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1세
직업: 건설 노무직
이름: 최준석
사는 곳: 강릉 노암동
참고: 저는 친북주의자나 주체사상신봉자가 아닙니다.
-파병 한다고 뚝딱 아침에 결정한채 떠나고, 언제는 시간 없다고 30분 만나던 부씨 아저씨가 우리 노통장님을 친구라고 불러주던 날...-
<기미쑝과 모땡그>
이건 정말 '만약' 인데요, 정말 그냥 뜬금없는 상상인데요...
어쩌다 역사에 우연적인 현상과 계기와 행운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겹치고 겹쳐서,
북한 땅에, 변형된 주체사상에 기원을 둔,
그러니까 벌써 말부터가 안되는 놀라운 자본주의
('뭐? 공산주의, 주체사상에 기원을 둔 자본주의?')가 발달했다고 해봐요.
그리고 차차 그것을 넘어서게 되었다고 해 봐요...
어떻게? 대충 말하자면요, 이건 그냥 어처구니 없는 상상인데요...
원래 있던 북한 정부가 누구 말대로 무너지고 나서,
권력의 공백상태에 들어간 이 지역 재건을 맡게 된
'한국-UN 주도 다국적 북한지역 개발기구'가,
해외의 자본을 끌어들여야만 이 지역을 살릴 수 있다면서,
북한 영토의 대부분을 자유무역지구, 재개발지구로 선정하고,
그래서 북한 땅 자체가 거대한 홍콩처럼 변한지 여러 세대가 지난 후에요...
오직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삶의 양식에 익숙해져야 했고,
전통적인 교육열에다 억척스런 노력에 힘입어
결국 각 분야의 연구지식과 경험과 실력은 축적시켰지만,
신라말 육두품이나 영국 중세말기 젠트리나 여말선초 신진사대부들처럼,
소수의 외부 다국적인들에 비해 '2등 계층, 2등 국민'의 처지를 만족하지 못하던
그 지역 '원주민(그러니까 북한출신 한민족 후손)'들이,
자기들 처지를 극복하기로 마음먹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일부는 지난 시절의... 잘나가던(?) 주체사상의 기억에 향수를 품고,
아마도 그 일부를 부활시키는 거죠.
하지만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거기다 적당한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서'
...이런 부활이다 보니 원본과는 다른 점, 첨삭과 수정이 많겠죠?
아마 말이 주체사상이지 예전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많을 거예요.
다른점 하나만 집어서, 그들은 혁명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자치권을 되찾고,
하나둘씩 개혁을 이룬다고 해보죠...
최초의 원주민 출신 총통이 선출되고,
원주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다수당이 다수 여당이 되어서요...
아무튼 개혁이 사회를 확 뒤집는데 성공해서,
옛날에 그 지역에 있었던 사회와 비슷한 것도 같지만 실은 다른,
사실 여러모로 훨씬 나은 사회,
누구 말대로 국경과 나라란 개념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간의 창의력이나 조화를 유지하는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활기찬 사회가 어쩌다 탄생되기 시작했다고 해봐요.
국적없는 지역으로 몇백년 있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게 나중에 성공한다면요,
뿐 아니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기술적인 면에서나 가치관 면에서나 그때 되면 한참 위기에 처할
자본주의 석유문명에 대한 하나의 효과적인 해결책이 그곳에서 탄생한다면요...
(원래 옛날부터 여러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모이는 경험이 축적된 지역에서
문명의 혁신이 일어나기 좋다매요?)
이 지역이 세월이 지난 후 발전을 거듭하여...
북한을 중심으로 한반도 대부분 지역과 만주에선
국가와 국경의 개념이 제일 먼저 무너지고요,
소규모에서 대규모 공동체들이 자치를 이루고,
기술도 눈부시게 발달하고요, 그래서 결국...
