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마루도서관팀은 도서관의 물리적 접근성, 심리적 접근성을 해결하고자 2021 춘천소셜리빙랩 실험에 참여해 아파트로 찾아가는 ‘북캠핑’ 도서관을 진행했다. 방문객들이 작성하고 간 설문조사와 현장 반응을 종합해 보면 이번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책에 흥미가 없거나 도서관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북캠핑처럼 도서관이 가까워지면 자주 이용할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 무려 79%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를 선택했다. 두 달간 아파트에 찾아온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몰랐던 책의 재미를 알려준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책읽기에 빠진 아이들
# 독서가 일상이 되는 순간
약속 시간 1시간 전, 현장에 도착해 장소를 둘러보는 꿈마루도서관팀에게 아이들이 뛰어온다.
“아저씨~ 도서관에서 왔나요?”
“맞아”
“오늘 텐트 오나요?”
“그럼~”
“아싸! 나 여기서 놀고 있어야지. "
"얘들아. 오늘 텐트 온데~~”
아빠가 아이를 해먹에 누이고 살살 흔들어 주면서 책을 읽어 준다. 아이는 평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다가 스르륵 잠이 든다. 그래도 아빠의 달콤한 이야기는 한참 동안 계속됐다.
여러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우르르 몰려든다. 그러더니 책을 잡고 캠핑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본다. 그러더니 곧 그네를 타러 간다. 그러더니 다시 와서 책을 본다. 그러곤 어느새 자전거를 타고 사라져 버렸다.
매주 약속된 시간에 북캠핑이 찾아오자 주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독서가 스며들었다. 토요일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북캠핑장을 찾는 부모는 3주 차쯤 되니까 간식까지 싸 들고나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학원을 오가기 바쁜 고학년들은 중간중간 집에 들리는 시간 대신 텐트에 들어가 몇 장의 책을 읽고 다시 학원으로 가기도 했다. 실험기간이 짧았음에도 아파트 주민들의 일상 속에 도서관이 들어갈 수 있던 이유는 이동도서관의 문제점들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 체류시간을 하루 3시간 이상으로 늘렸고, 방문 요일과 시간을 일정하게 맞춰 날씨에 상관없이 약속을 지키다 보니 주민들과 무언의 신뢰가 쌓였다. 게다가 유익한 체험 프로그램들과 가족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캠핑장을 조성한 것이 충분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덕분에 주민들의 일주일 중 하루는 ‘북캠핑 데이’가 차지할 수 있었다.
# 새로운 공동체 문화의 탄생
“추우신데 고생이 정말 많으시네요. 이거라도 좀 드세요”
10월 매서운 한파로 당황스러웠던 날.
아파트 주민이 갓 구운 군고구마와 따뜻한 차를 잔뜩 야외도서관에 놓고 간다.
그 마음이 더 따뜻해서 잠시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오늘 날씨가 추운데 집에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요”
집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었던 핫팩을 모조리 가져오신 어머님.
덕분에 오늘 아이들은 손시림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좋은 일 하시네요. 드시면서 하세요.”
장소를 협조해 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커피를 내준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다며 다음 주에도 꼭 오셔야 한다는 당부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알고 보니 날씨가 추워져서 이제 안 오면 어쩌지 걱정하셨다고 한다.
실험 4단계 - 북캠핑으로 뭉쳐진 주민과 실험팀
꿈마루도서관의 이번 실험에는 찾아가는 도서관이 공동체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관찰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히 야외에 펼쳐진 도서관에 대해 부정적인 건의를 한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한파에 야외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걱정해주고 챙겨주며 주민들은 감사와 정을 표시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는데 서로 인사를 나누며 얼굴을 익히기도 했다. “너도 여기 아파트에 살아?” 북캠핑장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새로운 친구가 되었다. 마을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날아들자 주민들은 같은 관심사를 놓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것처럼.
# 가족과 함께하는 도서관
“이래서 캠핑 의자에 앉는 거구나. 제법 편안한데?”
엄마와 아빠는 캠핑 의자에 앉아 아이가 책을 다 볼 때까지
평일에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데이트를 즐겼다.
“와하하하하하~ 정말 귀엽다”
아이 캐리커처를 보고 웃음이 빵 터진 아빠.
그래도 누구 하나 팔불출 아빠라고 비웃지 않는다.
그림이 정말 귀여웠으니까.
아빠는 만족한 듯 그림을 소중히 들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서가 앞으로 다가갔다.
“거리두기를 지켜주세요~, 조금만 떨어져 않자 얘들아~”
인형극을 시작한다고 하자 아이들은 물론 함께 나온 학부모들까지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미니 인형극을 준비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찾아온 오늘.
코로나19가 이토록 야속할 수가 없다.
꿈마루도서관이 캠핑과 도서관을 접목한 이유는 책에 대한 아이들의 심리적 접근성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다. 같은 목적으로 캐리커처, 캘리그래피, 북아트, 책인형극과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준비한 것이다. 처음 목표했던 바와 같이 아이들에게 책의 교훈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책에 대한 흥미 유발에도 성공했다. 게다가 생각지 않은 부수적인 성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가족 단위의 도서관 방문객을 다수 확보한 것이다. 엄마와 함께 프로그램을 즐기는 아이, 아빠와 함께 나들이 나온 아이, 할머니와 함께 인형극을 보러 오는 아이. 이렇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줬다는 건 요즘 시대에 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여행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각자 자신의 방에서 전자기기를 끌어안고 있던 가족들을 집 앞 도서관으로 유인했고, 즐거운 시간을 선물했다는 점에서 북캠핑 도서관은 제 역할 이상의 것을 달성한 것이다.
# 늘 곁에 있는 도서관이 되기까지
이번 실험을 통해 꿈마루도서관팀은 찾아가는 북캠핑 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해 근거자료를 수집하고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도서관 방문자 수 하락에 대한 원인을 물리적 접근성, 심리적 접근성으로 나눠 실험했다는 점도 굉장히 유의미하다. 더불어 교육, 체험프로그램들이 도서관의 이용률을 높이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도 확인했으며, 이동도서관의 변신이 아이들의 독서를 독려하고 마을공동체 활성화에도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무엇보다 독서가 일상이 되는 순간들을 직접 목격하며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몸소 실감했다.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는 반드시 문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법령이 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용자가 매우 적다는 이유로 아파트의 문고 자리는 헬스장이 되고, 사우나로 바뀐다. 최악의 경우에는 텅텅 비어있는 유휴공간으로 철컹 문을 잠궈 방치해버리기도 한다.
아파트에 펼쳐진 북캠핑 도서관을 보며 꿈마루도서관 팀원들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분명 깨달은 것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꼭 필요한 도서관의 역할과 의미, 도서관이 창출하는 문화와 행복. 나아가 아이들의 미래와 주민들의 라이프에 미치는 영향까지 그 어떤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꿈마루도서관 팀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실험으로 이동도서관을 성공적으로 변신시켰다면 앞으로는 작은 도서관들의 변화를 이끌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