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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적축은(牛賊丑隱)
같은 사람이지만 우적(牛賊)을 축은(丑隱)으로 부르면 소도둑이 우직한 선비로 바뀐다. 축은(丑隱)은 소(丑)를 은닉한(隱) 사람이란 뜻이니 소도둑과 의미는 같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소처럼 우직한 은자(隱者) 혹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다.
牛 : 소 우(牛/0)
賊 : 도둑 적(貝/6)
丑 : 소 축(一/3)
隱 : 숨을 은(阝/14)
이옥봉(李玉峯)은 여류 시인이다. 이웃 아낙이 소도둑으로 몰려 갇힌 남편의 억울함을 탄원하는 글을 써달라며 그녀를 찾아왔다. 옥봉이 전후 사정을 글로 적고 끝에 시 한 구절을 얹었다. '첩의 몸이 직녀가 결코 아니니, 낭군이 어찌 견우시리오(妾臣非織女, 郎豈是牽牛)'
자기가 예쁜 직녀가 아닌데 남편이 어떻게 견우가 될 수 있느냐는 얘기다. 견우(牽牛)는 뜻으로 풀면 소를 끌고 간다는 의미다.
소도둑을 재치 있게 이렇게 풀이했다. 탄원서를 받아본 태수가 무릎을 치며 탄복하고 그 자리에서 그녀의 남편을 석방했다. '지봉유설'에 나온다.
홍휘한(洪徽漢)은 얼굴이 너무 시커메서 젊어서부터 친구들이 그를 우적(牛賊), 즉 소도둑이라 놀리곤 했다. 사람들이 우적을 아예 호 부르듯 해서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었다.
참판 홍인호(洪仁浩)가 말했다. '우적이란 호는 우아하지가 않습니다. 이제부터 축은(丑隱)으로 고치심이 어떠실는지요?'
우적이야 간데없는 소도둑인데 축은이라 하자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의미로는 소[丑]를 은닉한 사람이니 소도둑이나 매일반이지만 듣기에 따라 소처럼 우직한 은자란 뜻도 되어 한결 맛이 있다.
사람들이 재담이라 여겨 서로 전파해 만년에 홍휘한은 마침내 축은으로 행세했다. 다산의 '혼돈록(餛飩錄)'에 보인다.
연암은 '사소전(士小典)'에서 독특한 뜻매김의 진수를 보여준다. 귀가 먹어 큰 소리로 말하는 귀머거리를 그는 '소곤대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불렀다.
눈이 멀어 실명한 사람은 장님이라 하는 대신 '남의 흠을 보지 않는 이'라고 말했다. 혀가 굳고 목소리가 막혀 말 못하는 사람을 벙어리라 하지 않고 '남 비평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또 등이 굽은 곱사등이는 '아첨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했다. '우부초서(愚夫艸序)'란 글에 나온다.
같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복잡한 세상살이에 쌓인 게 많아선지 오가는 말이 앙칼지고 날이 섰다. 온유돈후(溫柔敦厚)의 맛이 전혀 없다. 격한 감정을 실어 분을 푸는 것이 잠깐은 통쾌하겠지만 결국은 긴 근심의 출발이 될 뿐이다.
우적축은(牛賊丑隱)
연암 박지원은 '사소전'에서 독특한 뜻매김의 진수를 보여준다. 귀가 먹어 큰 소리로 말하는 귀머거리를 그는 '소곤대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 불렀다. 눈이 멀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장님이라 하는 대신 '남의 흠을 보지 않는 이'라고 말했다. 혀가 굳고 목소리가 막혀 말 못하는 사람을 벙어리라 하지 않고 '남 비평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또 등이 굽은 곱사등이는 '아첨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했다. '우부초서'란 글에 나온다.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인 정민선생이 펴낸 '네 글자'라는 책 한 꼭지에 딸린 이야기이다. 꼭지의 제목이 '우적축은(牛賊丑隱)'이라 적혀 있는데, 익숙지 않은 '네 글자(사자성어)'이다. '우적(牛賊)'은 '소도둑'을 뜻하는 말인데, 풀어보면 '축은(丑隱)' 또한 같은 뜻을 가진 말입니다.