내부 중력이 다채롭게 조절되고 쾌적하기 이를데 없는,
천층짜리 복합 마천루들의 인공도시,
비슷한 천층짜리 지하도시, 공중도시와 해저도시들이 출현하고,
그 도시들은 멀리 대기권 밖의 태양빛을 자유자재로 끌어다 쓰고,
그러면서도 지상의 녹지는 훨씬 늘어나고,
게다가 저렴하고 깨끗하면서도 무진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이미 상용화된지 오래고,
그런 소형 기관을 갖춘 공중부양 '자가용'들,
매연 없고 조용히 하늘을 나는 비행선들과 우주선, 우주 관광등이 흔해지고,
공간이동장치들을 통해 지구를 넘어선 일상 생활의 장이 펼쳐지고,
마치 살아있는 생태계 자체와 흡사하여
기술이라기 보단 마법과도 같은 친환경적 기후 조절 시스템이 사용되고,
허공에 뜬 거대한 자연림들
(예를들어 다시 태어난 중생대의 숲이나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하고 신비로운 식물들이 무성할 수도 있죠),
마찬가지로 하늘에 떠다니는 거대 농경지와 농장들이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누구나 평균수명 200살에 항상 2-30대의 신체상태가 유지되는 시민들은
놀랍게 성숙한 인격과 지혜도 갖추고,
만약 지금 사람들이 본다면 '초능력'이라 부를 힘들을 누구나 갖고,
또 그들 사이의 의사 전달, 합의 기술과 제도들이 발달하여,
요즘 사람들 같으면 수백 년 동안
갑론을박하다 전쟁까지 한다 해도 해결 안될 문제들이 뚝딱뚝딱 해결되고,
사람들은... 신선들이나 천사들의 모임같은,
언제나 올림픽처럼 축제분위기가 가득한
거대한 합의회 모임에
(이를테면 지구가 한가득 내려다 보이는 우주공간 같은데서 열리겠죠),
직접 혹은 각자의 아바타 환영을 통해 자유로이 모이고,
소외당하는 민족이나 계층이 없는, 빈틈 없는 사회보장 제도들을 갖추고...
(어쩌면 제도 같은 건 필요도 없어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각 개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최고가 되었다고 해봐요...
그리고 그 시대에는 이미 오래 전에 옛 문명의 폐해 때문에 멸망한
북미지역이나 유럽의 유민들이 꾸역꾸역 이 새로운 문명형태를,
이전 자본주의 문명처럼 전쟁과 정복를 통해서가 아니라
'평화로운 참여'를 통해 수입한다고 해봐요...
좀 황당하긴 해도 아무튼,
예전에 엑스포 홍보관에서나 만화 속에서 보던 세상보다
쪼끔은 더 나은 세상이 하필 한때 북한이라고 불리던 땅과 그 부근에서
'원주민 후손들'을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하는 거죠.
그냥 상상으로 말이죠 뭐.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시대에는,
지금 사람들이 모두 양복입고 넥타이 매듯이,
모든 시민들이 그 원래의 뜻도 잃어버린 김일성 뱃지와 붉은 목댕기를 달고 다니는 거예요...
이런 문명 혁신들을 처음 시도했던 이들이,
과거에 향수를 품고 개혁을 시도하다가 아마 그런 것들에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면
그럴 수도 있죠, 뭐.
하지만 아마 그 인물 도안도 퍽 변형되어 양식화되었기 때문에
그걸 보고 김일성의 얼굴을 떠올리기 쉽지 않겠죠.
이름도 '기미쑝'이니 하는 식으로 달라지고요.
'북한식의' '옛 북한지역 기원의 문명'이 차차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온 세계에 뻗어나감에 따라
결국은 전 세계인들이 이 새로운 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온 세계가 문명인의 상징으로
그 유래도 잊혀진 '기미쑝'과 '모땡그'를 하고 다니게 되었다고 해보는 거예요...
이름이 어째 쁘랑스 빠리 빠쑝같죠?
그 시대엔 어느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자기 기미쑝과 모땡그를 보여주면서,
'옛날에...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직 석유를 태워가지고
석유 찌꺼기로 덮은 땅위를 달리던 시절에...
어떤 상막한 전체주의 나라에서부터 자기네 세상이 기원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세계 곳곳의 아이들은 환상적인 공간 속에 모여 선생님의 영상을 둘러싸고,
황당한 동화나 신화처럼 재미있게 듣는 거죠...
