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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은 환상의 섬들로 통하는 관문이다. 바로 앞 미륵도는 오래 전 해저터널로 연결되어 섬의 기능을 잃었지만, 멀지 않은 바다에 떠 있는 한산도, 추봉도, 비진도 등은 그야말로 그림 같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 수려한 경관은 보존 가치가 뛰어나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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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은 하늘이 욕지도의 가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약과봉에서 본 욕지면 소재지 조망.
- 조금 더 멀리 눈을 돌리면 한층 멋진 섬들이 바다에 가득하다.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 남서쪽 먼 바다에는 욕지도와 연화도, 두미도 등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연화열도가 떠 있다. 욕지면에 속하는 이들 71개의 섬들은 잘 발달된 해안 절벽의 풍광이 수려한 것이 특징이다. 수직 벽과 송곳 같은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해안선은 그 자체로 멋진 볼거리다.
연화열도에서 가장 큰 섬은 욕지도(欲知島)다. 불교 경전인 화엄경의 한 구절에서 유래했다는 범상치 않은 섬의 이름은 ‘알고자 한다면’이라는 심오한 의미를 지녔다. 이곳은 한때 어업기지로 2만 명 가까운 많은 사람이 살던 시끌벅적한 섬이었다. 하지만 연근해 고기잡이가 쇠퇴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오랫동안 조용한 고도(孤島)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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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황산 주능선의 억새밭. 햇볕은 따가웠지만 욕지도에도 가을이 왔다.
- 최근 욕지도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소개된 뒤 유명 관광지로 부상했다. 특히 휴가철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아 몰려들며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욕지도의 변화는 일주도로를 따라 잠시만 차를 몰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바다 조망이 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있는 펜션 간판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욕지도에는 면사무소에 등록된 펜션만 100개가 넘고 현재 공사 중인 곳도 20여 개에 달한다. 외지에서 섬으로 들어와 영업을 하는 이들의 수도 크게 늘었다. 작은 섬에 많은 숙박업소가 생긴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부두에서 만난 횟집의 주민은 “물 사정이 나빠졌고, 인심도 험악해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면서 “땅값까지 천정부지로 올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욕지도는 매스컴이 끌어올린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다.
산길과 도로를 섞은 섬 산 트레킹
관광객이 넘쳐나며 세상이 뒤집힌 것 같지만 자연은 변치 않는다. 욕지도 중앙에 솟아 오른 천황산(392m)은 예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다. 주민들이 오래 전에 조성한 산길도 세월의 때가 앉아 수더분하고 자연스럽다. 역시 섬 구경은 등산이 제일이다.
가을이 물들기 시작하는 남녘의 섬산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러 갔다.
욕지도의 산길은 크게 두 구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섬 동쪽에 반도처럼 튀어나온 지역의 일출봉(201m)과 망대봉(206m)에 능선길이 그 첫 번째 구간이다. 이 지역의 산길은 주봉인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개미목 부근에서 찻길로 바뀌며 등산로의 연속성이 사라진다. 반면, 면소재지 뒤쪽을 둘러싸고 있는 천황산과 약과봉(315m)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나름대로 깊은 산 속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중간에 도로를 만나긴 하지만 차량 소통이 드문 길이라 호젓하다.
도보로 섬 전체를 찬찬히 돌아보려면 일출봉에서 천황봉까지 찻길과 산길을 번갈아 걷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트레킹이라고 생각하고 도로를 따라 걸으며 욕지도 남쪽의 해안절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차가 있다면 동쪽의 일출봉 구간은 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며 돌아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섬 동쪽의 일주도로는 바닷가 마을과 한참 떨어진 곳에 개설되어 있어 경치가 훌륭하다. 하지만 굴곡과 고도편차가 심한 데다 노폭도 좁아 걸어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
욕지도의 척추격인 약과봉과 천황산을 잇는 산길은 선착장에서 시작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어 편리하다. 표지판을 보고 면사무소 뒤쪽의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른쪽 능선 위에 세운 커다란 통신철탑이 보인다. 이곳을 첫 번째 목적지로 잡고 걸어간다. 마을길은 좁아졌다 넓어지기를 반복하며 비탈길을 오른다.
주변의 산자락은 온통 고구마 밭이다. 욕지도는 해남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구마 산지로 알려져 있다. 수확량은 많지 않으나 맛이 월등해 찾는 이들이 많다. 감귤도 이곳의 대표적인 생산물이다. 오래 전 제주도에서 들여왔는데, 기후가 따뜻해진 1990년대부터 상품성이 좋아졌다고 한다. 특유의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다른 지역의 감귤과 차이점이다. 욕지도 오는 배에서 여러 번 들은,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머리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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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등산로 안내판이 세워진 논골 등산로 입구. 2. 천황산 정상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길. 작년 말 개방되어 욕지도를 찾는 등산객에게 새로운 풍광을 선사했다. 3. 천황산 오르는 산길의 편백나무 조림지.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어우러져 분위기가 근사하다.
- 바위 있는 산정은 어디나 전망대
KT통신탑에서 길은 두 가닥으로 갈린다. 한 가닥은 고개를 넘어 바다로 내려가고, 다른 길은 능선을 타고 산으로 오른다.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잠시 뒤 오른쪽에 커다란 목조 주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역시 욕지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펜션이다. 문 앞을 지나니 인기척에 놀란 개가 목이 터져라 짖어댔다.
펜션 앞을 지나 150m쯤 가면 별다른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과 만난다. 여기서 직진해 작은 고개를 넘으면 논골이라는 마을이 보인다. 계속해 도로를 타고 전진하면 민가와 만나기 직전 왼쪽으로 산길 입구임을 알리는 나무 안내판이 서 있다.
