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 [이것이 경찰이다] (09)

[koringenieur]

프롤로그 : http://cafe.daum.net/Europa/2oQs/15760

전편 : http://cafe.daum.net/Europa/2oQs/15796

  09월 13일 (금요일, DAY 61)

  A조도 애들 상태가 엉망이로군. 쯧쯧. 어휴…일이나 하자. 오늘은 무슨 음악을 듣는다…….

  응? 이거? 이번에 사면서 바꿨지. 요즘은 카세트의 시대 아닌가.

  『부스럭』

  시청에서 편지가 왔군.

  「보이드 서장,

  지난 수년간, 우리는 꾸준하게 동성애자의 권리를 운운하는 성소수자(LGB) 집단에게 시달려 왔네. 근래 들어서는 조금 잠잠해졌지만, 지난주에 고등학교 교사 세 명이 청소년 동성애를 옹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령에 의거하여 해임되는 일이 있었네. 이자들이 학생들에게 LGB 단체의 브로슈어를 배포하고 성적 관용을 가르쳤기 때문이지. 우리는 법률에 의거하여 공정하게 해임 절차를 진행했지만, 활동가들은 이 건으로 사람들을 모아 시위를 벌이려 하네. 아이들은 남자들끼리 키스하는 광대놀음 같은 짓이나 배우려고 학교에 있는 게 아닌데 말이지. 집회는 오늘 열릴 예정이네. 참가자들에게 참교육을 시켜주도록. 두 번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말이야.

  로저스」

  하아…사실 난 동성애 문제 따위에는 별로 관심 없다. 하지만 시장이 이렇게 나오니 대응할 수밖에 없군. 다른 편지는 뭔가…급료하고, 또…….

  검거 도중에 압수한 보석 매매 대금이 들어왔군. 이번엔 꽤 쏠쏠한데? …이건 내가 먹어야겠다. 자, 그럼 업무를 시작하지.

  『마틴! 비즐리하고 함께 와.』

  『비즐리. 사건 조사 결과는 알 것이다. 가서 헨리 샌드를 체포해 와!』
  『알겠습니다!』
  『나가 봐. 그리고 마틴, 잠깐 얘기 좀 하세.』

  나는 시장의 편지를 보여주었네.

  『오늘 고등학교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을 예정이야. 이번에는 확실하게 시장의 점수를 따 보려고 하는데.』
  『잭, 그 교사들은 정당하게 조례에 의거해서 해임된 겁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시위대 역시 위험한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집회를 열 권리가 있죠. 확실하게 점수를 따시겠다는 건 무력 진압도 불사하시겠다는 뜻입니까? 문제가 될 겁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대응을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만…….』
  『흠, 어떻게?』
  『경관 한 명의 일탈 행위로 몰거나…』
  『그건 제 식구 죽이기잖아. 다른 건 없어?』
  『뭐, 동성애 문제니까 이에 보수적인 집단을 이용할 수도 있겠죠. 교회 같은.』
  『그것 좋군. 그렇게 하자고.』
  『음…고해소의 비밀 기록을 위조하지요. 그 기록에 있는 동성애자들을, 공개하고 응징하라는 주교의 글도 좀 넣어 놓으면 될 겁니다. 비용이 좀 들지만요.』
  『돈은 걱정 말고 그렇게 해. OK. 출동시켜!』

  16:48

  사건도 많고 사망 사고도 발생했지만 살인범도 많이 잡아냈다. 동성애자들은 강제로 진압했고. 일은 많고 바쁜데 애들이 영 비실비실해서 걱정이네.

  『뭐 좋은 수가 없을까?』
  『잘 먹고 쉬는 게 제일이죠.』
  『그런 답은 나도 하겠네.』
  『잭, 사람들을 불러다 먹이시죠. 선심 좀 쓰시면 사람들도 힘도 내고, 좋아할텐데.』
  『흠? 바비큐 파티라도 하자는 건가? …괜찮은데? 자네가 준비 좀 해 주겠나?』
  『그러죠,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20:51

  『보이드 씨, 편지가 왔는데요…』
  『왜, 엠마? 줘 봐. 뭐야. 소환장이잖아.』

  검찰에서 오늘의 시위 진압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보군. 직권남용 혐의로 나를 조사하겠다고. 시장 놈 때문에 이게 뭔 팔자야…….

