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23.2.14)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 86회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위선적 재판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일본 도쿄 전범 재판의 진실을 다뤘다. 도쿄 전범 재판이란 1946년부터 2년 6개월에 걸쳐 벌어진, 세계 2차대전 당시 민간인과 포로들을 대량 학살한 일본인 전쟁 범죄자들의 책임을 묻고 처벌을 하는 국제 군사재판이었다. 어제는 바로 안중근 의사가 일제 침략 수괴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사안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기도 하다. 안중근 의사가 실제로 사형을 선고받은 바로 그날 일제 만행을 처단하기 위한 도쿄 전범재판을 다뤘다는데서 매우 의미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이 되었다.
이날 강연자는 건국대학교 일어교육과 박삼헌교수이다. 박 교수는 메이지 유신과 일본의 전국 3웅시대, 태평양전쟁과 이토 히로부미 편을 통해 일본의 숨겨진 흑역사를 흥미롭게 전해준 사람이다. 박교수는 강의를 통해 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9년동안 침략과 무자비한 전쟁을 일삼은 일제의 만행을 낱낱히 밝혀주었다. 그리고 그런 만행을 처단하기 위한 도쿄 전범 재판의 모순점을 하나하나 들쳐내며 그 배후에 어떤한 세력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설명해주었다.
박교수는 이른바 A급 전범 용의자 118명 가운데 재판에 회부된 전범은 단 28명에 불과했으며 이마저 대부분 증거 불충분 등으로 석방된 사실을 전했다. 도쿄 재판의 배후에는 맥아더라는 미국 사령관이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미국은 일본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하여 또 일본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쇼와 천왕은 물론 이른바 마루타라는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장 역시 전범에서 제외시켰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또한 731부대에서 자행된 천인무도한 생체실험 자료를 고스란히 미국으로 가져갔으며 부대장을 거액을 주고 미국으로 모셔가 자신들의 연구에 활용했다는 엄청난 사실도 폭로했다. 그동안 조금씩 전해져 내려오던 흑역사 그리고 치욕의 역사를 알기쉽게 설명해줘서 엄청난 놀라움과 함께 큰 자각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몇몇 옥에 티와 같은 장면이 마음에 걸린다. 먼저 일본인과 미국인의 출연이다. 원래 이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나라 출신들을 참여시켜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더욱 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내용은 일본인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를 해도 모자랄 그런 사항들이었다. 미국인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결국 전범 재판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일본 전범 대부분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닌가. 그런 인물들의 후예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출연한 미국인과 일본인 두명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방송사에서 오라고 하니 그냥 간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들이 미국과 일본의 책임자도 아니요 그냥 현재를 사는 젊은이일 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일본인의 경우 왜 출연시켰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더욱 분노를 일으킬 그런 자세로 일관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전범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라고 말했다. 전범은 그냥 상대하고 경쟁하다 진 쪽의 선수들을 말한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젊은이의 입장에서 "자신의 나라 일본이 행한 범죄에 대해 이제야 알았다. 내 나라가 무슨 짓을 저지렀는지라던가 일본인으로 인해 엄청난 상처를 받은 나라국민들에게 그 나라 젊은이로서 죄송스러움을 느낀다 "정도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남의 나라 말하듯 요상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다. 미국인도 마찬가지다. 그 미국의 정책으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얼마나 많은 슬픔과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가. 친일파 척결이 안된 것도 모두 맥아더를 비롯한 미국 정부의 책략아니였던가. 그런 미국의 후예이면 "미국이 자국이기주의때문에 저런 정책을 펼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못한 것 같다"는 사소한 언급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국의 방송에서 미국인과 일본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언급을 하다가는 미국과 일본 우익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을 것때문이라면 아예 출연을 시키지 말던가 아니면 학교에서 그런 역사를 가르치지않아 잘 모르겠다 정도로 그쳐도 됐을텐데 말이다. 그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프로그램 관련자들의 운영의 묘이다.
한국 예능인의 태도로 그렇다. 물론 개그맨출신이니 대단히 경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어느정도 무마시키는 역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템의 성격을 보아야 한다. 즐겁게 웃으면서 봐도 되는 것이 있는 반면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 개그맨을 섭외했으니 어느정도 희극적인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주제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냥 고정 출연자처럼 그정도만 해도 충분했을텐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다 아니면 연출관계자들이 그런 분위기를 요구했을 수도 있지만 오버하는 그런 모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이 연출관계자들의 역량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내용은 너무도 가슴아프고 국민들을 깨우치고 느끼게 하는 것이 참으로 많았다. 또한 관련 화면을 잘 활용해 잊혀지고 몰랐던 우리와 관련된 치욕적인 역사적 사실을 자각하게 해주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다. 일부 몇몇 장면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