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명: 대신 생각해 드립니다
저: 김정숙
출: 경인문화사(2009. 4.17) 301쪽
독정: 2023년 8월 29일
<생각의 깊이에 울림을 얻은 횡재-대신 생각해 드립니다를 읽고>
김정숙 교수가 쓴 301쪽의 벽돌 책을 읽었다. 작가는 평생 대학 교단에서 한국 고대사, 한국여성사, 한국 교회사 분야의 연구를 한 박사다. 몇몇 신문에 기고했던 에세이와 MBC 라디오 방송국의 논평위원으로 다루었던 사회 문제들을 역사학자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책 제목부터 과감하게 『대신 생각해 드립니다』 로 정했나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내가 미처 생각 못 한 것이 무엇인가?’ 를 찾으며 작가의 확산적 사고를 따라가게 된다.
<소금과 다이어트> 수필을 보면, 소금을 귀히 여겨 쫓겨나는 리어왕의 막내딸과 소금을 귀히 여겨 간택된 영조 임금의 계비 이야기를 서두로 역사 속 소금 이야기, 실생활 속 소금의 효능 등을 흥미롭게 들여다보게 이끌어 준다.
-리어왕은 세 딸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막내딸은 아버님을 소금만큼 사랑한다고 했다가 쫓겨났다. 조선 영조 임금은 35년간 해로하던 왕비를 잃고 계비를 맞이할 때, 삼간택에서 본인이 직접 나서 왕비 후보들의 됨됨이를 알고자 ‘무엇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했다. 한 규수가 ‘소금’과 목화라 하자 소금과 목화가 백성에게 제일 긴요한 것이라며 간택되었다. 한쪽은 소감 때문에 버림받고 한 사람은 소금 때문에 선택받았다.
로마에서는 소금으로 월급을 주며 월급이란 단어 ‘샐러리’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소금의 매력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모두 일정량의 소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한나라의 인구수를 당시 소금 전매량을 가지고 추적한 연구가 있다.
국수, 빵, 떡 등 소금이 들어가고 된장, 고추장, 간장으로 조리한 반찬들도 다 소금이 들어간다.
<병과 화해, 관계에의 재점검>
어렸을 때, 가족의 관심을 얻고 싶어 병원 흰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는 상상을 했고, 안경을 쓰면 똑똑해 보이고 의젓해 보일 것 같아 안경을 쓰고 싶었고, 바빠서 잊어버렸다는 어른들을 보면서 어서 커서 나도 바빠서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그렇게 말하면 매우 중요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요즘 그 세 개의 의미를 너무나 철저히 깨닫고 있다.
<혼자 사는 값>
혼자 살겠다고 선택한 적은 없지만, 원하는 바를 실현하다 보니 생활 스타일이 그렇게 된 것이다 혼자 살면 자유롭겠다고 하지만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가 그리 많지 않다는 그녀의 말에 ‘목표 완성’을 향해 고단하게 달려왔을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게 한다.
-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장이라도 보려면 밤에 다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혼자 사는 이유로 이 사람, 저 사람의 휴가 시간에 끌려다니느라 자기 생활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더 경제적인 것도 아니다. 혼자 산다고 전깃불을 반만 켜지도 못하고, 세탁기가 세탁을 빨리 끝내주지도 앉는다, 아플 때를 대비하여 다른 사람보다 정신 차려서 노후대책을 해 두어야 한다. 혼자 살면 세금도 더 내는데 부양가족 공제도 못 받는다.. 무엇을 위해서냐고? 혼자 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느낌이 분명해진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바다.
<행복한 찌개>
부자는 부자의 의무가 있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외에는 언제든 나눌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눔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 좋은 자리에, 좋은 기회에 쓸 줄 아는 일이다.
<굶는 아이와 돕는 자의 예의>
소외된 쪽을 돌아보며 나눔을 외치는 작가는, 급식권으로 밥 먹으며 자존심이 상하기보다 차라리 굶으며 지내는 쪽이 좋다는 어린이 이야기로 함께 웃는 어린이들 세계를 함께 고민해 보게 한다.
-급식권은 배고픈 기회를 피할 기회이지만 어린 마음에서 감사보다는 자존심이 상해 지원을 신청하지 않아 굶주리는 어린이가 있다. 식권을 받은 아이를 놀릴 것이 아니라 더 세심한 예의를 갖추어야지 배고픈 이의 자존을 밟으면서 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하라는 가르침이 여기서 나온 배려다. 남의 아이도 내 품에서 웃는 사회, 모든 아동이 함께 웃는 웃음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옷 나누기 행사>
이야기도 덜렁 옷을 가져가서 놔두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나눔에 동참하려면 드라이클리닝부터 해서 사이즈를 적어 내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눔의 미학을 품고 있다.
-120개국의 학생이 모여 사는 기숙사 촌에는 학업을 마치고 귀국할 때 가져가지 못하는 물건이나 더 이상 쓰지 안를 물건들을 복도의 일정한 장소에 내놓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고 자신도 남에게 쓰일 물건을 내어놓곤 한다. 베트남 학생들처럼 한국에서 사 입은 겨울옷이 자신의 나라에서는 필요 없는 사람도 있으니, 자신이 입지 않는 옷을 현재 필요한 사람과 나누어 갖는 일이 된다. 이런 일을 하면서 우리는 또 다른 우정을 얻게 된다.