'소도둑놈 같이 생겼다'는 말이 있다. 얼굴 시커멓고 험한 외모를 두고 일컫는 말이겠으니 듣기 좋은 말은 아닐 것이다. 그 '소도둑' 즉 '우적(牛賊)'을 '축은(丑隱)'으로 바꾸면 '소처럼 우직한 사람'으로 들리기도 한다.
'말'이란 게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른 법이다. 일전에 '곰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느리고 답답하다는 뜻에서 전해진 말이다. 여러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으나 일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쌀 한 가마니도 안 되는 무게지만 엉덩이가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흔한 말로 속전속결을 따라 움직이는 법이 없다. '곰 같다'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하지만 과히 유쾌하지는 않는다. 무거운 엉덩이가 곰 같이 답답하기는 하겠으나, 그 엉덩이 아니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곰 같다'는 말보다 '여우같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살았다. 고등학교 때 붙은 별명 중 하나가 '착한 여우'였는데, 저는 그 별명이 칭찬처럼 들렸다. '토끼 같은 자식, 여우 같은 아내'할 때의 여우도 불쾌한 뉘앙스는 아니다.
하지만 '여우같다'는 말이 좋은 뜻으로 만 쓰이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약다'는 뜻으로 쓰인다. 거칠게는 교활하다는 말 이겠고 좋게 말하면 영리하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같은 말의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을 볼 때 가급적 좋은 점을 찾으려 애쓴다. 가진 생각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대개 사람은 열에 여덟아홉의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 열에 열이 다 좋은 사람은 아직 보질 못했고, 그렇다고 열에 열이 다 나쁜 사람도 아직 보지 못했다. '저 사람 왜 저러냐'할 때의 '저 사람'도 열에 한 둘, 많아야 둘이나 셋 좋지 않은 모습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 둘 셋 또한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보기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보는 법에도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그 '아'와 '어'가 전해지는 방식이 대화와 관계를 결정짓기도 한다. 말하는 법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붙은 별명 중 하나가 '말만 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말이 많다'던가 '말 뿐'이라던가, 뭔가 비꼬인 별명이다. 그 비꼬인 별명을 풀어 가는 건 여지없이 우리의 몫이다. 말 하는 법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말 하는 법이란 사람을 바라보는 법과 무관치 않은 고로, 보는 법에도 주의와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자, 한 번 연습을 해 볼까요. 저 사람이 '소도둑'처럼 생겼다. 어떻게 보면 좋을까? 예, 소도둑놈 즉 '우적(牛賊)'으로 보지 말고 소처럼 우직한 사람 즉 '축은(丑隱)'으로 보면 된다.
다짜고짜 '당신 소도둑놈처럼 생겼다'고 섣부른 말을 앞세우지 말고, '당신 참 든든해'라고 한 칸을 건너 말하면 좋겠다. 그게 잘 안 된다면, 그냥 아무 말 않고 손이나 한 번 잡아주는 것도 괜찮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데, 우리의 '말'과 '바라봄'에 저 노래 한 소절을 실어 나르면 어떨까 싶다.
