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드가는 대표적 인상파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점에서 그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다른 인상파 작가들이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여러번에 걸쳐 인상파전에 그림을 냈으면서 인상파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외광파 화가(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총살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 나는 유명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
대부분의 예술가들도 이런 바램을 가지고 있지요.
드가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친구도 없이 고독을 자랑스러워 하며 살았습니다.
죽을 때까지 그 낭만적인 샹제리제 거리를 혼자서 걸었다고 합니다.
괴팍하고 폐쇄적인 사람 같습니다. 친구하기엔 힘든 사람 같죠?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파격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물들을 많이 그렸는데,
그 순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고 독특합니다.
우리네 인생들에게도 저런 순간들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발레하는 무희들을 그린 그림들을 보면 우아한 포즈의 발레리나도 보이지만
등을 긁거나 기지개를 켜면서 자신의 차례를 지루하게 기다리는
무희들의 포즈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종종 하품을 하는 여인들도 등장합니다.
에드가 드가는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귀족에 어울리는 생활과 가치관을 고집했습니다. 신분에 맞는 최고의 교육을 받았으며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에콜 데 보자르에서 그림을 배웠습니다.
또한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안이 몰락하고 사회적 지위가 허물어지면서 더욱 보수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귀족이란 신분은 날조되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아마도 그런 자신에 대해 드러내길 싫어했기에 더욱 개인적인 성격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거의 인간혐오증에 가까운 그의 생각들이 그림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세탁소의 여인, 무희, 가수, 창녀(목욕하는 여인)들은
아름다워 보인다기 보다는 무미건조하며, 오히려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그림들은 후기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의 질타를 많이 받았습니다.
드가는 그림 속 직업여성들에 대해 '무시와 비하'를 하고 있다고 말이죠.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인
'목욕하는 여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점은
목욕하는 창녀를 기다리는 신사의 눈이거나 열쇠구멍으로 그 모습을 훔쳐보는
관음증의 시선입니다.
실제로 그 시기의 파리에서는 물이 귀해 사람들이 목욕을 많이 하지못했지만
창녀들에게는 하루 한번의 목욕이 의무였다고 합니다.
드가도 모네와 마찬가지로 생애 말년에 눈병을 앓아 거의 실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파스텔화뿐 아니라 조각까지도 쉬지 않고 제작했습니다.
그가 죽은 후에 사후 경매에 올려진 작품 수에 사람들은 엄청나게 놀랐다고 합니다.
음악가인 베토벤은 청각을 잃고, 화가인 드가는 시각을 잃었다는 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그래도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