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속으로]의 대표(카페지기)이신 이은주 님께서 지금부터 약 18년 전(2006년) 카페에 올리신 글을 공유합니다.
<솔땅>의 회원이고 <솔땅>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어, 게재합니다.
조금 긴 글이지만, 소셜댄스의 역사 속에서 솔땅이 어떤 가치를 지니기 위해 노력하며 흘러 왔는지,
한번 쯤 꼭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라틴속으로]는 쿠바에서 유래한 Salsa 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Tango 등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두 가지 춤을 즐기는 이들의 모임으로 2000년 2월18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열고 온라인 상의 홍보를 통해 3월1일 서울에서 오프라인 첫 모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막 시작되던 무렵이라 온/오프 라인을 병행하는 댄스모임의 존재는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었고 ‘다음카페’ TV 광고에 소개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그 광고에 출연했던 배우 이성재가 가입 인사글을 게시판에 남기고 직접 춤을 배우러 오기도 했었죠.
그렇게 순조롭게 출발한 [라틴속으로] 모임은 이후 서울, 대구, 대전, 부산지역의 살사/탱고 모임으로 분화되어 2006년 6월 현재 17670 명이 온라인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상의 오픈마인드를 바탕으로 운영게시판을 제외한 모든 게시판은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읽기 가능하며 쓰기 기능 또한 별다른 등급제 없이 간단한 가입 절차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인터넷 최초 라틴댄스 커뮤니티이자 당시 낯설기만 했던 살사댄스 탱고댄스를 보급하며 자연스레 각 지역마다 모두 ‘최초’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사실 [라틴속으로]는 단순히 시간적으로 앞선 ‘처음, 최초’보다 더 큰 의미를 한국 클럽댄스 더 나아가 한국의 춤 문화계에서 만들어 왔습니다.
한국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다듬은 몸으로 오직 무대 위만을 목표로 삼는 ‘무용’과 70년대 중, 장년층을 휩쓸었던 무도장/카바레의 ‘사교댄스’, 그리고 에어로빅 등에 의한 ‘다이어트댄스’를 의미했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 젊은이들의 탈이념화 경향과 맞물려 젊은 여성들이 이전의 다이어트 댄스를 넘어 재즈댄스로 몰려들기 시작했죠. 경직된 춤 문화계에서는 나름의 큰 변화였지만 문화센터나 학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재즈 댄스는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에 강사로부터 ‘배우기’만 있을 뿐 더 이상의 문화적인 생산으로까지 나아가진 못했었죠.
1990년대 말 힙합과 살사(로 대표되는 클럽댄스)는 이런 토양 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힙합이 주로 10대, 20대라면 살사는 20대, 30대를 중심으로 살사클럽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함께 1970년대 이후 더 이상 양지로 나오지 못하고 있던 커플댄스가 이전과 달리 젊고 흥겨운 분위기로 다시 등장하자 신문/방송/잡지 등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건 자연스런 흐름이었죠.
클럽에서 자연스레 몸으로 익히던 살사댄스가 학원으로 옮겨가며 상업화되던 것도 이 즈음이었습니다.
[라틴속으로]는 그런 흐름에 맞서 살사/탱고 무료 공개레슨을 시작하고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벗어나 인터넷이라는 소통공간을 통해 문화적인 생산까지 일구어 나갑니다.
이후 만들어진 수많은 살사/탱고/스윙 등 클럽 커플댄스 동호회는 대부분 [라틴속으로] 모델을 따르게 되었고요.
아르헨티나 탱고는 무대 위에선 간간이 소개되기도 했으나 일반인들이 배울 수 있는 통로는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댄스스포츠의 탱고종목과 구별하는 사람도 많지 않던 차에 99년 극장 개봉했던 영화 ‘탱고레슨’이나 몇 안 되던 외국 탱고음반을 통해 점차 아르헨티나 탱고가 알려지게 되었으며 [라틴속으로]는 살사와 아르헨티나 탱고 두 가지 댄스를 중심으로 동호회를 꾸렸습니다.
상업화된 흐름에 반해 살사모임을 만들었다면 탱고는 [라틴속으로]가 처음이자 유일했었죠.
[솔로땅고]는 [라틴속으로] 서울지역 탱고 강습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1기 레슨이끝나던 2000년 9월 초 결성되었습니다.
첫 레슨은 같은 해 3월에 시작하였지만 장소문제로 계속 옮겨다니다 같은 해 7월 홍대부근 연습실을 오픈하면서 시작한 레슨을 1기로 인정하게 됩니다.
[라틴속으로]에선 살사와 달리 각 지역 탱고모임은 따로 이름을 갖고 있답니다.
대전의 [Tango en Mi], 대구의 [Tengo Tango], 부산의 [Puerto Tango].
살사-탱고-스윙의 클럽 커플댄스는 특별한 사람-무용수-이나 어두운 공간-캬바레- 혹은 오직 살빼기를 위한-다이어트-댄스를 벗어나 보통의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공간-클럽-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춤’ 본연의 의미를 찾게 해주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시작되었던 라이브 클럽이 건실한 언더그라운드 음악가 층을 일구어 주류음악에도 풍성한 결실을 나누어주었듯 클럽댄스의 폭발적인 성장도 결과적으로 한국의 춤 문화를 훨씬 윤택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클럽댄스라고 하면 레이브파티를 여는 클럽만을 떠올릴 분도 있겠죠.
