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경우 신체 다른 부위의 통증을 느끼는 이들보다 더욱 더 정신적으로 불안, 초조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어느 날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통적으로 겪었을 ‘곧 죽을 것 같다’는 공포심 때문일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흉통은 돌연사의 주범인가?
일단,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뻐개지는 것 같다’·‘고춧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숨이 차다’ 는 식으로 사람마다 각자 다른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하지만 심각하게 심장병을 걱정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러나 먼저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통증의 양상이 다양한 만큼 유발 원인 또한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러 가지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심장병과 혼동하기 쉬우면서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도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심장 신경증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질환은 여성에게 많으며 운동과 관계없고 정신적으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온다. 증상은 쥐어짜듯 뻐근하게 아프기보다는 바늘로 콕콕 찌르듯 아프며 가슴이 뜨끔뜨끔하고 바늘로 쑤시는 듯하며 고춧가루를 뿌린 듯이 아프다.
또한 통증부위가 여기저기로 이동하며 가슴이 자주 답답하고 일상생활은 가능한 경미한 흉통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보통 즐겁고 기분이 좋을 때는 증상을 못 느끼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나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 가슴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또 많은 환자가 깊은 숨을 쉬면 가슴이 시원해진다고도 이야기한다.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김영훈 교수는 호흡기계질환도 흉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늑막염이나 허파에 공기가 차는 기흉의 경우 매우 날카로운 통증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면 아프다가 숨을 가만히 쉬면 통증이 없어지기도 한다”며 “이는 수시간내에 사망할 수 있는 응급한 질환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빨리 진찰을 받고 조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평소에 담배를 많이 피우는, 마르고 키가 큰 젊고 건강한 남자에게서 갑자기 위와 같은 흉통이 발생하면 기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척추나 갈비뼈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도 흉통이 생기며, 가슴표면부위가 아픈 질환으로는 갈비뼈 사이로 주행하는 신경에 바이러스 염증으로 인한 대상포진이나 늑간신경통 등이 있다.
한편, 위장계 질환 때문에도 흉통이 올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도성 흉통. 통증이 수시간 동안 계속되거나 다른 부위는 아프지 않고 갈비뼈 아래쪽만 아픈 경우, 밥을 먹거나 잠잘 때 통증이 일어나는 경우, 가슴이 쓰리거나 음식을 삼키기 힘들 때는 식도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러나 증상만으로는 심장병과 식도질환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심장에 이상이 없는 흉통 환자는 식도 X선 검사나 식도내 음식물이 통과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검사, 식도의 연동운동과 식도 내부 압력을 측정하는 검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폐질환으로는 폐동맥색전증이 대표적. 정맥염으로 생긴 혈전이 폐동맥을 막는 것으로 운동량이 부족한 노인에게 많다.
김영훈 교수는 “이처럼 가슴이 아픈 것 자체가 모두 심각한 건강문제와 직접 관련된 것만은 아니며, 좀 두고 보아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조금만 가슴이 아파도 심장병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겁을 먹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거꾸로 전형적인 심장병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김교수는 우려를 나타낸다.
어쨌든 생명을 위협하는 흉통 중에는 심장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심장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다지 우려할 만한 질환 아닐 수 있어
사실 가슴통증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이 심장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허혈성 심장병에서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다. 바꿔 말해 흉통으로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음을 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흉통이라는 증상을 통해서 경보체제가 발동되면서 병에 대한 조기경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경고에 따라 심근허혈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한 병원을 찾아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다. 어쨌든 흉통이라는 것은 그 순간은 고통스럽지만, 병을 조기에 알려주어 불행을 막아주는 유익한 신호인 것이다.
심장병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대체로 무엇에 눌리는 압박감이나 뻐근함 같은 통증이며,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예리한 통증은 없다. 통증은 목과 왼쪽 어깨, 왼쪽 팔처럼 상체 왼쪽으로 전해지는 것이 특징이며, 호흡이 곤란하고 헛구역질이 나며 땀이 비오는 듯 쏟아지기도 한다.
보통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운동을 하거나 큰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 산소요구량이 증가할 때 이같은 통증이 생기는 것은 안전형 협심증이다. 안정 시에는 나타나지 않고 계단을 뛰어오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경우 등, 관상동맥에 압력을 가할 때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증상은 가슴 한가운데가 묵직하고 죄는 듯하다가 왼쪽 어깨나 팔로 퍼져나가며 속이 메스껍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통증은 2∼5분간 지속되었다가 쉬게 되면 없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 질환은 어느 정도의 활동이 흉통을 일으키는지 예측할 수 있으므로 활동을 그만큼 억제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또 약물을 사용해 심장의 활동을 억제하여 심근의 산소 요구량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함으로써 육체적 활동을 왕성하게 하더라도 흉통을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돌연사로 이어지는 예는 별로 없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가만히 쉬고 있는데도 통증이 생기거나, 통증이 최근 2개월 이내에 시작돼 하루에 3회 이상 나타나거나, 갈수록 통증 강도와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경우엔 불안전형 협심증으로 분류한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낮에는 아무리 활동을 심하게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잠을 날 때나 새벽 무렵에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발생해 몇 분 정도 지속되는 증상이 나타나는 등 예측이 힘들다는 것이다.
심장의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져 생기는 일반 협심증과 달리 불안전 협심증은 혈관의 지름은 정상이지만, 관상동맥이 일시적으로 경련을 일으켜 갑작스럽게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률도 높다.
특히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안전형 협심증과는 달리 30∼40대, 특히 담배 피우는 여성이 평균 발병률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교수는 “불안정형 협심증은 돌연사 위험이 높으니 일단, 휴식 중에 흉통이 발생하면 건강에 자신이 있는 젊은 나이라 할지라도 지체없이 전문의를 찾아가 정밀한 심장검사와 함께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아 흉통의 예방은 물론, 급사도 막아야한다”고 충고한다.
출처-케이비에스 건강 36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