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건설·지구해양 분과 장순근
극지 강연은 두 가지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믿는다. 첫째는 남극은 대단히 추운 곳이라는 점이다. 그렇다! 바다로 둘러싸인 땅인 남극은 지구에서 기온이 가장 낮아 –89.2℃가 측정되었다. 두 번째는 남극은 초등학교 시절 아문센(1872〜1928)과 스콧(1868〜1912)의 경쟁과 스콧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우리가 모두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연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89.2℃가 측정된 곳은 지자기남극점 부근의 러시아 보스토크(Vostok)기지(남위 78o27’52’’, 동경 106o50’14’’)로 1983년 7월 21일 측정되었다. 여름에는 –45℃ 정도에 겨울에는 –60℃ 아래로 떨어진다. –60℃ 아래에서는 나일론을 비롯한 인간이 만든 모든 섬유는 부스러지고 솜, 양털, 오리털, 여우 털 같은 자연섬유만이 견딘다. 비닐과 플라스틱과 고무와 알루미늄 캔도 부스러진다. 높이가 3,488m이어서 산소가 해면의 60% 정도밖에 없어 뛰어다니지 못한다. 러시아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로라를 관측하고 3,700m 아래의 호수물을 오염시키지 않고 떠 올릴 방법을 찾는다(두께 1,000m 얼음은 뚫고 물을 올렸으나 그보다 깊은 곳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이 기지를 갔다 온 사람은 빙하를 연구하는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허순도 박사로 2022년 1월에 갔다.
물이 거의 없는 남극에서는 눈이 다져져서 얼음이 된다. 그러므로 남극의 얼음에는 눈이 내릴 당시의 공기가 보존되어 있는바,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그때 기온을 가리킨다.
우리는 흔히 남극은 6개월이 낮, 6개월이 밤이라고 알고 있다. 과연 그런가? 남위 66o33’보다 남쪽으로 가면 하루 24시간이 낮이나 밤인 날이 생긴다. 그러나 세종기지는 남위 62o18’이라 하루 24시간이 낮이나 밤인 날은 없다. 대신 6월 21일 우리의 하지는 남반구의 동지인지라 태양은 11시경에 나타나 오후 3시경 사라진다. 반면 12월 21일에는 태양은 밤 11시에 저서 새벽 3시에 나타난다. 새벽 1시는 한밤중이지만 조명 없이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훤하다. 그러나 장보고 기지는 남위 78o37.4’이므로 6월 21일 전후한 95일은 밤이 계속되고, 12월 21일 전후한 100일은 낮이 계속된다.
남극 세종기지로 가는 경로는 크게 3길이 있다. 첫째가 미국을 경유하는 기역(ㄱ)자 경로이며, 9.11 이전에는 주로 이 경로를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파리를 경유하여 대서양과 남아메리카대륙을 남서쪽으로 가로지르는 경로를 많이 이용한다. 세 번째 경로는 인천-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칠레 산티아고로 가는 니은(ㄴ)자 경로로 인기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청중은 신기한 눈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다만 제가 말을 빨리하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어 되도록 천천히 하려고 힘쓴다. 그러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를 조금 하드라도 천천히 해야겠다. 11월 20일 서현도서관에서는 정말 천천히 해야겠다.
<필자소개>
서울대 문리대 지질학과
프랑스 보르도 I 대학교
남극 23회(세종기지에서 4회 월동), 북극 3회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