  09월 14일 (토요일, DAY 62)

  「경찰학교 학생이 코카인 밀매」
  「트위스터 스트립 클럽 점주 曰 『우리 댄서들은 전부 페미니스트』」
  「욕정의 축제로부터 도시를 구원한 경찰」

  민감한 사안이라 그런지 어제 일을 가지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뭐, 어제도 말했듯이 관심은 없다. 다만 검찰 소환이라는 골칫거리가 생겨서 짜증이 날 뿐. 그건 내일 일이니 내일 생각하자. 필요하면 생각이 나겠지. 오늘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

  『자네 말대로 준비해 왔네. 로라에 대한 정보.』
  『보이드 씨! 목소리 좀 낮추세요! 누가 듣겠어요!』
  『오, 미안, 엠마. 이런 건 처음이라서. 자, 여기 봉투. 이 안에 전부 넣었네.』
  『잘 하셨어요. 보이드 씨, 그럼 봉투에 「프라이 씨 앞」이라고 써서 길 건너 우체통에 넣으세요.』
  『뭐어?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짓거리는 하기 싫은데!』
  『보이드 씨, 그게 규칙이에요. 그리고 목소리 좀 낮추시라니깐요.』
  『으. 알았어. 엠마 자네 말대로 우체통에 넣고 오지.』

  『망할 프라이 놈은 어떻게 우체통에서 봉투를 꺼내겠다는 거야.』
  『뭐라고 혼잣말을 하시나, 보이드 씨?』

  응? 누구지? 프라이인가?

  『당신을 경찰서에서 만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적으로 저희를 만나러 나오실 줄이야. 후후. 저희가 왜 여기 있는지 아셨습니까?』

  무슨 소리야.

  『난 당신들이 누군지 모르오만.』
  『저는 유진 채피라고 합니다. 사업가죠. 음, 그보다는 식당 주인이라고 할까요. 보통은 사람들에게 사업가라고 말하고 다니긴 합니다만. 뭐가 더 좋아 보입니까, 식당 주인보다야 사업가 아니겠어요?』
  『…당신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군요.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또 도축장도 하고 있다지요. 두 번 구운 송아지 스테이크가 유명하던데.』
  『흠, 송아지 스테이크만 파는 건 아니지만, 아마 그걸로 가장 많이 알려졌을 겁니다. 어쨌거나, 제 소개는 이만하면 됐고, 여기는 제 친구입니다. 아마 이미 알고 계실 테지요. 트로이 스타입니다.』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오. 그래 용건이 뭐요, 채피 씨? 소고기 홍보대사라도 찾으시나? 나도 최근 이미지를 일신해서 말이지, 그리고 머리도 이렇게…』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젊은 남자가 끼어들었네.

  『유진과 저는 진심으로 보이드 씨를 돕고 싶습니다. 그때 전화를 받은 뒤에는 좀 탐탁지 않았지만요. 아내하고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당신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는 X까라지 않았습니까. 그런 행동은 무례하고 부적절한 것입니다, 보이드 씨.』
  『?! 맞다! 아아, 불쾌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소, 스타 씨. 그냥 우리 고약한 시장님에게 모욕감을 주고 싶어서 그랬지. 그래서 그 뒤로 계속 했소? 아니면 내가 분위기를 망쳐버렸나? 이런.』
  『자자, 언제까지 서서 이야기할 수는 없고. 저쪽에 좋은 카페가 있습니다. 시간 좀 내 주시겠습니까, 보이드 씨?』

  채피를 따라 우리는 근처 카페로 갔다네.

  『요즘은 워낙 바빠서 이렇게 좋은 곳에 앉아서 쉬는 것도 어렵다니까요…이런 재미있는 말동무들과 함께 하기는 더욱 어렵고요!』
  『요점만 말하시오. 채피 씨, 나도 바쁘다오. 사실, 저쪽 문밖에서 웬 꼬맹이들이 할머니에게 강도강간을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혹시 자네 고모 아니오?』
  『보이드 씨…』

  그때 웨이트리스가 다가와서 주문을 받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맥주 한 잔 큰 걸로.』

  나는 맥주를 주문했지만, 거절당했어.

