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근해의 고래도 잠수함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최근 미 해군과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가 고래 등 해양포유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중음파탐지기 액티브 소나의 사용을 제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고래 보호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미 해군은 한반도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해역에서 액티브 소나의 사용제한을 거부했다. 미 해군은 중국 북한 등이 가까운 수역이어서 안보상 액티브 소나의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은 “어느 바다의 고래나 똑같이 보호해야 한다”며 이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한반도 인근은 세계적인 고래 분포수역
장거리를 이동하는 고래의 개체 숫자를 파악하기란 용이하지 않으나 우리나라의 연안은 분포 종의 숫자로나 희귀종의 발견 빈도로나 모두 세계적인 고래 분포 수역에 속한다. 1880년대 중반부터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이 한반도 연해에서 고래잡이를 했고, 흑돔고래 참고래 등이 흔하게 발견됐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반구의 고래들은 겨울철을 적도지방에서 보내고 여름철 베링해쪽으로 북상하는데 우리나라 연해에도 많은 고래들이 북상해 여름을 보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획으로 1976년 멸종됐다고 보고됐던 귀신고래는 현재 사할린 인근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대륙붕이 발달한 포항 울산 등 동해 연안이 이들의 이동통로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멸종위기종인 상괭이는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가 세계 최고의 번식지로 공인 받고 있다.
액티브 소나의 유해성
해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반도 인근해역은 남ㆍ북한의 소형 잠수함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의 대형 잠수함이 활동하고 있는 ‘잠수함의 천국’. 이들 잠수함은 저마다 독특한 수중음파탐지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음파를 쏜 뒤 반향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액티브 소나는 고래와 비슷한 저주파인데다가 고출력이어서 국내ㆍ외 환경단체이 사용중지를 요청해왔다.
해군 관계자는 “우리 해군 잠수함의 경우 액티브 소나를 장착하고 있으나 연안 항해가 목적이므로 출력은 강하지 않다”며 “반면 태평양 등 대해에서 원거리의 목표물을 추적하는 미 해군의 잠수함의 소나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이 최근 새로이 장착한 소나(LFA)의 경우 ‘핑’으로 불리는 저주파를 사용하고 있어 고래 등 해양 포유동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력도 록콘서트의 소음(110~120db)의 2배인 210~240db에 달한다.
2000년 남미 바하마 해변에 심해에 사는 부리 고래 5마리와 돌고래 1마리가 좌초돼 피를 흘리고 죽자 미 국립수산어업국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2년 동안 연구 끝에 당시 인근 해역에서 작전중이던 미 해군 함정의 소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바 있다. 당시 미 함정의 소나는 225~235db의 소음을 발생시켰고 고래의 뇌와 귀뼈 근처에서 출혈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 견해
국내 전문가들도 대부분 피해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 잠수함 건조사의 관계자는 “잠수함 액티브 소나의 주파수는 해양포유류들의 가청범위대에 포함된다”며 “해양 포유류들에게 유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액티브 소나 사용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박영철 연구위원은 “잠수함이 정박하면 방어차원에서 액티브 소나를 가동하게 돼있다”며 “액티브 소나는 잠수함에 침투하는 적들의 고막을 터뜨릴 정도의 고출력으로 해양포유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마용운 부장은 “액티브 소나가 해양 표유동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평화시뿐만 아니라 전시에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 동아시아 바다에서도 방향탐지기 등 군사장비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등 일본의 환경단체들과 연대, 반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