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알래스카... 미국이 알래스카를 매입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하지만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솔직히 세세한 이야기는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번 다뤘던 미국의 토지 매매 역사에서 큰 이유를 추정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정확히 그 이유 때문이었다. 바로 지정학적 이점 때문이다. 아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절대 경제적 이점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정학적 거점을 차지하고자 하는 미국인들의 대전략... 이 정도면 소름끼칠 정도다.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자. 우선 알래스카는 과거 빙하기 때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와 인디언들이 되었다고 한다. 알래스카에서는 3천년전에 만들어진 온돌이 발견되기도 했을 정도로 추운 지역이다. 알래스카 인구의 40%가 살고 있는 '앵커리지'시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1도라고... 그런 알래스카는 1741년 '비투스 조나센 베링'(왼쪽 사진)이 발견했다. '베링 해협'이라는 이름도 그의 이름에서 딴 것인데, 러시아 표트르 1세의 의뢰를 받아 북태평양을 탐험하다 베링 해협과 알래스카를 동시에 발견했다. 그리하여 알래스카는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고, 그는 전세계적으로 공인받게 된다. 그리고 100년이 흘러 1856년, 러시아 제국은 영국, 프랑스에게 압도당하면서 크림 전쟁에서 패배한다. 그러자 러시아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방어하기엔 너무도 먼 알래스카를 침공해 자연스럽게 빼앗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그것이었다. 당시에는 캐나다 지역이 영국의 식민지이기도 했기에 그런 고민은 당연했다. 결국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2세'는 이를 영국, 프랑스와 친하다 '할 수 없는' 미국에게 팔기로 결정한다. 빼앗기느니 돈이라도 벌어야 겠다는 것이었다. 러시아 대사 '에두아르트 스테클'은 미국 국무장관 '윌리엄 슈워드'에게 알래스카 매매의사를 타진한다. 미국 정부는 고민을 시작했다. 사실 미국에게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추운 불모지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또 미국 역시 독립 이후 영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역시 알래스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매입하는 것을 통해, 러시아와는 가까워지면서 동시에 영국을 러시아와 함께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지 않나? 동시에 영국의 캐나다 식민지를 지리적으로 포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결국 알래스카로 인하여 반대로 캐나다가 영국에게 지켜내기 곤란한 지역, 가치가 없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그러한 배경에서 알래스카 매입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국무 장관 윌리엄 슈워드는 3월 30일에 미화 720만 달러, 오늘날의 가치로 약 17억 달러(1조 9천억원)에 알래스카 매입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 이후 슈워드를 비롯한 상원 의장 '찰스 섬너'는 알래스카 매입의 당위성등을 홍보했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적지 않았다. 뉴욕 월드는 알래스카를 '다 빨아먹은 오렌지', 뉴욕 트리뷴은 '얼어붙은 황무지'로 불렀고, 그 외에도 알래스카는 '북극곰 정원', '슈워드의 냉장고'로 불리며 쓸모 없는 영토로 묘사되며 알래스카 매입은 어리석은 결정으로 공격받았다. 찰스 섬너는 알래스카 매입에 대하여, "실질적인 경쟁으로, 어떤 사업에 종사하기 위해 혹은 애국심을 위해, 두려움을 모르는 항해자들이 떼지어 해안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상업이 새로운 무기를 찾을 것이며, 국가는 새로운 방어자를 찾을 것이며, 새로운 손에 의해 국기가 높은 곳에 계양될 것이다." 라고 말했는데, 사실 우리 정치인이 이런 소리를 했다면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비난했을 그런 소리였다. 그만큼 알래스카 매입으로 얻을 수 있는 미국의 이익이라는 것은 분명히 추상적이었고, 최소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실제로 미국 정치인들도 그런 생각이었고... 그럼에도 알래스카 매입의 전략적 필요성은 정치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조약은 1867년 4월 9일에 상원을 통과했으며, 1867년 10월 18일에 알래스카에 미국 국기가 올랐다. ('알래스카의 날') 매입 비용 지출 승인 안건은 하원의 반대로 인해 1년이 지난 1868년 7월에 통과되었다고... ※ 알래스카 매입에 사용한 720만 달러 수표
그렇게 미국의 영토가 된 알래스카... 다들 알다시피 이후에 자원들이 발견되었다. 애초에 알래스카에서 채광되던 철광석도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 드러나, 철광석 만으로도 매입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았다. 그에 더해 1880년대에는 금이 발견되었고, 후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알래스카는 러시아가 사실상 미국에게 공짜로 넘긴 셈이 되었다. 그리하여 1912년에 알래스카는 미국의 '준주'가 되었으며, 1959년에는 공식적인 미국의 '주'가 되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자원의 발견이 아니었다. 그것이야 러시아나 미국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도,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었다. 진정 놀라운 것은, 끝내 캐나다가 미국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알래스카 매입때문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캐나다의 각 식민지들이 미국으로 흡수합병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알래스카가 매입되고 약 3개월 뒤인 1867년 7월에 식민지를 통합하는 '대영 북아메리카 조약'을 통과시켜 캐나다 동부 식민지들을 묶은 뒤 1800년대 말까지 캐나다 전지역을 정치적으로 통합시키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1900년대 초부터 캐나다가 별도의 독립국가가 되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캐나다가 주권 국가로서 미국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알래스카 매입의 영향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미국이 알래스카를 매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러시아가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냉전시절 대결 구도는 어떠했을까? 정말 러시아의 우려대로 영국이 알래스카를 차지했다면, 그래서 막대한 자원을 영국이 손에 넣었다면 세계 힘의 구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덕분에 캐나다가 영국영토로 유지되거나 캐나다가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면? 어찌되었건 지금 모든 것은, 미국이 원하는대로 되었다.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