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태백’
이곳보다 더 서늘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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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솔길을 함께 걸어보실까요? 원문보기 글쓴이: hoya
‘21도’ 이곳의 낮은 도심의 밤보다 낮다
박 경 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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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주의보’에다 열대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여름은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습니다. 여름의 초입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참겠지만, 여름의 절정을 넘어서도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는 늦더위는 우리를 더욱 지치게 합니다. 어찌나 견디기 힘든지, ‘그래 봐야 이제 보름 남짓’이란 위로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휴가의 절정이 막 지나고 우리 땅에서 ‘가장 시원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이날도 태백 시내의 한낮 기온은 31도를 훌쩍 넘었습니다. 예년에는 순차적으로 피어나던 구와우마을의 해바라기들이 올해 한꺼번에 폭죽처럼 피어난 것도 다 이런 폭염 때문이지 싶었습니다. 그래도 구태여 더위를 무릅쓰고 해바라기 밭을 찾아간 것은 해를 바라보며 정염과 열정을 불태우는 해바라기 밭은 모름지기 세상을 다 태워버릴 듯한 뙤약볕 아래에서 더 화사하고 아름답기 때문이었습니다. |
해발 1330m 만항재… 오전 8시 21.6도
#1 해발 1330m. ‘우리 땅에서 차로 가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라는 만항재. 오전 8시쯤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상갈래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414번 지방도로를 따라 정암사를 지나 만항재를 향해 오른다. 정암사에서 26.8도의 기온을 기록한 온도계는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자 숫자가 내려간다. 만항재를 오르는 길 중턱쯤에 자그마한 마을이 있다. 닭백숙 등을 끓여내는 식당들이 즐비한 고한읍 고한리 만항마을이다. 이 마을 아주머니들은 어찌된 게 죄다 긴팔 옷 차림이다. 간혹 점퍼 차림도 눈에 띄었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마을이 참 시원하다”고 말을 건넸더니, 만항마을 성원슈퍼 주인 김선자(여·60)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긴팔 옷차림의 김씨는 “고한읍에서 살다가 7월초쯤 이곳으로 이사왔는데, 읍내와 이곳의 기온이 영 다르다”며 “아침 저녁으로 추워서 그런가, 병이 다 났다”고 했다. 온도계가 가리키는 기온은 23.8도였다. 아침이라곤 하지만, 반팔 차림으로는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만항마을을 지나 다시 만항재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고개 정상 쪽에 운무가 밀려든다. 낮은 목을 넘어온 안개는 순식간에 고개 정상을 빨아들였다간 토해놓고, 다시 빨아들이기를 반복한다. 만항재 정상 표지석에 다다르자 기온은 어느새 22.1도까지 내려갔다. 만항재 정상에 차를 세우고 내리던 관광객들은 “어, 춥다”고 한마디씩 한다. 소슬한 바람이 부는 만항재에 서니 떠나온 곳에서 삶아댈 듯 이글거렸던 여름 더위가 좀처럼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운무가 밀려오면서 안개의 작은 입자들이 피부에 닿을 때면 살짝 소름이 돋기도 한다. 더위로 늘어졌던 온몸의 근육들이 탱탱하게 긴장되는 것이 느껴진다. 서늘한 기온 때문에 기운이 절로 나는지 관광객들이 너나없이 낙엽송이 우람한 숲길에 든다. 참 오랜만이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청량한 숲길을 걷는 것이…. 해발 1573m 함백산… 오전 10시 20.8도 #2 만항재는 함백산의 허리쯤인 8분 능선을 넘는다.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경계의 함백산은 해발 1572.9m로 대한민국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다. 인근 태백산의 명성에 가려서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함백산은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보다 해발고도가 6m가 더 높다. 염천에 해발고도 1500m를 웃도는 산을 오르자면 엄두조차 내기 어렵겠지만, 함백산은 등산의 수고 없이도 가뿐하게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온도계를 들고 함백산 정상까지 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함백산은 정선 쪽에서 만항재 정상에 닿기 직전, 왼편으로 나있는 태백선수촌 분촌 팻말을 보고 사잇길로 접어들어 달리다가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 길을 택하면 된다. 정상까지 놓인 시멘트 포장도로는 관광객의 편의가 아니라 함백산 정상에 우뚝 서있는 방송중계소 운영 때문에 놓인 것. 정상으로 이르는 길에 별다른 이정표나 안내판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상을 향하는 가파른 시멘트 포장도로에 올라서자 온도계 숫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몰려든 운무로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다. 이윽고 길은 방송중계소의 철조망에 막혔다. 여기서 내려서 봉긋하게 솟은 바위 위로 오르면 표지석이 서있는 함백산 정상이다. 함백산은 바람이 거세다. 우우 휘몰아치는 바람에 몸이 날려갈 것만 같다. 게다가 일기도 불순하다. 안개와 구름이 밀려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파란 하늘이 열리기도 하고, 반대로 청명한 하늘이 급작스레 몰려온 먹구름에 뒤덮이기도 한다. 