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이 아닌 타미플루 타는 전략
노병철
차가 고장이 나면 일반 카센터에 가면 어지간한 건 다 봐준다. 하지만 믿음직하지 못한 느낌을 받거나 고장 부위가 일반 카센터에선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면 당연히 회사 정비공장으로 차를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가봐야 그냥 차를 도로 끌고 나와야 하는 경우가 100%이다. 예약이 이미 6개월 이상 밀려 있는 경우가 많다. 당해보면 정말 난감하다. 예약해 놓고 6개월 기다렸다가 정비를 받는 것이 바른생활에 익숙한 범생이 어른이다. 주로 교사나 교수 출신 분들이 많다. 고지식하고 정론만 생각하는 외골수라 융통성이 거의 없는 분들이다. "라면 먹고가라" 라고 하면 진짜 라면만 먹고 가는 사람들이다.
마치 교통사고 나서 보험회사에 전화했는데 맨 먼저 나와 사진 찍고 처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진짜 보험회사 직원인 줄 알고 온갖 사고 경위를 이야기하는 분들 말이다. 보험회사 직원들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 맨 처음 달려온 사람은 정비공장 직원이다. 보험회사와 계약(?)된 정비공장으로 일단 자기 공장으로 그 차를 가져가려고 오는 것이다. 공장직원이 단지 보험회사 직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일차적 채증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진짜 보험회사 직원이 오면 이렇고 저렇고 상세히 이야기해 주면 된다.
한참 코로나 시국에 그냥 병원에 들어가지 말고 119 불러 응급실로 바로 직행하라고 귀띔한 적이 있다. 당시는 응급 코로나 환자 중심으로 병원이 운영 되고 있을 때다. 그냥 외래로 가서는 병실 구하기가 힘들 시기였다. 지금은 택시 타고 가서 병원 응급실로 직접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은 전공의들이 없어 119에서 환자 받으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여의치가 않다. 법으로 병원에서 119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환자가 직접 응급실로 들어오는 경우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 거부하면 진료 거부로 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회사 정비공장에 빨리 입고시키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레커차를 불러 차를 달고 들어가면 회사 정비공장은 무조건 응급차량으로 분류해 먼저 수리를 해 준다. 이건 정말 극비인데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감기환자가 병. 의원에 미어터질 정도로 북새통이다. 잠시 방심했더니 꼴에 환갑 진갑 지난 지 꽤나 됐다고, 그것도 나이라고 덜컥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싶어 며칠 버티다 온 집안 식구에게 다 옮긴 뒤에야 욕을 한 바가지 제대로 먹고선 병원을 찾았다. 독감 예방 접종도 하지 않은지라 일단 독감약 처방을 받기 위해 검사부터 해야 했다. 키가 작고 야윈 얼굴을 보니 성깔 꽤나 있음 직한 처자가 내 콧구멍에 긴 면봉을 사정없이 쑤셔 넣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욕 나올 뻔했다. 결과는 독감이 아니었다. 오셀타미비르 제제의 항바이러스 약이 감기 몸살에도 즉방인지라 무조건 ‘타미플루’를 요구했다. 독감 걸렸다 싶으면 무조건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그다음 날 완전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타미플루를 처방받으려면 신속항원검사 즉 독감 검사를 해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보험이 되고 나오지 않으면 보험이 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는 효(孝) 정신이 강해 65세 이상 노인에겐 검사 결과 불문하고 처방이 된다. 만약 나처럼 생일이 늦어 혜택을 볼 수 없다면 전략을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 의사 선생님이 “언제부터 이랬어요?” 물으면 “일주일 전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감기약 먹어도 안 돼서 왔어요.”라고 솔직히 말하는 분이 있다. 거짓말을 못 하는 정말 착한 분이다. 난 한 달 전에 콧물이 흘렀어도 “어젯밤부터”라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타미플루는 48시간이 넘으면 처방을 해주지 않는다. 효과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반 약보다는 낫다고 본다. 폐렴으로 가는 합병증도 예방해 주고. 그리고 당뇨 같은 만성질환 하나만 대면 끝이다.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처방받으면 밥이랑 같이 먹는 것이 좋다. 약이 독해 속이 쓰릴 수 있다. 하루 2번 5일간 12시간 간격 지켜가면서 복용하면 된다. 물론 난 그냥 아침저녁으로 시간 계산 없이 먹는다. 계산할 줄 모른다.
편법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탈세가 아닌 절세는 국민의 권리라 생각하는 난 세상을 너무 대충대충 사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게 참 편하다. 특히 요즘 주위에 너무 강직한 분들이 많아 무슨 이야기를 못 한다. 살다 살다 의전에 이렇게 민감한 집단은 여태 보지를 못했다. 의전이 그렇게 중요한가? 헌법에 그렇게 하라고 정해져 있지도 않은데 왜들 그쪽에만 신경을 쓸까? 세상살이에 아직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참 신기하다. 참고로 감기약 먹으면 7일 만에 낫는다. 타미플루 먹으면 5일 만에 낫는다. 겨우 이틀 차이다. 뭐가 중요한지는 생각차이일 뿐이다.
첫댓글 꿀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