등산로 안내판 옆의 소로를 따라 들어가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정글처럼 숲이 우거진 산길은 신선한 공기가 가득했다. 빽빽한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날이다. 산길은 점차 가팔라지며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30분가량 오름길에서 숨을 몰아쉬고 나니 갑자기 시야가 터지며 평평한 산정이 드러났다. 약과봉 정상이다.
욕지도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을 보여주는 곳이 약과봉이다. 널찍한 바위들이 널려 있는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욕지면 소재지 일대의 풍광이 시원스러운 곳이다. 능선으로 연결되는 천황산 위의 국가 시설물도 정면으로 보인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는 기본으로 깔리는 배경화면이다.
산꼭대기에 마련해 둔 벤치에 누워 느긋하게 낮잠을 즐겼다. 새벽 배를 타느라 설친 잠을 보충했다. 하지만 달려드는 모기 덕분에 여유를 부리는 것도 잠깐. 주섬주섬 배낭을 정리한 뒤 다시 산길을 밟아갔다. 약과봉에서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무덤들이 모여 있는 두 지역을 거치게 된다. 이후 왼쪽에 보이는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시금치재 정상으로 내려선다.
사실 임도를 건너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르는 것이 다음 경유지인 태고암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임도에서 본 어린 멧돼지를 쫓다 보니 국가시설물 철조망이 보이는 도로까지 내려서게 됐다. 욕지도에 멧돼지가 들어온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면사무소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사량도에서 기승을 부리던 멧돼지가 두미도를 거쳐 욕지도까지 건너왔다는 것이다. 아직 욕지도는 큰 피해가 없지만 두미도의 경우 위험해서 산에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멧돼지 피해가 심하다고 전했다. 멧돼지들이 해초로 위장하고 바다를 건너는 모습을 본 어부들이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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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개미목 부근의 찻길. 일출봉과 천황산을 잇는 트레킹을 하려면 이 도로를 걸어야 한다. 2. 태고암 입구의 등산로 안내판. 시멘트길을 따라 암자까지 오른다. 3. 천황산 정상의 친행암각문. 욕지도의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적이다.
- 1년 전 개방된 정상 조망 아찔
면소재지 뒤편 수원지 상류의 등산로 안내판에서 가파른 포장도로 500m를 걸어 오르면 태고암 입구다. 절 입구의 바다가 잘 보이는 널찍한 공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남쪽 정면의 가파른 사면을 타고 능선으로 향했다. 길은 제법 가팔랐지만 300m 정도의 짧은 거리로 잠깐이면 오를 수 있었다.
주능선에 오르니 머리를 풀어헤친 억새밭이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능선 너머 망망대해를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세상의 끝에 온 듯한 기분이다. 서쪽 정면에는 천황산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솟아올랐다. 얼마 전까지 천황산 정상은 갈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군부대에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작년 11월 11일 민간에 개방됐다. 이곳의 등산로와 목제 계단, 전망대 조성에는 1억6,000여 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등산로는 개설됐지만 실제로 천황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상의 국가시설물 바로 아래 남쪽 벼랑에 조성된 전망대까지만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는 푸른 바다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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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봉에서 혼곡으로 하산 도중 만나는 전망바위. 뒤로 개미목과 욕지도 동쪽의 산자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이곳에는 조선 숙종 때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세선(李世選)이 욕지도를 방문해 정상에 올랐다는 기록을 남긴 친행암각문이 남아 있다. 훼손되기 쉬운 암각문 앞에 유리창을 설치하고 안내문을 마련해 두었다.
정상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며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대기봉(350m)으로 향했다. 태고암 위쪽의 안부에서 대기봉까지는 불과 5분 여 거리. 벤치와 테이블이 설치된 정상에서 보는 선착장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 봉우리에서 혼곡과 새천년기념탑 방향으로 산길이 갈린다. 마을로 가려면 혼곡 방면의 동쪽 능선을 따른다.
시야가 좋은 전망바위를 지나 로프가 설치된 작은 바위 턱을 내려서면 산길은 숲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시야가 터지는 바위지대를 통과해 도로가 지나는 혼곡으로 내려선다. 대기봉 정상에서 혼곡까지는 1.9km 거리로 등산로 기점에 안내판을 세워뒀다.
혼곡에서 동항리 선착장까지는 찻길을 걸어서 내려갈 수 있다. 도로에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한적하다. 혼곡에서 계속해 도로를 따라 개미목을 거쳐 일출봉 방향으로 트레킹도 가능하다. 쉬엄쉬엄 걷다가 버스가 지나가면 손을 들어 타고 가도 된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욕지도의 일상은 배 닿는 시각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루 정도 이곳의 템포에 맞춰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런 여유로운 일탈이 즐겁다.
첫댓글 형님아,,섬산행한번추진해보자
저는 욕지도에서 군(해군)생활을 약 6개월가량 했는디요...
근래 산행도 2번 다녀왔구요...
산행시간은 약 3-4시간 정도면 널널합니다.
고등어회가 일품이지요... 고등어 양식은 욕지도에서만 키우고 있어요...
훨.. 안되는것이머에요???,,,,육산.섬산행 모조리깨고있구만
고등회군침도네,,,,
가고잡다.가고잡다.가고잡다.가고잡다.......ㅋㅋ
번개잡아야것다.
계획을 잘세우면 욕지도(천왕봉)과 연화도(연화봉)을 한꺼번에 다녀올 수도 있는디요...
배시간만 잘챙기면 될 듯 싶습니다...
가게되면 제가 안내해 줄 수도 있는디요...ㅎㅎㅎ
하루에 욕지도하고,연화도가 가능하다고요..
배 시간도 알아봐주면 고마울낀데
11월4째주에 시간만들예정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