일상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춤춘다는 점에서 이들 클럽과 살사/탱고/스윙 클럽은 공통되기도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답니다.
이들 클럽이 술 한 잔 마시러 포장마차 가듯 일회적이고 즉흥적인 춤 공간이라면 커플댄스 매니아들은 일정 기간 함께 배우고 익히며 가끔은 큰 행사도 함께 개최하는 만큼 꾸준히 대면하는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클럽 커플댄스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몫을 하고 있죠.
인터넷 커뮤니티의 자유로운 소통구조와 문화생산에의 욕구가 맞물려 대부분의 댄스 커뮤니티들은 자체적인 댄스강습과 정기적인 파티 그리고 내부공연이나 발표회 등의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고 90년대 후반부터 부쩍 늘어난 각종 지역사회 축제나 이벤트의 프로그램으로도 참가하고 있답니다.
[라틴속으로]도 동호회 내부 행사는 물론 다양한 외부활동에 참가해오며 바쁜 시간 쪼개어 밤새워 안무연구하고 연습하는 모습은 이젠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라틴속으로]를 소개하며 가장 자랑삼아 내세우는 건 그 숱한 '처음,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품앗이'라는 우리 동호회 특유의 강사제도 입니다.
"다른 동호회들도 다들 품앗이 있잖아요?"하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더더욱 콧대를 세우곤 합니다.
대부분의 커플 댄스 동호회들이 사용하고 있는, 업계(?) 표준 용어가 되어버린 품앗이. 농촌 마을에서나 간간이 사용하던 말을 커플 댄스계에 처음 끌어들인 사람들이 바로 [라틴속으로]였답니다.
'강사-강습생'이라는 역할구분에서 벗어나 조금 먼저 배운 사람이 조금 늦게 배우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라틴속으로]의 품앗이랍니다.
엄격한 프로페셔널의 세계가 아닌 순수한 열정의 아마추어 춤꾼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제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두 달에 한 번, 다음 새내기 회원을 이끌어갈 품앗이를 정하는 자리는 엄청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춤은 어느 정도인가, 새내기 회원들을 앞서 이끌고 그들의 신뢰를 얻을 만큼 믿을 만한 인물인가, 남들 앞에 서는 시간에 우쭐해하기보단 레슨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A/S를 제공할 책임감이 있는가. 그 만큼 품앗이는 [라틴속으로]의 핵심이랍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구조/문화생산자의 역할을 했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최근 들어 부쩍 상업적인 채널로 바뀌고 있습니다. 클럽 커플 댄스모임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고요.
이런 중에 [라틴속으로]는 6년 전 처음 만들었던 때와 똑같이 '즐겁게 춤추며 어울리는 이들의 모임'으로 지켜나가고자 합니다.
세상에 살사만큼 신나고 탱고만큼 행복한 춤이 또 있을까...
세상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 할 우리들만의 살사 지상주의/탱고 지상주의를 은근히 주고받으며 말이죠.
- 글쓴이 이은주 - (전문, 2006년 글을 서방신기 님이 2008년게 게재한 글을 수정없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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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으셨으니, 약 15년 우리의 선배들은 어떤 모습으로 솔땅을 즐겼는지 잠깐 감상 하시죠!
지금 연습실로 이전하기 전 연습실에서, 솔땅 9주년 파티에서 솔땅 공연단의 축하공연 영상입니다.
첫댓글 새삼 쏠땅이 자랑스러워지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글은 아니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품앗이 고고!!!!!
솔땅 최고 👍
15년 전 주년 파티도 재미있지 않나요 ㅋㅋㅋㅋ
넵 맞아요~~~ 멋진 분들 👍
얼굴이 잘 안 보이지만 아는 분도 있겠죠?
우와~~
설 선물 같은 선배님의 글과 공연영상 너무 잘봤어요~
감사합니다~~^^
으앗~ 넘 잼나요! 카메라 앞을 지나간 센스 없는 분은 누규~~? 근데 저 시절에는 탱고 음악이 공연곡으로 지금만큼 인기가 없었나봐요? 넘 신기하고 재밌게 읽고 봤네요! 전 전체 회의, 정관이 있고, 회원들의 의견 들으려고 하는 인터넷 동호회라니! 너무 멋있고 좋은 동호회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사까지 읽고, 보게(근데 진짜 옛날스럽네요 ㅋㅋㅋ) 되니 더 애동심(애사심은 아니고 뭐라해야할지 몰라성…^^;;)이 생기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_^
솔땅 만세~~
다음번엔 파블로님의 솔땅이야기를 듣고싶네요^^
저는 뭐, 그냥 흔한 선배 중 하나일 뿐,,,,,,,, 하하~
역시 솔땅을 애정할 수 밖에 없는게 진리네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설날 선물이네요 ^^ 감사합니다
처음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훨씬 많았을텐데..대단하십니다👍
와~ 글도 좋지만, 저 시절의 저 영상이 넘나 멋지네요!
지금과 달리,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살아있는 재미있는 공연! ㅎㅎㅎㅎㅎ 중간에 3인무 나올때 넘 잼나고 멋져요ㅎㅎ
다들 영상 꼭 보시면 좋겠어요 ^^ ㅋㅋㅋ
아는 얼굴이 보여서 영상보다가 깜짝! 놀랐네요.ㅎㅎㅎㅎㅎㅎㅎ. 곧 30년도 다가올 것 같아요~
엘땅고인가요~ㅎㅎ긴가민가하는 분도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