 야영하기에는 적합지 않다. 다른 비박굴 역시 좁고 습해 비박하기에는 마땅치 않다.
무릉계 야영장은 3개 지역에 중대형 텐트 150동을 설치할 수 있는 규모로 각 지역별로 개수대와 화장실이 갖춰져 있고, 차량은 캠프장 옆에 주차할 수 있으나 피서철에는 워낙 인기 있는 야영장이라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1일 이용료 텐트 한 동당 7,000원. 문의 관리사무소 033-534-7306~7.
첫댓글 많이들 가세요ᆞ
힐링될수 있는 곳 입니다ᆢ
뭔가 안해도 쉼표가 있는곳ᆢ
이번 동기 등반은 다음으로 연기 합니다.
다 같이 해야하기에...
두타ᆞ청옥산 ᆞ병풍바위
언제든 앞장서 모시겠습니다ᆢ
이번 두타는 6월 21-22일로 확정되었습니다. 박철인의 장도를 축하해주기 위해 많은 동기들 오기를~~~^^ 그 담주는 합동등반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