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의 골프 행적을 추적하는 묘미
지난 16~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LA CC(파70)에서 열린 제123회 #US오픈 챔피언십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메이저 대회라면 화제가 쏟아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대회는 특별했다. #LIV골프로 적을 옮긴 거물급 선수 대부분이 출전해 오랜만에 펼쳐지는 #PGA투어 선수와 LIV골프 선수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졌다.
막상 대회가 열리자 LIV골프의 거한(巨漢)들은 맥을 추지 못하고 PGA투어 선수들의 경연장이 되었다. 대중적 인기 면에서 자웅을 겨룰 만한 #리키 파울러(미국)와 #로리 맥길로이(아일랜드)가 불꽃 튀는 선두 경쟁을 벌였으나 끝까지 선두를 지켜 우승컵을 차지한 선수는 #윈덤 클라크(29·미국)였다.
윈덤 클라크는 일반 골프팬들에겐 무명 선수나 다름없다. 지난 2017년 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첫승을 신고했다. 데뷔 후 134번째 대회만이다.
조용한 성격의 모범청년인 그는 화려하진 않지만 시종 견실한 플레이를 펼쳐 골프팬들의 시선에 신경 쓰는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되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타차 우승을 확정 짓는 파 퍼트를 성공한 뒤 보인 그의 퍼포먼스는 보통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기까지는 퍼포먼스처럼 보였으나 모자를 벗어 얼굴을 덮은 채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올려보며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었다.
그는 우승 후 “어머니가 나를 지켜봐 주시는 것 같았다. 보고 싶어요 엄마.”라며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에게 어머니는 ‘큰 바위’와 같았다. 어머니를 잃고 오클라호마대학에 다니면서도 방황하다 옛 스승이 있던 오레곤대학으로 옮겨 방황을 끝내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어머니가 자주 해주던 “Think big play”라는 말을 한 번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US오픈에서 어머니의 유언을 실천해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 골프팬들에겐 원덤 클라크의 감동적인 스토리 못지않게 #김주형(21)의 파이팅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플레이는 데뷔 2년 차의 그것이 아니었다. 1~2라운드에서 카메론 영, 사이스 티갈라와 라운드하며 1오버파 공동 39위로 컷을 통과했다. 김시우도 1언더파로 컷을 통과했으나 임성재(6오버파)와 이경훈(8오버파)은 컷(2오버파)을 넘지 못했다.
김주형은 3라운드에선 날랐다. 전반에 29타로 US오픈 9홀 최소타 타이기록(6언더파)을 세우며 공동 9위에 올랐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LIV골프 소속의 거포 브라이슨 디섐보와 한 조가 된 그는 더 이상 애송이가 아니었다. 디섐보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쳐 최종합계 4언더파로 공동 8위에 올랐다. 2011년 양용은의 공동 3위 이후 이 대회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 첫 출전해 23위에 오르고 올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공동 16위에 오른 그로선 첫 메이저 톱10이다.
그가 얼마나 선전했는가는 리더보드 밑으로 나열된 존 람, 잰더 쇼플리, 더스틴 존슨(공동 10위), 러셀 헨리, 콜린 모리카와, 패트릭 캔틀레이(공동 14위), 브룩스 켑카, 매슈 피츠패트릭(공동 17위), 빅토르 호브란(19위) 등의 이름만 봐도 실감이 난다. 동반한 브라이슨 디섐보는 1오버파로 공동 20위에 머물렀다.
‘#노마드 골퍼’ 김주형의 골프행로는 그 자체가 경이다. 지난해 8월 특별임시회원으로 3번째 출전한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두고 10월 2022~23시즌 경기로 열린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2승 고지에 올랐다. PGA투어 첫 우승기록으로는 조던 스피스(19세 10개월 14일)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20세 1개월 18일)이고 2000년대생으로는 첫 챔피언이다.
그는 또한 타이거 우즈 이후 26년 만에 21세 이전에, 그것도 역대 최연소로 PGA투어에서 2승을 올린 선수로 기록되었다.
신인으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출전해 귀중한 경험을 한 뒤 프레지던츠컵 대회에 인터내셔널 팀으로 참가해 강렬한 어퍼컷 세리머니로 세계 골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PGA투어의 CEO(Chief Energy Executive)’라는 극찬을 들으며 ‘셀럽’의 반열에 올랐다.
2022-23시즌 성적만 봐도 참가한 18개 PGA투어 대회 중 소니오픈, RBC 헤리티지 챔피언십, PGA챔피언십 3개 대회만 컷 오프되고 대부분 중상위권을 유지,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는 23~26일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 TPC 리버하이랜드에서 열리는 PGA투어 트레벨러스 챔피언십 대회의 파워랭킹에도 김주형은 8위에 올라있다.
스스로 골프를 배워 그 깊은 밀림을 헤매며 얻는 즐거움과 깨달음도 대단하지만 특정한 선수를 통해 골프의 진면목을 보는 것 또한 골프애호가로선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내게는 김주형이 바로 그런 선수다. 그가 걸어온 골프행로, PGA투어에서의 활약, 그가 추구하는 미래의 골프행로 등 김주형의 발자취 자체가 골프 탐험의 묘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