어찌나 날씨가 변화무쌍한지 겁이 더럭 날 정도다. 온도계는 20.8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곳에서 온도계 숫자는 믿을 게 못된다. 워낙 바람이 거센데다 안개 입자들까지 차갑게 몸에 달라붙으면 체감온도는 뚝 떨어진다. 해발 920m 용연동굴… 오후 1시 12.5도 #3 태백 주민들에게 ‘가장 기온이 낮은 곳’을 물으면 십중팔구 용연동굴을 꼽는다. 동굴 내부의 기온이 낮은 것이야 상식 중의 상식. 그러나 동굴 입구가 해발 920m의 고지대에 있어서일까. 용연동굴 속은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보다 더 기온이 낮다. 무더위가 한창인 오후 1시쯤 동굴 입구에서 잰 온도는 28.2도. 햇볕 아래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다. 동굴로 이어지는 철계단을 딱 세 걸음만 들어서자 동굴 안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들고 있던 온도계의 숫자가 빠르게 떨어졌다. 15도까지 떨어진 온도는 동굴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더 들어갈수록 계속 낮아졌다. 금세 땀이 식으면서 반팔 티셔츠 밖으로 드러난 팔에 오슬오슬 소름이 끼쳤다. 일찌감치 관광지로 개발된 용연동굴은 삼척의 환선굴이나 대금굴, 평창의 백룡동굴과 같은 비밀스러운 맛은 없다. 종유석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온통 석주를 이루고, 거미줄처럼 이어진 가지 굴의 신비함도 모자란다. 종유석이 부러진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고, 동굴 생성물들은 이미 성장을 멈추고 초록색 이끼가 피어오른 지 오래다. 게다가 관람로 곳곳에 붉고 푸른 조명들을 설치해 놓았고, 난데없이 동굴 한복판에 분수대를 만들어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요즘같은 폭염에 ‘시원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 용서가 된다. 동굴 깊숙한 곳에 ‘큰송이’와 ‘키스’로 이름붙여진 바위가 있는 곳쯤에서 온도계는 최저 기온을 찍는다. 12.5도. 이어 찾아간 곳이 태백시 삼수동 검룡소다. 검룡소로 드는 길은 숲이 짙기도 하거니와 평균 9도의 차가운 물이 쉴새없이 솟구치는 곳이다. 숲이 해를 가리고, 새로 솟는 차가운 물이 더워진 공기를 식힌다. 오후 3시쯤. 검룡소 입구에서부터 걷는 1.3㎞ 구간의 숲길에서 온도계는 27.6도를 가리킨다. 그러나 검룡소에 다다르자 차갑고 습한 기운이 번진다. 검룡소 숲 그늘에 당도하자 온도계는 24.6도까지 내려갔다. 검룡소 초입과 비교하면 3도가 낮아진 셈이다. 해발 1000m 하이원호텔… 오후 8시 22.1도 #4 태백의 7, 8월 평균 기온은 19도 안팎. 그러나 올해만큼은 예외다. 이날도 태백시내 한낮 최고기온은 31도를 넘었다. 이즈음 태백을 찾아간다면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가 바로 구와우마을의 고원자생식물원이다. 식물원은 요즘 일제히 피어난 해바라기가 물결치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발 850m의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지만, 오후 4시 이곳의 기온은 27.9도를 기록했다. 그럭저럭 참을 만했지만, 식물원에서 주차관리를 하던 직원은 더위에 익숙지 않은 탓인지 “너무 더워서 진이 다 빠질 지경”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런 더위 때문에 고원자생식물원의 해바라기들은 일제히 한꺼번에 꽃대를 밀어올리고 환하게 꽃을 피워냈다. 김남표 고원자생식물원장은 “예년에는 해바라기가 순차적으로 피어났는데, 올해는 꽃도 빠르고 개화시기도 한꺼번에 몰려 폭죽처럼 터졌다”고 했다. 이런 구경거리에 이 정도의 더위쯤이야…. 한꺼번에 피었으니 지는 것도 한순간. 아쉽게도 해바라기는 열흘 뒤면 다 져버릴 듯하다. 도회지의 한여름은 밤에도 쉽게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선과 태백 일대는 다르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몰려오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 태백·정선 일대에서 가장 시원하게 밤을 보낼 곳을 꼽으라면 단연 하이원호텔이다. 하이원리조트의 대표 호텔이라면 카지노가 있는 강원랜드 호텔이지만, 정취로 보자면 골프코스를 끼고 있는 해발 1000m의 고지대에 자리잡은 하이원호텔이 한 수 위다. 하이원호텔은 쾌적한 휴양 리조트의 면모를 갖고 있다. 온통 초록의 산자락과 잔디밭 가운데 들어서 있어 자연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느낌이다. 덜 붐비고 한결 차분한데다, 여름철 기온도 훨씬 낮다. 오후 8시 리조트 밖에 세워놓은 온도계가 22.1도를 가리켰다. 객실에 들면 에어컨을 끄고 문만 열어도 서늘한 바람에 이불을 끌어올리게 된다. [묵을곳] 숙소로는 정선군 고한읍의 하이원호텔을 추천한다. 강원랜드호텔이나 하이원리조트 콘도와는 달리 주말이 아니라면 방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한여름에도 초가을같은 기온을 느낄 수 있다. 태백의 오투리조트 역시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객실에 에어컨을 들이지 않았을 정도로 시원하다. [먹을 것] 정선·태백 일원에는 육질좋은 한우를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고한읍내 ‘낙원회관’(033-591-7729)은 부드러운 육질의 한우를 내놓는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소면을 넣은 ‘된장소면’으로 입가심을 하는데 별미다. 이밖에도 배달실비(033-552-3371), 태성실비(033-552-5287), 태백한우골(033-554-4599) 등도 이름났다. <출처> 2010. 8. 11 - 문화일보 |
정선&태백’
이곳보다 더 서늘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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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솔길을 함께 걸어보실까요? 원문보기 글쓴이: ho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