▶️ 牛(소 우)는 ❶상형문자로 뿔이 달린 소의 머리 모양을 본뜬 글자로 소를 뜻한다. 뿔을 강조하여 羊(양)과 구별한 글자 모양으로, 옛날 중국에서는 소나 양을 신에게 빌 때의 희생의 짐승으로 삼고 신성한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에 글자도 상징적이며 단순한 동물의 모양은 아니다. ❷상형문자로 牛자는 ‘소’를 뜻하는 글자이다. 牛자의 갑골문을 보면 뿔이 달린 소의 머리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다. 갑골문에서부터 소전까지는 이렇게 소의 양쪽 뿔이 잘 묘사되어 있었지만, 해서에서는 한쪽 뿔을 생략해 ‘절반’을 뜻하는 半(반 반)자와의 혼동을 피하고 있다. 농경 생활을 하는 민족에게 소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었다. 느리지만 묵직한 힘으로 밭을 갈거나 물건을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소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牛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제물(祭物)’이나 ‘농사일’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牛(우)는 성(姓)의 하나로 ①소(솟과의 포유류) ②별의 이름, 견우성(牽牛星) ③우수(牛宿: 28수의 하나) ④희생(犧牲) ⑤고집스럽다 ⑥순종(順從)하지 않다 ⑦무릅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소 축(丑),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소의 젖을 우유(牛乳), 소의 뿔을 우각(牛角), 소와 말을 우마(牛馬), 소를 부려 밭을 갊을 우경(牛耕), 소를 잡는 데 쓰는 칼을 우도(牛刀), 소의 가죽을 우피(牛皮), 소 걸음이란 뜻으로 느린 걸음을 우보(牛步), 소의 궁둥이로 전하여 세력이 큰 자의 부하에 대한 비유를 우후(牛後), 소의 수컷으로 수소를 모우(牡牛), 소의 암컷으로 암소를 빈우(牝牛), 털빛이 검은 소를 흑우(黑牛), 소싸움 또는 싸움 소를 투우(鬪牛), 식용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소를 육우(肉牛), 주로 일을 시키려고 기르는 소를 역우(役牛), 쇠귀에 경 읽기란 뜻으로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우이독경(牛耳讀經), 소가 물을 마시듯 말이 풀을 먹듯이 많이 먹고 많이 마심을 우음마식(牛飮馬食),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 큰 일을 처리할 기능을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씀을 이르는 말을 우도할계(牛刀割鷄), 소가 밟아도 안 깨어진다는 뜻으로 사물의 견고함의 비유를 우답불파(牛踏不破), 소를 삶을 수 있는 큰 가마솥에 닭을 삶는다는 뜻으로 큰 재목을 알맞은 곳에 쓰지 못하고 소소한 일을 맡기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을 우정팽계(牛鼎烹鷄), 소 궁둥이에 꼴 던지기라는 뜻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가르쳐도 소용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우후투추(牛後投芻),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등에 쓰인다.
▶️ 賊(도둑 적)은 ❶회의문자로 贼(적)은 간자(簡字), 戝(적)은 동자(同字)이다. 무기(武器)(戎)를 들고 재물(貝)을 훔치는 무리라는 데서 도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賊자는 '도둑'이나 '역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賊자는 貝(조개 패)자와 戎(병기 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戎자는 갑옷과 창을 함께 그린 것으로 모든 병기를 망라하는 글자이다. 그러나 금문에 나온 賊자를 보면 貝자와 戈(창 과)자, 人(사람 인)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재물 앞에 창을 들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무력으로 재물을 강탈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賊자는 무기로 위협하며 재물을 강탈하는 '도둑'이나 '역적'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賊(적)은 ①도둑 ②도둑질 ③역적(逆賊) ④벌레의 이름(마디를 갉아먹는 해충) ⑤사악(邪惡)한 ⑥나쁜 ⑦도둑질하다 ⑧해(害)치다 ⑨학대(虐待)하다 ⑩그르치다 ⑪죽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적 구(寇), 도둑 도(盜)이다. 