마라톤에서 2등으로 들어온 사람과 1등으로 들어온 사람의 대우를 엄청나게 크게 차별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염두에 두지 않는 평화는 더 쉽게 많은 사람에게 찾아올 것이다.
혹시 친구가 와서 “사람들이 다 그러는데 너는 어떻다.‘라고 하거든 그 학생이 모든 사람에게 다 들어본 것이 아님을 알라고 한다. 우선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 사람의 친한 친구들 한두 명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대신 생각해 드립니다.>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뉴스의 비중 자체가 상업적 이윤에 기초해서 선정된다. 거의 모든 뉴스는 여론을 형성할 정도로 편집되어 제시된다. 청취자나 독자는 강자 쪽의 정보나, 관계 깊은 나라의 정보만 접하게 된다. 마치 지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데 한국에는 영어권 정보는 많으나. 그 상대국인 아랍권의 정보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우리 대부분은 편집된 뉴스에 자신의 정신을 마비시킨다. 탤런트가 마약을 먹었다면, 뉴스는 우리게 또 다른 마취제를 먹여주었다. 그런 방법으로 탤런트를 단죄할 권리가 보도자들에게 있을까?
<프랑스의 마네와 일본의 마네>
일본은 정창원 유물을 중심으로 해마다 한 차례 축제를 연다. 마네의 작품들을 본고장 프랑스가 아닌 일본에서 본다는 데에 흥미가 발동한다. 일본은 특별전에 일본 내에 소장된 마네의 작품을 모두 모았다. 일본과 조금이라도 관계있으면 모두 사두어 일본 영향을 받았다 싶은 작품을 찾아내어 그 사진을 자신의 책과 비교해서 같이 전시해 놓았다. 그 전시회를 보면, 마네가 일본을 매우 좋아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자칫 부분적 현상을 전체로 오해할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 본 마네의 전체 작품에는 일본의 영향이 거의 무시되었다. 일본의 특별전에는 일본이 아니면 마네가 없었을 듯이 각색되어 있다.
<청소년 축구>
우리는 유명한 선수를 아끼며 키우지 않고 급한 대로 내다 쓰고 있다. 진정한 인재를 사회의 정성을 들여 기르고 아껴야 한다.
<불량 만두 보도와 잊히는 진실들>
만두 공장을 경영하던 젊은 사장이 한강다리에서 투신자살했다. 많은 외국업체가 만두 수입을 금지했고, 백화점 매장마다 온갖 만두를 치워버렸다. 일부 불량 만두와 전체 만두를 구별하지 않는 보도 태도와 우리의 편벽된 사고 때문이다. 당국은 불량 만두소를 사용하여 만두를 만든 업체의 이름을 처음부터 밝혔어야 했다. 언어푹력으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목소리 큰 사장이 이기는 사회>
누구나 품격 있는 인간으로 대우받고, 적게 말해도 의견으로 통하는 사회는 혼자 이루지 못하므로 사회지수가 높아져야만 한다. 우선은 각자의 말씨를 다듬어야 한다. 사람은 보지 ㅇ낳고 목소리만 듣고도 젊은, 나이 든, 외교적인 분 등을 구별한다. 내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평가해 주고 있을까?
<전통의 무게, 현대화의 힘>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에 사는 가족의 어른이 병환이 나자, 한옥 장판위에 보일러를 깔았다가 어른이 돌아가시자 관청에서 나와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면서, 보일러를 뜯어 놓고 갔다. 우리는 문화를 과거로 보존하고자 하는지, 그 문화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결정해야 할 게다. 과거는 과거로 정지시켜 놓고, 새로 생기는 의복, 상표, 과자, 아파트 이름 등 모든 것을 거침없이 외국 것으로 바꾸어 가야 하는가?
<창과 말의 공연>
프랑스에서 여러 마리의 말이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징가로> 공연을 보았다. 기수들은 하복 치마로 공연장을 다 덮으며 앉기도 하고,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기도 했다. 프랑스인 연출자는 한국인 누구와 연고가 있어서도 아니고. 우리 것의 매력을 나름대로 읽어 그 가치를 공연하고 있었다. 말이 꼬리를 내치면서 달리는 <징가로> 공연은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있는 우리문화와 세계문화의 접목에 대한 격렬한 자극이었다.
<장지문>
현관에 서서 아파트는 집인가, 방인가를 생각하던 중에 장지문 덕에, 좀 더 집 같아질 아파트를 기대했다. 장지문을 짜는 사람을 찾아 부탁했는데 문을 달고 나가자마자 문을 거꾸로 단 것을 알았다. 창호지를 바르면 문살이 방 한쪽에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아파트 17층을 지나는 누가 본다고 그렇게 아름다운 문살을 밖에다 놓겠습니까? 일부러 그렇게 한 것입니다.“
는 대답이었다. 시간과 함께 색이 바래는 플라스틱 바가지보다는 박 바가지, 숨 쉬는 옹기 등 우리 자연에서 생겨났으며 민족 생활 경험이 배어 있는 전통 물건들이 살아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오늘도 이 마루같이 생긴 내 집에 앉아서 골몰한다.
