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금리와 주가 급등으로 연초 세웠던 독한 재테크 결심이 느슨해지면서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집 나간 자식으로 여겼던 돈이 예기치 않게 제 발로 걸어들어오자,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지 않고 흥분해서 지갑을 열어버린 결과다. 그러나 자칫 그릇된 판단을 할 경우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시장 과도기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당신에게 유용할 만한 3가지 처방전을 소개한다.
◆고금리 귀환에 대비하라
통상 소비자들은 땀 흘려 노동을 통해 번 돈과 공짜로 생긴 공돈을 전혀 다른 종류의 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저금리로 대출 이자가 줄면서 내 수중에 남은 돈이 다시 사라진다 한들 뭐가 손해일까?" 하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저금리가 소비자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따끔하게 꼬집었다. 집 사느라 빌린 은행 이자가 저금리 변수로 줄었지만 여전히 대출 원금은 남아 있는 것이고, 주식에 투자했던 돈이 원금에서 엄청나게 깎였다가 가까스로 회복해 이제 겨우 원금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마치 큰돈이라도 번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 대표는 "대출 이자가 줄었다면 그 돈으로 원금부터 상환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공돈이 생겼다며 무계획적인 소비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며 "향후 자금이 필요할 만한 상황을 예측하고 체계적인 재무 관리를 하지 않으면 가계가 극단적인 위험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령 지금은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다행이지만 만약 갑자기 거꾸로 금리가 치솟는 경우엔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양승익 삼성투신운용 과장은 "향후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한다면 시중에 풀려나간 유동성을 조이기 위해 정부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금리가 언제든 크게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수시입출금이 자유로운 CMA나 자유적립식 상품에 비상금을 비축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화뇌동식 매매는 피해라
향후 금융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뜻밖에 생긴 돈을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다만 시장을 장밋빛으로 본다고 할지라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제윤경 대표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으면서 무작정 남의 말만 맹목적으로 믿고 따라간다면 낭패 보기 쉽다"며 "대출받아 주식을 샀는데 기대했던 대로 주가가 뛰어주면 좋겠지만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불확실할 때에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상승세가 단지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데드 캣 바운스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을 때는 한번 튀고 죽는다는 뜻으로,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 장세에서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주식시장 강세는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반영된 반짝 상승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중대 변수는 고용이다.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19만5000명 감소하면서 10년 만에 사상 최대폭으로 줄어드는 등 고용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돈을 못 벌면 소비가 늘어날 수 없고 그에 따라 경기 회복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시간을 친구로 사귀어라
세금 환급금이나 선물로 받은 돈 등 뜻밖에 생긴 공돈을 허투루 잘 써버려 후회하는 체질이라면, 돈을 쓰기 전에 조금만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자. 3~6개월 뒤에는 이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뭐든 사도 좋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3~6개월 동안은 MMF나 CMA 등에 잠시 맡겨두면 된다.
김수영 굿모닝신한증권 차장은 "이렇게 돈을 잠시 보관했다가 3~6개월 만기가 다가오면 저축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의 돈을 일해서 버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돈을 쓰기 전에 얼마간의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면, 자칫 잡비로 써버릴지도 모르는 소소한 현금이 사실상 쉽게 써서는 안 되는 일종의 '저금'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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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 김모(45)씨는 최근 통장에 찍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작년 말에는 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었는데,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 2.99%가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월 60만원대로 절반이나 줄어들자, 마치 길에서 공돈을 주운 듯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돈을 벌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지출을 늘렸더니 카드값이 지난달 갑자기 100만원이 넘어갔다"며 후회했다.
□비상금은 자유적립 상품에 넣어 고금리 대비하라
2 서울에 사는 주부 최인희(37)씨는 1년 전에 투자했던 주식이 최근 주가 급등으로 다시 본전 수준까지 오르자 서둘러 처분했다. 남편 몰래 대출을 받아 투자했던 것인데, 수익률이 떨어져 속병을 앓았던 탓이다. 다시는 주식에 손도 대지 않겠다고 결심했건만, 주변에서 '주식에 돈 넣어 열흘 만에 두 배로 불렸다'고 떠드니 다시 손이 근질거린다. 최씨는 은행 대출을 갚지 않고, 그 돈으로 시쳇말로 '뜬다'는 종목에 재투자해볼까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