용례로는 해치려는 마음 또는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는 마음을 적심(賊心), 도적을 경계함 또는 도적이 일어날 기미가 보임을 적경(賊警), 도둑에게 재난을 당함을 적난(賊難), 도둑을 벌하는 법률을 적률(賊律), 도둑에게 당하는 변을 적변(賊變), 도둑의 괴수를 적수(賊首), 도둑질하는 버릇을 적습(賊習), 임금이나 부모에게 거역하는 불충이나 불효한 사람을 적자(賊子), 도적이 떼를 지어 모여 있는 곳을 적둔(賊屯), 도둑으로 생기는 근심을 적환(賊患), 도둑에게서 받은 피해를 적해(賊害), 바다를 다니며 배를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는 도둑을 해적(海賊),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산 속에 살며 지나가는 사람의 재물을 빼앗는 도적을 산적(山賊), 남의 재물을 마구 빼앗으며 행패를 부리고 돌아 다니는 무리를 화적(火賊), 밖으로부터 자기를 해롭게 하는 도적을 외적(外賊), 무장을 하고 떼를 지어 다니면서 살인과 약탈을 일삼는 도둑을 비적(匪賊), 강한 도적을 강적(强賊), 흉악한 도둑을 흉적(凶賊), 큰 도둑을 거적(巨賊), 과거에 급제하려고 옳지 못한 짓을 꾀하던 사람을 과적(科賊), 주로 집권자에게 반대하여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도둑을 난적(亂賊), 어떤 나라나 사회 안에 있는 도둑이나 역적을 내적(內賊),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도둑을 서적(鼠賊),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 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을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나가고 난 후에야 문을 잠근다는 뜻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적출관문(賊出關門), 역적은 백발이 되도록 오래 살 수 없다는 말을 적무백수(賊無白首),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 또는 불충한 무리를 일컫는 말을 난신적자(亂臣賊子), 간사한 신하와 불효한 자식을 일컫는 말을 간신적자(奸臣賊子), 문을 열고 도둑을 맞아들인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개문납적(開門納賊), 남의 시문을 표절하여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슬갑도적(膝甲盜賊), 남의 글이나 저술을 베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써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문필도적(文筆盜賊), 남의 재물을 마구 빼앗으며 행패를 부리고 돌아 다니는 무리를 일컫는 말을 명화도적(明火盜賊) 등에 쓰인다.
▶️ 丑(소 축, 추할 추)는 ❶상형문자로 丒(축)의 본자(本字), 醜(추)의 간자(簡字)이다. 사람이 손을 뻗쳐 손가락 끝을 굽혀서 물건을 잡는 모양을 나타낸다. 음(音)을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둘째 글자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丑자는 ‘소’나 ‘둘째 지지’를 뜻하는 글자이다. 丑자는 조류의 날카로운 발톱을 그린 것이다. 丑자의 갑골문을 보면 손을 뜻하는 又(또 우)자 끝에 발톱이 그려져 있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물갈퀴까지 표현되어 있어 이것이 새의 발을 그렸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丑자의 본래 의미는 ‘발톱’이었다. 고대 중국어에서도 丑자와 爪(손톱 조)자를 혼용되었었다. 그러나 후에 丑자는 십이지의 ‘둘째 지지’인 ‘소’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丑(축, 추)는 (1)십이지(十二支)의 하나. 그 둘째로, 소를 상징(象徵)함, 십이지(十二支) (2)축방(丑方) (3)축시(丑時) 등의 뜻으로 ①소(솟과의 포유류) ②둘째 지지(地支) ③수갑(手匣) 그리고 ⓐ용모(容貌)가 추(醜)하다(추) ⓑ못생기다(추) ⓒ밉다(추) ⓓ못되다(추) ⓔ나쁘다(추) ⓕ미워하다(추) ⓖ부끄러워하다(추)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추) ⓘ유사하다(추) ⓙ이름(人名, 地名)(추) ⓚ익살꾼(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소 우(牛)이다. 용례로는 24 방위의 하나로 정북으로 부터 동으로 30도 째의 방위를 중심으로 한 좌우 15도의 방위를 축방(丑方), 산소나 집터 등의 축방을 등지고 앉은 자리를 축좌(丑坐), 그 해의 지지地支가 축으로 되는 해를 축년(丑年), 월건月建이 축으로 되는 달로 음력 섣달을 축월(丑月), 일진의 지지가 축인 날을 축일(丑日), 하루를 12시의 둘째 시로 오전 1-3시 사이를 축시(丑時), 축시의 처음으로 오전 1시경을 축초(丑初), 축시의 마지막으로 오전 3 시경을 축말(丑末), 축시의 한가운데로 오전 2 시경을 축정(丑正), 축년에 출생한 사람을 축생(丑生), 육십갑자六十甲子의 둘째를 을축(乙丑), 열 넷째를 정축(丁丑), 스물 여섯째를 기축(己丑), 서른 여덟째를 신축(辛丑), 쉰째를 계축(癸丑), 새벽닭이 축시 곧 새벽 한 시에서 세 시 사이에 운다는 뜻에서 축시를 일컫는 말을 계명축시(鷄鳴丑時) 등에 쓰인다.
