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84개를 훔쳐 시즌 최다도루 기록을 갖고 있는 ‘대도’ 이종범(31)이 베이스를 훔치는 장면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빠른 스타트,폭발적인 다리의 움직임,눈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부드럽고 역동적인 슬라이딩.
연일 이종범을 보기 위해 야구장으로 몰려드는 팬들은 “뛰어! 뛰어!”를 연호한다. 그만큼 이종범이 ‘도루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종범은 지난 2일 인천 SK전에서 복귀 첫 무대를 가진 뒤 9경기 연속안타를 때리고 있으나 그 흔했던 도루가 없다.
▲ 타격이 우선=2개월 넘게 쉬었던 이종범은 무엇보다 경기감각 회복이 급선무였다. 어떻게든 살아 나가야 팀공헌도를 높일 수 있고,도루도 가능하다. 현재 이종범은 도루보다 타격 회복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 체력과 순발력도 걸림돌=도루는 체력 소모가 심하다. 부상의 위험도 있다. 또 이종범은 일본 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30대에 접어든 나이 탓으로 순발력이 많이 떨어졌다.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종범은 실전에서 상대 배터리의 움직임을 파악 중이다. 지난 9일 광주구장에서 마주친 SK 에르난데스는 투구동작이 무척 빨랐다. 플레이트를 밟은 뒤 1.2초대에 모든 동작을 완료해 뛰기 어려웠다.
▲ ‘그린 라이트’는 없다=사인 없이 주자 마음대로 뛰게 하는 것이 ‘그린 라이트’. 그러나 기아 김성한 감독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린 중요한 고비에서 득점 찬스를 맞은 주자 한명이 아쉽다. 아무리 이종범이라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그린 라이트’를 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종범이 누상에 나가 있을 때 보면 옛 해태 시절보다 리드폭이 줄었다. 아직은 도루를 활발하게 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종범은 지난 93년 전주 쌍방울전에서 6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한 경기 최다도루 기록을 갖고 있고,일본에서도 1경기에 3개를 훔친 적도 있다. 한번 뛰기 시작하면 ‘몰아치기’가 가능하다. 타격 페이스와 경기감각이 완전히 되살아나고 상대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끝나면 뛰고 훔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