  『맥주 큰 잔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럼 작은 잔.』
  『큰 잔이고 작은 잔이고, 저희는 맥주를 팔지 않습니다. 여기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요.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곳이죠. 빨아 드시라고 사탕은 드릴 수 있습니다만.』
  『모니카, 왜 이렇게 매력 없게 굴어? 여기 신사 분께 맥주 한 잔 내 드려. 카운터 밑에 한 병 있는 것 다 알아.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야지, 고양이 시체가 있는지 자네 전 애인 머리통이 있는지 정도는 확인하라고. 여기 이 분은 경찰서장이시네.』

  채피가 면박을 주었다.

  『웃기는 소리. 경찰서장은 좌변기처럼 소갈머리가 휑하다고요.』

  크윽…좌변기라니…….

  『그러니까, 그게…….』

  『뚜루루루루』

  『어, 미안해요, 유진. 로저스네요. 뒤 닦는 법을 잊어버렸나 봐요.』
  『자네가 여든둘쯤 먹으면, 자네도 뒤 닦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될 거야. 괜찮아, 가 봐. 자네 없어도 이야기할 수 있으니.』
  『보이드 씨,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래서, 보이드 씨. 이미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오랜 벗 스타 씨의 공식 업무는 당신을 방해하는 겁니다. 하지만 믿어 주세요. 악의가 있는 건 아닙니다.』

  스타가 나간 뒤, 채피는 계속 말을 이어갔네.

  『시청에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일 뿐이죠. 그렇게 일어날 문제들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제가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매일요. 앞으로 아침 신문을 유심히 보도록 하십시오. 신문지 사이 어딘가에 쪽지가 꽂혀 있을 겁니다. 간단한 내용이지만 틀림없이 매우 유용할 겁니다. 이제 아셨을까요? 제 첩자는 트로이 스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음…….』
  『여기까집니다. 보이드 씨, 몇 분이면 된다고 말씀드렸죠. 더 이상 맥주 마시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군요. 자주 만납시다. 친애하는 늙은 짭새 양반. 하하, 맞아요, 제가 말장난을 좀 잘 하죠!』

  『드르륵』

  의자를 뒤로 끈 채피는 이윽고 자리를 떴네. …로베스피에르와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지 상상해 본 적은 없지만, 첫 만남에 그가 나에게 술을 사 주리라고는 특히나 예상치 못했네. 패밀리 카페에서 맥주를?

  로베스피에르에게는 뭔가 기묘한 힘이 있다. 기묘해. 하지만 아주 쓸모없진 않군.

  『꿀꺽, 꿀꺽』

  캬!

  서로 돌아온 나는, 마틴으로부터 헨리 샌드를 미끼로 쓰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너무 위험한데.』
  『서장님이 결단하실 일이니까요. 저야 뭐…』

  좋아. 언제까지 샌드에게 휘둘릴 수는 없지. 나도 약점을 잡아야겠다.

  『해 보자!』
  『흠, 그러시겠다면 앞으로 각별히 주의하십시오. 우리가 은밀히 수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분명 샌드가 우릴 죽일 겁니다. 샌드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세요. 사이가 멀어지면 의심을 받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알겠네. 그럼 자네는 은밀히 헨리를 심문해 보라고.』

  『…서장님, 용의자가 모든 혐의를 부인합니다. 조치를 취해야겠는데요.』
  『그래? 내가 직접 하지. 지하 취조실로 데려와.』

  『여기 용의자의 신상명세입니다.』

  『흠, 어디 보자…심장 판막증이 있군.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발레리나 딸 메리 앤이 있고, 샌드 일가의 주차장 사업을 주도…익사 위기로 인한 공포증…심장 치료 때문에 빚이 많고. 좋아. 이봐, 헨리 샌드. 당신 꼴이 이게 뭔가. 그래도 다 이해해. 존 파치 그 놈은 죽어도 싼 놈이지. 안 그래?』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싶소.』

  『이것 봐, 당신이 마피아라는 걸 다 알고 있어. 협조하면 후사하겠다. 하지만 거절하면 남은 생 내내 철창 속에서 지내야 할 거야.』
  『마피아라뇨? 나는 그저 운전수일 뿐입니다. 변호사를 불러 주시오. 변호사와 이야기하겠소.』
  『하…이 자식, 자백할 생각이 없는데요. 이쯤에서 접으실 건가요? 아니면…』
  『입을 열게 만들어야지.』
  『위법 소지가 있는 건 아시죠. 잘못 되면…조심하십시오.』