▶️ 隱(숨을 은)은 ❶형성문자로 隠(은)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㥯(은)으로 이루어졌다. 언덕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을 뜻한다. 전(轉)하여 '숨다, 가리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隱자는 ‘숨다’나 ‘음흉하다’, ‘수수께끼’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隱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㥯(삼갈 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㥯자는 ‘삼가하다’나 ‘조급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조급함을 뜻하는 㥯자에 阜자가 결합한 隱자는 조급히 산속으로 숨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隱(은)은 성(姓)의 하나로 ①숨다 ②점(占)치다 ③가엾어 하다 ④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⑤음흉(陰凶)하다 ⑥쌓다 ⑦무게 있다 ⑧기대다 ⑨수수께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숨을 둔(遁), 숨을 찬(竄), 숨을 칩(蟄), 숨을 암(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나타날 현(現), 볼 견(見), 나타날 현(顯)이다. 용례로는 가리어 숨김이나 덮어 감춤을 은폐(隱蔽), 숨김이나 감춤을 은닉(隱匿), 숨어 있어서 형적이 나타나지 않음을 은밀(隱密),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세속의 일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삶을 은퇴(隱退), 세상을 버리고 숨음을 은둔(隱遁), 세상을 피해 숨어 삶을 은거(隱居), 세상을 피하여 조용히 살고 있는 선비를 은사(隱士), 속엣것이 흐릿하게 보임을 은은(隱隱), 숨은 그림을 은화(隱畫), 숨겨 비밀로 함을 은비(隱祕), 동아리끼리 저희들만 알도록 특정한 뜻을 숨겨 붙인 말을 은어(隱語), 숨어서 나오지 않음을 은폐(隱閉), 몸을 숨김을 은신(隱身), 뚜렷하지는 않으나 어딘지 모르게 모양이 드러남을 은연(隱然), 딱하고 가엾게 여김을 측은(惻隱), 앉아서 은둔한다는 뜻으로 바둑을 달리 이르는 말을 좌은(坐隱), 백성이 시달려 생활하는 데 겪는 괴로움을 민은(民隱), 엎드려 숨음을 복은(伏隱), 죄인을 숨겨준 죄를 용서함을 용은(容隱), 스스로 감추고 나타내지 아니함을 자은(自隱), 속이고 감춤을 기은(欺隱), 도망쳐 숨음을 도은(逃隱), 밖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참고 감추어 몸가짐을 신중히 함을 은인자중(隱忍自重), 속세를 떠나 산 속에 숨어들어도 어버이 섬기기를 게을리 하지 않음을 은불위친(隱不違親), 속세를 피하여 혼자 지내면서 품고 있는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함을 은거방언(隱居放言), 나쁜 점은 숨기고 좋은 점은 드러냄을 은악양선(隱惡揚善), 서로 염려하는 마음이 미침을 은지상급(隱志相及),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측은지심(惻隱之心),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뜻으로 부자지간의 천륜을 이르는 말을 자위부은(子爲父隱), 스스로 은둔하여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자은무명(自隱無名),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는 뜻으로 일의 전말을 확실히 밝히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장두은미(藏頭隱尾), 어진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고 또는 이를 측은히 여겨야 함을 인자은측(仁慈隱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