그러나 한편 더욱 황당하게도,
같은 시대, 저어-기 서울이 있었던 자리나
어쨌건 남한지역 극히 일부, 과거 대도시군이 있었던 일부 지역엔
'원시적인 21세기 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러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청학동이나
미국으로 따지면 에미쉬 마을 같은 지역이 남아있는 거예요...
기미쑝과 모땡그는 악의 문명이라고 단호히 거부하면서,
21세기 동아시아 끝의 반도남쪽지역 물질문화, 생활양식,
그리고 각종 사회상까지도 그대로를 고집하는 인간들이 사는 거죠.
외부와 접촉을 일체 금하면서, 바깥세계에 대한 통행과 정보접촉을 일체 금하면서...
단지 자기들끼리만 통할 뿐, 이젠 전세계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구식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이미 오래전에 슬럼화 되었기 때문에,
외부인들이 보기엔 닭장같이 끔찍하기만한 건물을 놓고
'고층 고급주거' 라면서 아직도 입주 경쟁을 벌이면서,
여전히 주식투자와 땅투기와 성형수술과 살인적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밤에는 노래방이니 각종 룸이니 침침한 곳을 전전하면서,
종종 인재가 부른 대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일부는 카드빚에 목을 매고 일부는 한강변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수백년 전통의 소주를 까면서,
그게 우리의 수백년 된 전통이라며 그렇게들 사는 거예요...
길거리엔 아직, '그들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그려진 간첩신고 광고가 붙어있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산다' '순수한 신자유주의는 인류역사의 진정한 결론이다.' 등등,
21세기 초에 그들 지역에 살던 조상들이라면
좀 야릇한 기분으로 바라보았을 어투의 구호를 벽에 적어가면서...
(고립되어 살다 보니 아무래도 좀 딱딱해진 사회 분위기를 자기들도 어쩌지 못하는 거겠죠?)
그런데 이 지역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아직 원시적인 화석연료 생산 기술을 고수하고 있으므로,
외부 세계의 지원이 없이는 스스로의 사회를 유지하지도 못하겠죠.
자원과 자본의 유통과 소비는 멈추면 망하니까요...
막대한 석유(실은 외부 문명세계에서 이들을 원조하기 위해 만든,
실제의 석유와 흡사하게 제조된 인공 석유)를 수입하고,
막대한 철강, 원목을 수입하고(역시 원조품이겠지만),
대신 공해와 쓰레기를 내뿜겠죠.
뭐... 공해산업을 이전할 만한 해외 개발도상국도 없어졌으니,
그런 것들을 다 자기들의 좁은 지역 안에 둘 수 밖에 없을 거예요.
한편으로 기술 도입이나 모방의 대상이 될 선진국도 없어졌으니,
나름대로는 '우리가 이제 세계 최고의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이라는
망상을 가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수출시장 역시 없어졌으니 모든 수요와 공급이 내수시장으로 좁아지고요...
그러한 이 지역이라 해도 어느 도시 골목이나 식당에서,
지금은 그 원래 의미라곤 전혀 없는 기미쑝과 모땡그를 하고
순간이동장치를 차고 관광왔다가 사라지는 외부세계 관광객들의 모습이
더러 목격되기도 하겠죠?
그러면 그건 '빨갱이 귀신'이라고 불리겠죠.
"앗, 빨갱이다, 싶으면 국번 없는 113, 고스트 바스터즈를 불러, 나도 팔자 한번 펴 보자!"
이런 가사를 실은 랩송과 함께,
'고스트'들에 관련된 괴담과 성공담들이 관민 양측에서 지어져서 나돌구요...
그건 어쩌면 사회가 다시 경직되면서 등장한,
21세기가 아니라 약간 더 전 시대의 복고풍적 현상이겠지만.
한편 이 지역 외부의 '모땡그' 문명 세계에서는
이 지역을 '살아남은 옛 문명의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여,
두고두고 지켜보면서 교훈 꺼리, 연구 꺼리로 삼는 거죠.
불과 3-400년 전만해도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만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위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삼는 거예요.
물론 이 지역의 뒤치닥거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죠.