  『이봐, 헨리. 당신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가능하면 원만하게 해결을 보고 싶거든? 피는 보지 말자고. 그럼 시작해 볼까? 자네는 물을 무서워한다던데, 정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끄아악! 끄아아아아! 그르르륵…푸하! 끄아아…』

  『…의식을 잃었습니다.』
  『깨워. 이번에도 말 안 들으면 각오하라고 하고.』

  『…용의자가 조지 샌드에 대해서 불었습니다. 옛 총기류를 훔치고 샌드 가의 자금을 유용한다고 합니다.』

  『좋아. 헨리는 치료해 주고 잘 감시해. 조지 놈을 조져야겠군.』

  심문을 마치고 돌아오니 경관 몇몇이 와 있군 그래.

  『서장님!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응? 뭐가?』
  『시치미 떼지 마십시오. 교회에서 다 들었습니다! 저희는 오늘 부로 그만둡니다.』

  ……. 비즐리, 모저, 이 둘이 뼈아프다. 로저스 놈 때문에 이 무슨 낭패인가!

  10:10

  하아…느는 것은 한숨이요 주름뿐이로다. 고신에 사표 행렬로 착잡한데, 또 웬 이상한 편지까지 와서 짜증을 돋우는 것이다. 발신자 이름도 없는 편지가.

  「보이드 씨에게

  당신은 나를 모를 겁니다. 그 편이 좋을 겁니다. 내가 하는 일을 안다면 아마도 당신은 승낙하지 않을 테니까요.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합니다. 음, 「수술」이라고 부르죠, 그 특별한 작업을 위해서 세 구의 경찰관 시신이 필요합니다. 한 명은 여자로, 둘은 남자로. 인종이나 연령은 상관없습니다. 이틀 뒤에 수거하러 가겠습니다. 부패하지 않게 주의해 주십시오.」

  이 소름끼치는 편지는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미친놈의 장난 편지인가? 알 수 없는 음산한 기분…일단은 무시하기로 했네.

  일단은 계획대로 조지 샌드의 뒤를 캐는 일부터 해야지.

  『삑』
  『수사관 전원 집합.』

  『전부 왔나? 신참 애들에게도 좋은 기회겠군. 조지 샌드란 놈이 무기를 훔치고 다닌다는 첩보다. 그것도 귀한 이차대전 시기의 총들만 훔친다는군. 이 사건에 사활을 걸었으니 전원 수사에 참여하도록. 이 건은 몰 자네가 담당하게.』

  13:59

  『에브리데이 몰에서 살인 사건 발생! 경비원과 계산원이 살해당했음. 범인은 이미 사라진 상황임.』
  『심각한 건이 아닌가. 비커스, 암스트롱을 빼서 이 건으로 옮겨야겠다.』

  …그랬더니, 샌드로부터 어떻게 알았는지 편지가 온 것이 아닌가. 샌드 놈, 위험해…더욱 조심해야겠어.

  「잭,

  에브리데이 몰에서의 사건을 수사한다고 들었네. 우리 사업에 간섭하는 일이 될 수 있어. 사건을 종결해 주었으면 좋겠군. 3000 달러면 적당한 보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잘 생각하시오.

  S.」

  적당히 핑계를 대고 그 둘은 다시 조지 사건으로 넘겼네.

  17:54

  『따르릉』
  『보이드요.』
  『아, 보이드 씨? 로버트 델빈이라 합니다.』
  『무슨 용건이시죠?』

  『오늘이 우리 딸애 결혼식인데, 별 탈 없이 진행되었으면 하오. 아실지 모르지만 나는 꽤 알려진 사업가라, 적이 많습니다. 경관을 보내어 경호를 해 주었으면 좋겠군요.』

  아, 너무 바빠서 의뢰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지 뭔가.

  『기꺼이 보내드리지요. 입금은 확실하게 해 주십시오.』

  20:28

  『따르릉』
  『예, 보이드입니다.』
  『서장님, 경호 업무 마쳤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헤헷~』
  『웃기는. 돌아오기나 해. 고생했다.』
  『으응, 전혀요! 엄청 먹고, 예쁜 아가씨들하고 사진도 왕창 찍었거든요! 감사합니다아~』
  『달칵』

  이것들이 근무 중인데 술을 마셨나? 내 일을 시킨 거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따르르르릉』

  또?

