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의 전설 『샌드맨』 시리즈의 창조자
전 세계 마블 팬을 사로잡은 『북유럽 신화』의 저자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등 유명 문학상 석권
그가 바로 닐 게이먼이다!
| DC코믹스와 마블 세계관 구축에 큰 획을 그은
신화적 상상력의 1인자, 닐 게이먼의 대표작 총망라!
영미권 최고 인기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닐 게이먼은 그만큼 광범위하고 다양한 활동 영역을 자랑한다.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DC코믹스 『샌드맨』 시리즈의 전설을 모를 수가 없고, 마블 영화의 팬이라면 토르와 로키, 아스가르드 같은 북유럽 신화에 관심을 가지다 닐 게이먼을 알게 됐을 수도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 수상 작가로 그를 알고 있고, 누군가는 영국드라마 《닥터 후》의 시나리오 작가로서 닐 게이먼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영화나 드라마로 옮겨진 영상을 통해 그의 작품을 먼저 만나 봤을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닐 게이먼의 35년 작품 세계를 한데 집대성한 방대한 소설집이다. DC코믹스와 마블의 세계관 구축에 큰 획을 그은 닐 게이먼 특유의 신화적 상상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매번 새로운 환상과 경이, 즐거움이 기다리는 그의 세계를 만나 보자.
| 공상과 악몽의 완벽한 결합을 그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매혹적인 컬렉션
닐 게이먼은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세계를 창조해 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닐 게이먼을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작가들의 작가라고 극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페이지에 그치는 짧은 단편부터 장편소설 중 일부를 발췌한 것까지, 책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그 범위와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 개중에는 『신들의 전쟁』이나 『아난시의 아들들』 같은 닐 게이먼의 대표작도 포함되어 있고, 비교적 덜 알려져 쉽게 만나 보기 힘든 단편들도 많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작품이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그간 국내에서는 장편소설 한두 권을 제외하면 여기저기 흩어진 앤솔러지를 통해 닐 게이먼의 작품을 접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은 그런 그의 작품 중 최고 걸작들만 한데 모은 방대한 작품집이기 때문이다. 닐 게이먼의 팬뿐만 아니라, 기이하고 서늘하며 기상천외한 다크 판타지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물 같은 컬렉션이 되어 줄 것이다.
|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
우리가 사랑했던 이야기들, 그 모든 이야기를 기리는 위대한 서사
책에 실린 작품들은 동화, 신화, 고딕 호러, SF까지 온갖 세계를 섭렵하며 공포와 유머, 몽상과 기이를 수시로 넘나든다. 특히나 닐 게이먼의 상상력은 이야기와 이야기를 엮어서 새로운 세계를 자아내는 데 빛을 발한다.
백설공주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러브크래프트와 코난 도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닐 게이먼은 현대 장르 소설과 웹소설의 세계관 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크툴루 신화와 셜록 홈즈를 하나의 세계에 초대해서 그들이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또한 숨겨진 외전들도 있다. 그의 주인공들은 북유럽의 신들의 대리자로서 초인적인 능력을 펼치기도 하고, 지하세계의 미로를 수시로 넘나들기도 한다. 작가의 주인공들이 원작과 동일한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별개의 모험담은 작가의 팬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다. 동시에 처음 이 주인공들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신화적 세계관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하며, 단편집 안에서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을 경험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끔 해 준다. 물론 이런 크로스오버 스토리뿐만 아니라, 괴물, 유령, 악마들의 기이하고 섬뜩한 세계와 유머 한 스푼에 반전을 버무린 오리지널 스토리들도 가득하다.
“……당연히 특가 제안도 있습니다.” 켐블이 능숙하게 말을 끝맺었다.
피터의 눈이 반짝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흥정을 좋아해서 도무지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세일이나 특가라면 혹해서 살 때가 많았다. 이 단 한 가지 흠만 빼면(보통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고) 그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특가 제안요?”
“한 명 값으로 두 명을 처리해 드립니다, 고객님.”
