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거미줄 / 임길택
무심코 똥을 누다가
변소 모서리에 쳐진
거미줄을 보았어요
거미는 보이지 않는데
그 거미줄에도
석탄가루 내려앉아
까맣게 되어 있었어요
거미도
아버지처럼 규폐에 걸렸을까
규폐 걸린 거미는 어디로 갈까
똥을 누다 말고
나는 한참이나 생각해보았어요
-임길택.탄광마을 아이들.실천문학사.1990
=
쉽게 쓰여졌고 쉽게 읽힐 것 같은 두 편에 대하여 고견을 듣고 싶어서 가져 왔습니다.
저는 시를 읽으면서 왜 이리 쉽게 읽히지? 참 쉽게 썼네 하고 이렇게 쓰면 누구나 시 쓰겠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쓰고 쉽게 읽히고 그런 시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쓸 수있겠다 싶어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쓰여지지 않았어요. 모방은 할 수 있었는데 내면을 채울 수가 없엇어요.
경험이 없었구요 절실함이없었어요.
3행 규폐(폐병)에 걸린 아버지 생각하는 아들. 거미는 어데서 고칠까? 그곳이 있다면?
4행 생각한다 했지만 울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지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제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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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장유리
은행나무 두 그루를 샀다.
어느 게 암나무냐고 물었고
몇 년 후에 열매가 열리느냐 물었고
그 거리를 물었다.
주인은 크게 한 발 벌린
거리쯤을 말하고
나는 도로의 이쪽과 건너편쯤이면
되지 않겠느냐 물었다.
안주인은 너무 멀다고 하고
아들 돼 보이는 양반은
수십 미터 떨어져도 상관없다 한다.
나는 심으면서도
그 거리를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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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란 무었일까?
은행나무 사면서 나눈 대화를 시로 구성했네. 쉬워보였어요.
누구나 쓸 수있는 소재고요.
누구나 쓸 수있겠네 하고 가려는데 제목이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왜 제목을 거리로 했을까?
거리? 너와 나의 거리, 부부 간 거리, 부모와 자식 간 거리? 오만 상상이 다 떠오르거에요.
몰론 저의 착각인지 모르지만요.
나는 심으면서도
그 거리를 머뭇거렸다.
머뭇거렸다 가 이상했어요. 조절하였다. 생각했다. 쟀다 등등 다른 수식어가 있었을텐데
머뭇거렸다 저의 실력으로는 감히 생각도 못한 단어였습니다.
그 단어에 왜 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쯤 될까? 이만큼 저만큼 자꾸 머뭇거려진다 .
나는 왜 이런 걸 못쓰지? 악세사리 시인이니까 그러지 뭐. 자문하며
좋은 경험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자유게시판의 자유로움을 저는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문단 시인들 중에 성함에 택, 수, 인자 들어 가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작명하실 때 참고가 될 지.
즐거운 시간 되세요?
첫댓글 까매진 거미줄 보고 안 보이는 거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는데 짠한 시네요
규폐가 뭔 말인가했어요 ㅎㅎ
거리 시도 머뭇거렸다가 시를 살리는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