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미니코선교회 수녀님들, 면형의집
산들피정 벗님들, 살레시오회 신부님과 예수회 일본관구 부관구장님, 세월호 준영이 부모님, 예수회 관구장 정제천신부님, 콜트콜텍 방종운지회장님,
대구 샬트르수녀회, 제주교구 금악성당 이어돈신부님과 교우님들이 강정현장팀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특별히 미국 가톨릭워커스에서 3명의
활동가가 약 1달간 강정에 머물면서 현장미사에 결합 했습니다. 모든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3월 7일 구럼비 발파 4주년을
기억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2월 26일 준공식 이후 가라앉은 마을 분위기였지만 구럼비발파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긴 행진을 함게 했습니다.
구럼비는 저 담장 너머 콘크리트 아래 아직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다시 구럼비여 일어서라!
[시] 구럼비여
일어서라!
김경훈
구럼비여
일어서라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라 온몸 묶이고 가두어졌어도 몸을 떨쳐
일어서라 눈물과 한숨 거두고 분노의 결기로
힘차게 일어서라 저 펜스보다 한 열배쯤의
높이로 감히 저들이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감히 저들이 올려다보지도
못하도록 두려움에 벌벌 떨게 구럼비여
일어서라 구럼비여
일어서라 거대한 거대한 몸집으로
일어서서 수많은 바람과 파도도 함께
거느려서 땅과 바위와 바다와 하늘의
수많은 뭇 생명들을 함께
거느려서 저들의 천박한 욕망을
향해 저들의 추잡한 불통을
향해 저들의 비열한 야만을
향해 저들의 더러운 전쟁을
향해 깨어지고 부서진 그 조각들이 화살이
되어 돌팔매가 되어 치명적인 무기가
되어 감히 저들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감히 저들이 일어서지도
못하도록 그대를 깨고 부순
자들과 그대를 묶고 가둔
자들과 그걸 뒤에서 사주한
자들과 그 사주를 즐기는 또 다른
사주자들을 향해서 구럼비여
일어서라 그리하여 그대가 품은 독기를
발산하라 그대의 저주를 있는 대로 다
방포하라 온 세계를 향하여 자존의 평화를
절규하라 이형상 목사 시절 당 오백 절 오백
불태웠어도 이재수 항쟁 시절 민군들
도륙되었어도 세화리 해녀항쟁 폭압으로
짓눌렸어도 무자기축년 4・3시절 온 섬 떼죽음
되었어도 그러나 그리하여 다시
일어섰듯이 그렇게 구럼비여
일어서라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그리하여 다시
일어서라 구럼비여
일어서라 그리하여 다시 뭇 생명들을 고이
안으라 맨발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을
받으라 평화의 다정한 발걸음을
축복하라 구럼비여
일어서라! 제주도민이여
일어서라! 정의여 분노여
일어서라! 만국의 양심이여
일어서라!
시인의
말 강정마을 해안가 구럼비 바위가
해군기지로 인해 파괴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어머니의 품’과도 같았던 구럼비 바위가 깨지고 콘크리트로 뒤덮이는 동안 해군기지 건설은 착착
진행이 되었고 지난 2월 26일 그 준공식을 가졌습니다. 그날 행사에 참석했던 일국의 총리는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 하고 문정현 신부님의
표현대로라면 ‘개구멍’으로 옹졸하게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날 ‘강정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연 강정마을엔 ‘구럼비를 되찾을 때까지 해군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절규가 깃발이 되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이제 분명한 건 ‘강정해군기지’가 아니라 ‘제주해군기지’라는 사실입니다. 그
동안 무관심하거나 방관했던 제주도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 기지는 자신의 폐해를 도민들에게 물을 것입니다!
언젠가 해군기지가 물러날
것이라는 생각은 언젠가 하느님의 나라가 온전히
올 것이라는 믿음과 같습니다.
3월 9일
김성환신부(예수회)
오늘 첫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설령 여인들이 제 몸에서 난 아기를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고 이스라엘을 위로 하십니다.
몇 일 전 우리는 구럼비 발파
4주년을 보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구럼비를 잊지 않았습니다. 2011년 9월 2일 구럼비로 가는 펜스가 쳐진 날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구럼비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구럼비를 이렇게 기억하는 것이 우연에서 나온 것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섭리가
개입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2012년 8월부터 구럼비야
사랑해를 지금까지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식이 없는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구럼비가, 저에게 말을 걸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발파
4주년이 되는 지난 7일 이었습니다.
구럼비는 저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영겁의 시간을 지내 왔는데, 짧게는 몇 년, 아니면 몇 십 년, 길어보아야 200년도 못 넘는 이
해군기지를 못 견디겠느냐? 너무 슬퍼하지 마라.” 는 위로의 말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대신하여, 우리가 이제까지
구럼비를 위로 해 왔다면, 하느님을 대신하여, 구럼비가 이제부터 우리를 위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처럼,
예수님께서도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는 권한을 가지십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 있는 구럼비를 다시 의식을 회복시켜 말을 할 수 있게 하신 분은,
하느님과 예수님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처럼,
예수님께서도 심판하는 권한을 가지십니다. 구럼비가 다시 의식을 회복함으로써, 구럼비와 우리가 이겼고, 해군은 졌다는 심판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것처럼,
저에게는 지난 3월 7일을 기점으로, 구럼비와 우리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제가 몽상에
빠져 있다고 생각 할 줄 모르겠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 가져 왔습니다. 2000년이나 지났는데도, 하느님의
나라는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크리스챤은, 언젠가는 하느님의 나라가 완전히 오리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습니다. 짧게는 몇 년, 또는 몇 십년, 길게는 200년도 넘지 못하는, 이 해군기지가 언젠가는 물러날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몽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구럼비와 다시
교감을 할 수 있게 되어서, 하느님과 예수님께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선을 행한 이들은 부활하여 생명을
얻고 악을 저지른 자들은 부활하여 심판을 받을 것이다.”
오늘 복음의 말씀 이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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