예를들어 보호구역 주민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이 지역에서 내뿜어지는 공기를 통채로 정화하고 새로운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서
거대한 역장의 막을 이 지역 상공에 씌우기도 하고,
이 지역의 지질구조 아래에다 정교한 수질 정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종 바이러스 출현이나 방사능 유출같은 거대 사고들이나,
혹은 인플레나 주식가격 폭락, 내전의 위기등으로
이 조그만 세계가 자멸할 위기에 처하면
슬그머니 '빨갱이 귀신 요원'들을 보내 위험 요소를 살짝 조정해주기도 하면서...
그런데도 자기 처지도 모르는 이 지역 사람들은 이상한 사고방식에 젖어서,
'우리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자유시장경제의 보루' 라면서,
'폭압과 독재로 고통하는 전 세계를 구출하기 위해'
동시에 '테러의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계 각 지역에 전투병을 파병할 것을 동의하는 동의안을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내놓는 거죠.
그때만큼은 연중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도 안정을 되찾는 것이 관행이고요.
그럼 군에서는 옛 시대의 어떤 강대국이 쓰다가 버린
항공모함이랑, 이지스 함이랑, 전투기, 미사일 같은 걸 주워모아다
수백년 전부터 대대로 수리하고 보존해오던 것들을,
종묘에서 위패 꺼내어 모시듯 격납고와 기지에서 고이 꺼내서
바다와 하늘에 띄우겠죠.
'우리는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거죠.
옛날 유럽과 북미지역에 있었던 어떤 나라들의 역할과 맥을 이은,
후계자로 자처하는 거죠.
'이젠 우리가 $국이다' 해가면서...
하긴 그말도 맞는 게, $국이건 ₩국이건 간에,
이 지역이야말로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국가'일테니까.
그 골동품 들이 덜덜덜 바다와 하늘 위를 움직이면,
주민들은 열광하며 자부심을 갖겠죠...
그리고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도가 덩달아 올라가겠죠.
자꾸 멈추려고 하는 경제도 조금 도는 것 같구요.
이걸 노리고 지도자들은 더욱 행사에 열을 올리고요.
그러나 정작 지난 2-300년 동안,
바깥 세계로 향한 출병이 자기 지역을 벗어나는 것 조차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사례가 전부이기 때문에...
또한 정작 사정을 아는 이 지역 지도자들은,
군인이고 누구고 간에 그 어떤 국민도 바깥 세계에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파병 동의안 결의와 출정식은 근해와 영공을 한바퀴 픽 도는 의례적인 행사,
형식적인 의분에 가득차서 '하는 척' 하는, 해마다 하는 행사가 된지 오래겠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파병식은
기미쑝과 모땡그 관광객들의 정기적 관광코스가 되기엔 아주 좋겠죠.
아! 그럼 정말 비참하겠다. 그죠?
이 지역 사람들의 인생을 불쌍하게 생각한 '모땡그' 문명권 일부 사람들은
이 지역을 점차적으로 '개방시켜' 세계에 동참시키자는 주장을,
그들의 우아한 대기권 밖 회의에서 제기하겠죠.
아마 북한지역 원주민의 후손 출신들이 주도적 입장을 담당한다고 해보죠.
하긴 그런 주장은 힘을 덧입을 수 있겠죠.
다만 이 보호구역 사람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여
순차적인 '설득, 개방' 계획을 세워도 보겠지만,
자기들의 생활 양식을 고집하는,
게다가 이런 주민들의 맹신으로 인한 부수이익을 잃기 싫어하는
옛 문명 보호지역 지도자들은 호전적인 태도로
'이건 내정 간섭과 체제 붕괴 의도'
'한마디로 명을 위한 전술'이라고 맹비난하며,
이런 움직임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겠죠.
'당신들 그렇게 나오면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공격도 불사한다.' 해가면서요.
물론 그래봤자 이미 핵무기는 구식이요,
사용해봤자 자기들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역장의 막에 막혀
자기들만 죽게 될것도 지도자들은 어렴풋이 알겠지만,
역시 자기들의 멸망하도록 순순히 관망하지만은 않을
외부세계의 심중을 믿고 그렇게 엄포를 놓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