<발렌타인 데이와 소외된 이웃의 의미>
기원전 3세기 로마 시대에 황제가 군 전력유지를 위해 법으로 원정하는 젊은이들의 결혼을 금하엿다. 당시 사제 발렌타인은 몰래 젊은이들을 결혼시켰고 발각되어 처형되었다. 그뒤 2월 14일 그의 이름을 기리며 서로 간에 사랑을 전하는 날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버이와 자녀가 사랑의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교환하던 풍습이, 20세기에는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되었다. 특히 이날은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날로 인정받았다. 즉, 발렌타인은 타인의 사랑을 연결해 주다 순교한 사제이다. 이날은 깊은 은혜를 입은 이에게 감사하는 날로 내려오다가 남녀의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정착했다. 사랑하는 마음은 전염병과 같아서,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면 인류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잘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이웃을 대할 수 있을 때,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개수대 깔판 버리기>
북한에 보낼 옷을 모은다고 할 때 거기 동참하려 하자
“지금부터 보낼 옷을 모두 찾아 세탁소에 맡겨 드라이클리닝 하세요. 그리고 비닐로 포장해서 그 위에 사이즈를 쓰십시오, 안 그러면 어떻게 그 옷의 스타일을 알며, 어떻게 일일이 입어보겠습니까?”
버리는 물건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두면 언제 쓰일지 모르는 물건을 현재 필요한 어느 모르는 이에게 선물처럼 준비하여 내놓은 것도 새로운 내일을 맞는 지혜다.
<재활용>
모나미 볼펜이 예전에는 볼펜 심을 따로 팔았고 그것을 사서 쓰는 것이 흔한 이이었으나 모나미 볼펜을 사면 100원인데 심 하나에 60원이라서 학생들이 볼펜을 새로 사기 시작했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40원 차이지만 국가적으로는 볼펜 몸체를 다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이중의\ 절약인데도 말이다.
<거지가 드리는 예배>
신부 혼자 성당에서 죽은 이의 관을 두고 장례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슬프고 웅장하게 다가왔다.
-유럽에서 한 성당에 문이 열려 들어갔다. 누가 죽었는지 장레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넓고 아름다운 성당에 죽은 이의 관 하나가 복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고, 그 관을 마주하고 신부 혼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다. 관을 들고 나갈 남자 두 명. 그 썰렁함에 이국인인 나라도 그 미사에 있어 주어야 할 것 같아 앉아 보았다. 누가 죽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무척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었던 것 같았다. 혼자 살던 신자였는지, 길에서 죽은 행려자였는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신에게만 바쳐지는 의식이었다. 이것이 바로 종교적인 사랑 실천 아닐까? 성서 시대를 그린 사진이나 영화를 보면 예수는 여인들이나 가난하고 병든 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우리 성당은 너무 아름답고 깨끗한 미사 보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아름답다. 우리 사회에서 집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로 가지 않고 지하철역에 있다. 교회에는 물질적으로 해결되어 있고 정신적으로 짐 진 자들만 모여 있다. 받은 것이 있고 인정되어 있어 이미 감사할 사람들만 모이는 것 같다. 예수님은 내가 가서 도와주고 나는 내 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일인지 모른다.
<이집트 회화의 옆얼굴>
이집트 회화는 한결같이 얼굴을 옆으로 하고 있다. 이집트 회화는 오랜 시간 후 로마와 접촉이후에나 변하게 된다.
<장애자와 비장애자가 함께 사는 날>
우리나라에서는 취업은 노동부 산하 일이고, 장애인 복지 대책은 보건복지부 관할 일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장애 정도에 맞는 정확한 일을 찾기 어렵다. 이 두 기관은 같은 시안에서는 서로 통할 운영되어야 한다.
<교사 평가제와 우리가 잃은 것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내 입안의 혀도 가끔 깨물리는데, 남의 자식을 어떻게 내 뜻대로 하겠느냐?”
그 시절에는 선생의 잘못을 처벌은 했지만, 보도는 통제했다. 배우면서 가르쳐야 가장 옳은 가르침의 태도가 나타나게 된다. 고로 교사가 언제나 자기교육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자기 연마와 준비이다. 또 하나 존경하지 않고는 배울 수가 없다.
<국민강령>
내정간섭이란 그것이 자신의 문제에만 국한될 때 성립되는 단어일 수도 있다.
파리 기메 박물관에 작은 한국관이 있다. 무속의 도구 몇 점이 있고 청자 사진만 덜렁 걸려 있어 그 좁은 방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박물관은 동남아시아 유물까지 엄청난 양을 갖추어 놓고 있었다. 그 박물관의 한국실은 한국을 소개하기보다는 동양 여러 나라에 비해 한국이 초라하다는 인상을 강요하고 있었다. 33쪽
등,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곳에 생각을 열어주는 글 94편의 울림을 담은 책이라서 읽는 내내 횡재한 기분이었다.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