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율배반(二律背反), 자가당착(自家撞着)
2022년 7월 20일 수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스무이튿날
요즘 촌부의 일상은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사전적인 의미는 이렇다.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명제'이다.
뜬금없이 무슨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컨데 이율배반은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을 일컫는 자가당착(自家撞着)과 같은
뜻이 아닐까 싶어서 이런 화두를 꺼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 하면,
'느리게 살자' 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하면 서두르고,
'모두 내려놓고 욕심없이 살자'하면서 뭘 그리 많이
거두겠다고 시도때도없이 정신없이 일을 하는지...
아내는 자주 촌부더러 일중독자라고 말하곤 한다.
나름의 방법으로 일하고 쉬엄쉬엄 즐기며 하는데...
하지만 이율배반, 자가당착이라서 부인은 않는다.
이런 부지런함은 아마도 피를 못속이는 모양이다.
내 할아버지가 그러셨으며 내 아버지도 그러셨다.
정말 부지런하셔서 한 시도 허투루 보내는 성격이
아니셨다. 오죽하면 이런 말씀까지 하셨을까?
"죽어지면 썩어질 육신인데 뭘 그렇게 몸을 아껴!
죽는 그날까지 몸을 움직이여야 하는 것이야!"
어린 나이에 들었던 말이지만 지금껏 머릿속에는
두 분의 그 말씀이 그대로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허투루 시간 보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은
할아버지, 아버지를 닮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온종일 종종거리면서 다니지는 않는다.
나름 할 일을 정해 차근차근 마무리를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죽어라 일하는 건 아니고 쉬엄쉬엄 한다.
어제는 아내와 조금 바쁘게 움직이기는 한 것 같다.
어제 하루의 일상을 간추려 보면 대충 이렇다.
- 아침 5시반 기상하여
냉수 한 잔 들이키고 혈압을 측정하여 기록하고
- 아내와 함께 1시간 가량 단지를 돌며
약 7,000보의 걷기운동을 한다.
- 아침 식사후 일기를 쓰고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을 시청한다.
- 10시반부터 시작한 카페 정리와 펜션 청소를
하느라 오후 1시반까지 정신없이 바빴다.
- 요즘은 한낮에는 일하기가 힘들어 쉬기로 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쉬면서 독서를 하다가
피곤했는지 그만 낮잠에 빠져버렸다.
- 오후 4시 무렵 낮잠에서 일어났으나
갑작스레 후드득 거리는 소나기에 부랴부랴
카페와 펜션에 내려가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고
- 소나기가 주춤하는 사이에 밭에 나가 잡초뽑기
- 오후 5시 무렵 저녁 찬거리 준비
상추, 쑥갓, 풋고추를 조금씩 뜯고 따온다.
- 온갖 채소로 비빔밥을 비벼 저녁식사를 하고
- 원고를 쓴답시고 앉았는데 그만 꾸벅꾸벅 졸았다.
- 원래 초저녁 잠이 없는 사람인데
카페 정리와 펜션 청소를 하느라 피곤했는지
일찌감치 잠에 빠져 오늘 아침 5시반에 기상했다.
첫댓글 쉬엄 수엄 재미로 하세요
날씨 더운데 건강 조심 하시구요
요즈음
채소 수확의 재미가 쏠쏠 합니다~ㅎ
마음은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일을 시작했다 하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이라... 그래서 이율배반, 자가당착이라는 화두를 꺼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나 그런 생각으로 사는가 봅니다.
그래도 촌부님의 일상은 자가당착이 아니라
몸이 가는 것은 마음으로 라도 생각하시는 자기성찰이지요.
건강이 최우선이고, 쉬엄 쉬엄 일 하시기를 권해 봅니다.
아이구~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을 시작하기전의 마음은 늘 쉬엄쉬엄 하자고 다짐하면서 시작을 했다 하면 그냥 직진하는 성격이라 문제입니다. 그나마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입니다. 아직 수양이 덜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