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최명애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똑딱똑딱’ 알려준다. 잠시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돌고 또 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움직이는 우리의 인생살이처럼 오늘도 쉼없이 움직인다.
시계의 역사는 고대 문명이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천체를 처음 관찰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시계와 물시계는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유럽에서 발명된 모래시계는 바다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몇 안 되는 믿을 만한 방법의 하나였다. 손목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비자 성형, 배터리 구동형, 태양열 구동형 등 다양한 변형이 이루어졌으며 석영, 트랜지스터, 플라스틱 부품이 모두 도입되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는 가장 일반적인 시간 측정 장치가 되었다. 오늘날 실제로 사용되는 가장 정확한 시간 계측 장치는 원자시계이다. 원자시계는 연간 수십억분의 1초까지 정확할 수 있으며 다른 시계와 시간 계측 장비를 교정하는 데 사용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시계는 귀한 물건이었다. 외할머니께서 중학교 입학 선물로 손목시계를 선물해 주셨다. 할머니는 키우던 돼지 새끼를 시장에 내다 팔아서 시계를 사라고 돈을 주셨다. 아버지와 함께 교동시장 부근 시계방에서 맘에 드는 손목시계를 사고 뛸 듯이 기뻤다. 아버지께서는 좋아하는 딸을 위해 따로 국밥을 사 주셨다. 처음 먹어 보는 맛있는 국밥이었다. 손녀의 입학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키우시던 가축을 선뜻 내다 판 외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한쪽이 먹먹하다. 딸을 데리고 귀한 시계를 사러 나오신 아버지의 기분 좋은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은 채 가슴에 남아있다.
지금은 시계가 방마다 놓여있어 시간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방에는 시간마다 나와서 울어대는 뻐꾸기시계가 걸려있고 거실에는 네모난 시계가 벽에 걸려 있다, 작은방에 있는 탁상시계는 '째깍째깍' 초침 돌아가는 소리를 낸다. 시계 풍년이다. 직장생활을 할때는 시간에 쫓기며 늘 시계를 옆에 두고 살아야 했다. 시간에 맞추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가끔 시계가 없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간에 얽매이며 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절 체험을 할 때 휴대전화를 맡기고 목탁 소리에 맞추어 시간을 알려준 경우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적응을 하니 마음이 편함을 느꼈다. 짜여진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랄까.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고 세상 속의 시간은 당겨지지도 늦춰지지도 않으며 되돌릴 수도 없다. 하지만 마음 안의 시간은 일요일의 하늘처럼 여유로울 때도 있다. 똑같은 시간이지만 양면성을 지녔다. 찰나처럼 스쳐 가는 시간이 있고 거북이처럼 여유로운 시간도 있다. 단지 그 시간을 어떻게 맞이하고 간직할 것인가는 개인의 몫이다. 그 안에는 가슴 아픈 일도 있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있다. 어느 날 생각이 나면 슬며시 끄집어내어 회상할 수도 있다.
서랍 정리를 하다가 시계상자를 여러 개 발견했다. 외삼촌이 일본에서 나오실 때 사 온 선물이다. 식구 모두에게 세이코 시계를 선물로 주셨다. 외삼촌은 일본으로 가신 지 몇십 년 만에 한국방문단으로 나오셨다. 어릴 때 건너 가셔서 조총련에 가담이 되어 자유롭게 못 나오셨다. 외삼촌이 일본으로 건너갈 즈음 한국은 너무나 못사는 나라였기에 귀한 선물로 사 오신 것 같다. 내가 받은 것은 은빛 줄에 동그란 모양이고, 남편은 투박스럽지만 견고해 보이는 시계였다. 감사해서 한참 동안 팔에 끼고 다니다가 지금은 보관하고만 있다. 서랍 속에는 퇴직할 때 받았던 시계, 아들이 군대에서 표창으로 받아온 시계, 아버지께서 보관하시던 금도금 테두리로 된 시계 등을 보관하고 있다. 모두 한 번도 끼지 않은 새것이다. 손목시계는 스마트폰이 시간을 확인하는 필수품이 되니 자연적으로 서랍 속에 보관되어 있다. 감사한 선물로 고이 간직하고 있다.
시계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의 시간 속에서 쉼 없이 돌아간다. 사람은 눈뜨면서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쓸데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쌓여 내 인생이 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과 초조함으로 하루를 흘려보낸다. 하루하루 삶에 정성을 다하고 자신에게 맞는 건강수칙을 정해 일상생활에 습관화 시키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 봉사하는 음덕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시계 초침 소리가 감사하게도 즐겁고 희망차게 살아가라고 쉼없이 째깍거린다. 앞으로 다가올 삶을 행복하게 가꾸어 가라는 교훈의 소리로 듣는다.
첫댓글 시계에 얽힌 이야기 조금더 재미있게 퓰었으면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계에관한 이야기잘읽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공간을 관통해 시간은 흐르고 시계도 따라가고 있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