_〈할인가에 싹 없애 드립니다〉 중에서
시체는, 아니, 피해자의 유해는 바닥에 그대로였다. 나는 시체를 바라보았지만 처음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내가 먼저 본 것은 피해자의 목과 가슴에서 솟구치고 흩뿌려진 것이었다. 색깔은 담즙 같은 녹색에서 잔디 같은 녹색까지 다양했다. 그것이 군데군데 헤어진 카펫을 흠뻑 적셨고 벽지에도 튀었다. 순간 에메랄드색에 관한 어느 화가의 섬뜩한 습작품인가 싶었다.
(중략) 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시체로 돌아가 손가락을 하나씩 들었다. 손끝에는 액체가 묻어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단어는 이 왕족 분께서 쓴 게 아닌 것 같군요.”
“아니, 그게 지금 무슨 말……”
“레스트레이드 경감. 부디 나에게 뇌가 달렸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길 바랍니다. 이 시체는 인간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피 색깔이나 팔다리의 개수, 눈, 얼굴의 위치, 이 모든 게 왕족이란 걸 나타냅니다.”
_〈에메랄드색 연구〉 중에서
“전 학생인데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벤은 쇼거스 올드 피큐리어 첫 잔을 어느새 다 비웠다. 놀랍게도 태어나 처음으로 술을 마셔 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두 분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우린 시종이야.” 윌프가 말했다.
“위대한 크툴루 님의 시종.” 세스도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아, 그러시군요. 혹시 그게 정확히 무슨 일인가요?”
“이번엔 내가 한 잔 사지. 잠깐 기다려.” 윌프는 바텐더에게 가서 맥주 석 잔을 또 들고 왔다. “그게 무슨 일이냐 하면, 솔직히 지금은 하는 일이 별로 없어. 시종이라는 직업은 한창 성수기일 때도 그렇게 힘든 직업은 아니거든. 물론 그분이 지금 잠들어 계시기 때문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잠든 건 아니야. 툭 까놓고 말하자면 죽은 거지.”
_〈쇼거스 올드 피큐리어〉 중에서
그러다가 스칼리가 말했다. “참, 며칠 전에 카산드라한테 연락이 왔더라.”
“카산드라?”
“네 여자친구였잖아. 카산드라. 기억 안 나?”
“안 나는데.”
“라이게이트에 살았던 앤데, 네 공책에 걔 이름까지 적어 놨었잖아.” 아무래도 내가 멍하거나 많이 취했거나 졸려 보였는지 스칼리가 덧붙였다. “스키 여행 갔다가 만났잖아. 맙소사, 총각 딱지 떼 준 네 여친, 카산드라 말이야.”
“아. 카산드라.” 순간 전부 다 기억났다.
정말로 기억이 났다.
“그래. 페이스북으로 메시지가 왔더라고. 이스트 런던에서 지역 극단을 운영한다던데. 한번 연락해 봐.”
(중략) 온라인으로 스칼리에게 연락한 게 누구인지, 도대체 그가 누굴 카산드라로 착각한 건지 의아했다. 그게 누구든 카산드라가 아니란 건 100퍼센트 확실하니까. 그녀는 내가 만들어 낸 인물이었다.
_〈카산드라에 대하여〉 중에서
에이미는 잠깐 생각했다. “너희들은 지금 킨의 공간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세계는 킨의 영역이다, 라고 했어.”
“그것만 가지고는 모르겠네. 킨이라니……그건 그냥 우린 무슨 족이다, 라고 말하는 거 아닌가. 모든 부족의 이름에 들어가는 거잖아. 달렉만 빼고. 달렉은 스카로니안어로 ‘금속으로 싼 증오 가득한 살인 기계’라는 뜻이니까.” 그가 계기판으로 달려갔다. “이런 거랑 똑같지. 아무튼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일 리가 없어. 인류가 한꺼번에 멸종했다니 말이 안 되지. 그리고 지금은 2010년이야. 그 말은…….”
“그들이 로리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뜻이야.”
“모든 인류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뜻이지.” 닥터가 고대 타자기 키보드를 몇 개 누르자 타디스의 제어판 위에 걸린 화면에 패턴이 흘렀다. “나도 그들 목소리가 안 들렸고 그들도 내 목소리를 못 들었어. 서로의 소리를 듣지 못해. 아하! 1984년 여름! 그게 분기점이야.”
_〈낫띵 어클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