  『보이드요.』
  『잭,』

  이 기분 나쁜 목소리는 샌드의 사람이로군.

  『오늘 우리 식구들 파티가 있소. 오늘은 애들을 좀 풀어줄 생각인데, 알겠지만 우리를 노리는 놈들이 많아서 말이야. 경호원을 붙여줬으면 하는데.』

  파티 의뢰가 뭐 이렇게 많아? 거기 가면 우리 애들도 좀 먹을 수 있겠지? 힘없는 애들로 보내야겠다. 몸보신 좀 하라고.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쳇!

  09월 15일 (일요일, DAY 63)

  오늘은 검찰청 출석일이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보이드 씨. 저번 시위 진압 건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서장 잭 보이드 씨의 출석을 요청했습니다. 시작할까요? 보이드 씨,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모릅니다. 그런 것에는 관심 없습니다.』
  『당신이 어린 시절 동성애자와 싸운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입수했습니다. 그 남자는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더군요. 그런데도 그 남자는 당신을 고소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건 동성애자와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술 취한 허풍선이가 저를 먼저 공격해 왔죠. 정신이 든 후, 오히려 그가 제게 사과했던 일입니다.』
  『성소수자 집회에 왜 경관들을 보냈죠?』
  『그 집회는 학교 문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교사들이 너무 시끄러워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보이드 씨. 혹시 강요에 의해 시위 진압 명령을 내렸습니까?』
  『어…사실은…교회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사악한 무리를 진압하라고요. 그들은 제가 말을 듣지 않으면 고해소의 신성한 봉인을 깨고 저와 저희 집 식구들이 저지른 죄를 폭로하겠다고 저를 위협했습니다…』

  09월 16일 (월요일, DAY 64)

  볼 일이 있어 마틴의 방에 들렀다가 아주 좋은 광경을 목격했네.

  『오, 그거 뭔가? 아침밥 대신인가?』

  『젠장, 잭! 노크를 하고 오셔야죠!』

  『걱정 마, 마틴…자네가 무슨 일을 상관없으니까. 아니지, 생각해 보니까 그건 아냐. 자네 일에 관심이 엄청 많거든. 사실 그래서 온 거고. 자네, 연줄이 많지?』

  『으으, 어떤 쪽을 원하시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내 일자리를 지키고 싶어. 나는 최소 오 년은 쌩쌩하다고. 그래서 내 퇴직이 불법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네. 도와줄 사람이 없을까?』

  『음, 잭. 정말…정말 이 싸움에 끼어드실 겁니까?』

  『마틴, 두 번 이야기하게…』

  『뚜루루루루』

  응?

  『오! 장난감 하나 새로 장만하셨군요?』

  『어, 어떻게 알았어? 요즘 애들 같지? 이게 요즘 걸어 다니면서도 잘 터진다고. 신통하게.』

  『삑』

  『예.』

  『여보세요. 보이드 씨 맞나요?』

  『그럴 겁니다. 누구시죠? 내 전화번호는 어디서 알았습니까?』

  『음. 검찰청에서 일하다 보니, 번호를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검찰청? 잠깐만요.』

  『마틴, 나가. 전화 받아야 돼.』

  『…….』

  『…….』

  『……?』

  『……?』

  『잭, 여긴 제 사무실인데요.』

  『…….』

  『으휴, 네, 네, 알았어요.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먹고 와야겠네. 그리고 그 말씀하신 건에 대해서는 제가 뭔가 해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이주만 주세요.』

  『이「주」?』

  『잭, 말씀하신 일이 얼마나…』

  『아아, 알았어. 알겠으니 얼른 나가.』

  『아, 미안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저, 음, 전 라나라고 해요. 라나 버먼. 프리버그 검찰청 검사장보입니다. 그냥 검사장보 중 한 명이에요. 수석검사장보도 아니고요.』

  『제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버먼 양?』

  『음…저…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보이드 씨, 저는 차기 검사장이 되게 됐어요. …아마 곧 인선 소식이 나올 거예요.』

  예전에 슬쩍 보았던 신문 헤드라인이 떠올랐다.

