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질(클리앙)
2023-08-06 20:51:59 수정일 : 2023-08-06 20:52:45
안녕하세요. LK-99에 대해서 글을 적기로 마음은 먹은 지는 며칠 됐는데, 생업에 치이다 보니 떡밥이 좀 쉬기 직전에 올리는 것 같네요.
초전도 응용소자로 학위를 받았고, 초전도 학회에도 몇 번 참석한 경험이 있어서 제 주관적인 의견을 몇 글자 적겠습니다.
한국 학계는 보통 뜨고 있는 테마만 연구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초전도같이 한국 학계에서 유행이 지난 테마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매우 소수이며, 무슨 물질을 연구한다고 밝히면 소속 기관명이 다 나오는 수준이어서 제가 연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 LK-99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1) 완전도체
상온 상압 초전도에 대한 소문이 난 뒤 처음으로 본 데이터는 6인 아카이브 논문이었습니다. 이 논문에 나온 RT 곡선(온도-저항) 및 IV 곡선(전류 전압)을 보면 안 될 과학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비저항은 구리보다 높아 보이고 저항이 0이라는 걸 보여줄 만한 데이터가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계속 비저항이 구리보다 낮다 초전도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고 3인 아카이브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나온 IV 커브는 비록 전체 영역은 아니지만 일부분은 초전도체 측정할 때 자주 보던 모습이었으니까요.
제 개인적인 견해는 3인 아카이브와 한글 학회지의 박막 IV 측정 결과가 진짜라면 상온 완전도체가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도 문제가 주괴를 열증착으로 박막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구워서 만든 주괴 샘플을 대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막 시료로 RT측정과 Ic 이상까지 올린 IV데이터가 있으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논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괴의 RT와 IV 는 프로브와 컨택 등의 문제로 그런 데이터가 나왔을 수도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IV 측정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물론 4포인트 측정으로는 높은 전압 값이 깔끔하게 측정이 안되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박막 시료를 측정한 데이터 및 시설이 있으니까 쉽게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2) 마이스너 효과
가장 중요한 건 완전도체이냐 아니냐인데 자석의 뜨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2. 한국 학계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 및 비난에 대해서
1) 재현 시도를 안 하는 이유
처음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 초전도체의 상전이 온도를 올리겠다고 연구하는 랩은 없는 수준이며 보통은 초전도체를 연구하더라도 이미 잘 알려진 저온 초전도체를 사용하여 응용소자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이런 랩에서 상온 상압의 초전도체가 나왔다고 해서 레시피 따라서 만들라고 하면 불우한 대학원생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일을 해야 되며, 사용하지 않는 퍼니스 등 장비의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LK-99가 상온 완벽하게 초전도체임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논문 저자나 LK99발 명자들이 만들어야 되는 일이지, 다른 기관이나 학교에서 할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디 학교 랩에서 LK99 모조품을 만들었는데 초전도 특성이 안 나왔으면, 모조품이 잘못된 것인지 LK99가 가짜인지 검증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예전 RIKEN의 여자 연구원 조작 사건처럼 논문이 발표된 다음에는 재현 실패해서 반박 논문 작성 등이 의미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2) 초전도 학회
초전도 학회장의 대응은 대표자로서 잘못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들까지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온 초전도를 연구해서 초전도 저온 학회가 아닙니다. 고온 초전도체 발견 이후 초전도는 급격한 발전을 한 뒤 Tc 개선 등과 같이 더 이상 내세울 만한 발전이 없어서 한국 학계에선 소수의 연구자들만 남았습니다. 초전도 학회가 망해가기 전에 저온 공학회랑 저온이라는 유사성이 있으므로 학회를 공동 주최했었으나, 지금은 아예 저온 공학회에 흡수된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임을 증명해서 새로운 과학의 혁신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입장입니다. 빨리 데이터 보완된 논문이 출판되길 바랍니다.
댓글---
3G이용자
합리적인 의견이라서 저도 100% 공감 됩니다.
황우석 트라우마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일단 의심스러운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인(?) 이유도 있는데
사실 황우석 케이스의 경우에는 논문에 사용된 사진이나 데이타 자체가 조작되었었기 때문에
(사진 조작의 경우에는 저도 사이엔지 과학게시판에서 실시간으로 밝혀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약간 글도 써 보면서 참여했었습니다. 사진 조작을 확인하는 순간 정말 머리속이 하얘지더군요.)
빼도박도 못하고 사기극이었지만,
이번 케이스의 경우에는 데이타조작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지저분한 데이타일지라도 일단 그대로 정직하게 리포팅하고 있다는 믿음은 보였습니다.
사기를 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저항값 측정 데이타를 조작하던가 그랬겠죠 아마.
그래서 저는, 이번 케이스의 경우에는 설령 이것이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최종 결론이 나게 되더라도
연구팀 자체는 사기를 쳤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데이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초전도체라고 확신한 오류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죠)
첫댓글 빠이유(댓글 중)
저 개인적으로 세계 유수의 랩들이 LK-99검증에 들어간건...
그냥 이 이슈가 밈(?)이자 축제(?) 비스무리한 상황이 되서, 대중들에게 랩 이름 알리기 좋은 상황이 되서 그런거 같기도 하더라고요.
아르곤이나 로렌스버클리 등 세계 최상위 랩이지만 대중들은 이름도 잘 모르던 랩들이 이름을 널리 알렸죠.ㅎㅎ
아카이브 논문(사실상 테크니컬 노트 수준)일 뿐이고, 신뢰성을 높게 볼 수 없는 것이었는데 달려든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보이는... ㅎㅎ
다만, 학회 차원에서 검증위를 만들고 샘플 요구(?)를 하는 이상한 일을 왜 했는지는 좀 의문시되더라고요. 저분들이 논문을 저 학회에 퍼블리쉬 한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한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