  『곧이라니? 시아 브룸이 재선임된지 얼마나 됐다고.』

  『맞아요. 하지만 그 분은 2월에 사직하실 거예요. 검사장님은…심장 질환을 앓고 계셔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나가시기로 정하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저를 지명하신 거예요! 말도 안 되죠! 검찰청에 들어온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저를 지명하시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확실히 믿기 어려운 일이군요. 버먼 양,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지?』

  『그게…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이상하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보이드 씨, 브룸 씨가 말씀하시길…크흠, 보이드 씨는 정말 일을 많이 하면서도, 이 도시에서 가장 정직한 공무원이라시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정말이지 더 나은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진심이에요! 그랬더니 당신을 꼭 만나보라고 하시더군요.』

  『브룸 씨, 과장이 너무 심한 것 같은데.』

  『오, 정말이에요. 보이드 씨, 브룸 씨는 허투루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에요. 엇…죄송해요…보이드 씨, 좀 뛰어야 해서요. 저…괜찮으시다면…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면 안 될까요?』

  『안 되냐고? 흠, 안 될 것 같은데. 하핫, 아니오, 괜찮소. 버먼 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보이드 씨!』

  승진 적체 문제를 또 해결할 때가 됐군. 글쎄, 이번엔 암스트롱 경장을 진급시켜야겠다.

  『따르릉』

  아침부터 이쪽으로 전화가…….

  『예, 보이드입니다.』
  『잭, 인권위에서 전화가 왔네. 경찰국이 고문을 가했다는데? 용의자 한 명이 거의 죽을 뻔 했다고.』

  아이고, 이건 또 어디서 샜냐…나는 다른 쪽이 더 걱정된다.

  『이 문제를 무마하느라고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나! 명심하게, 잭, 자네가 지금 얼마나 곤란한 처지인지. 알아서 하게.』

  젠장! 그리고 아침부터 날아온 이 검은 편지는 뭐란 말인가. 불길하다.

  「잭,

  이 정도면 상호 신뢰 관계가 구축되었다고 생각했소만.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나도 생각이 있소. 잊지 마시오. 우리는 적에게는 예의를 갖추지 않소.
  다시는 실수하지 마시오.

  S.」

  이런 제기랄!

  …그리고 오늘 조지 샌드 건을 수사하던 형사 두 명이 죽었다. 이건 우연이냐, 아니면 경고냐, 샌드…….

  09월 18일 (수요일, DAY 66)

  『똑똑』

  …….

  『쿵쿵쿵쿵쿵』

  아니, 지금이 몇 신데 찾아오는 거야…….

  『벌컥』

  『잭 보이드 씨. 저는 아브라미 요원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로버트 요원입니다. 같이 좀 가 주셔야겠습니다.』

  『뭐요, 지금? 어…』

  『옷을 입고 오십시오.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편 : http://cafe.daum.net/Europa/2oQs/15804

[큐리언]

이제 빠져나올 수 없는 정치깡패가 되어가는 잭성님 ㅎㄷㄷㄷ
여러분 이래서 기술직이 마음은 편해요!! 정무직은....진짜 ㅠㅠㅠ

p.s 그리고 자꾸 샌드요청을 무시하내요. ㅎㅎㅎ 뭐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로 일단 출동시켜버리는 것도 있지만
이러면 컨셉이 참....

[koringenieur]

샌드의 청은 적절히 받아줬다 거절했다 하고 있습니다... 이게 워낙 자잘하게 일이 많아서 전부 보여드리려면 연대기를 180회 이상 연재해야 될 것 같아서요 ㄷㄷㄷ
샌드 놈이 배가 불렀는지 이제 보상금으로 1000불도 주지 않는 것도 막 나오네요. ...어? 혹시 저 협박 편지가 요구를 많이 거절하면 그냥 오는 건가요? 헨리 샌드를 고문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경찰도 파견하고 수사도 요구대로 중단했는데...흠...

[Highsis]

너무 무시하면 게임오버가 되니 조심하세요.

처음 시작하실 때는 분량 때문에 얼마 못가리라 생각했는데 대단하십니다. 재미있어요.

[koringenieur]

고맙습니다. 하기로 한 이상 끝은 봐야죠...갑자기 암살당해서 끝나더라도 말이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