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은 끝내 부결됐으나 야권은 다음달에 또한다고 한다.
대통령은 거부권이란 방패로 여사를 지키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나 상황은 훨씬 위험해졌다. 국민의힘 의원 중 4명이 당론을 이탈해 특검법에 찬성 또는 기권한 건 여권 내부 불만 표출의 증거다.
어느 국회의원은 “지금까진 불만이 있어도 꾹꾹 참았지만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표현했다. 당내엔 “친한동훈계가 ‘김 여사 사과’를 압박하려 4명에게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지게 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설마 그럴까만은
○ 김 여사의 가시밭길
1. 지금처럼 그대로 버티는 것.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해도 거부권 뒤에 꿋꿋하게 버텨본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갈등이 증폭할 것이다. 이번엔 이탈표가 4명이지만 또다시 김 여사 특검법을 재표결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숫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2.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모든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것.
여권이 원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김 여사는 추석 전에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문제는 김 여사나 국민의힘도 이걸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3. 극적인 정치적 반전을 꾀하는 것.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여사와 관련한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하는 것이다.
비슷한 전례가 1997년 2월 아들 현철씨가 한보 사태의 배후란 의혹이 퍼지자 김영삼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아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했다.
당시 참모가 써준 회견문 초안엔 ‘아들의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로 적혀 있었으나 대통령이 직접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로 고쳤다고 한다.
이 길은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이 구속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국민들의 여론을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했다.
세 갈래 길의 어느 쪽을 택하든 그 끝에 김 여사나 윤 대통령도 여권도 마음 편한 자리는 없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돌고 돌아 특검요구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할 것이고, 세 번째는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야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권 권력앞에 가족의 비리나 권력남용에서 자유로웠던 역대 대통령을 거의 없었으나 지금처럼 대통령도 여당도 지지율 하락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기에 어려운 것이다.
누가 이 난제를 풀것인가? 이래저래 민초들만 웃픈 세상이다.
"여러분이 지도자로서 가장 들을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나쁜 소식이다. 좋은 소식은 내일도 좋은 것이지만 나쁜 소식은 내일이면 더 나빠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비록 사실이 가슴 아프더라도 언제나 까다로운 질문을 하고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안전한 이유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한 이 말이 귓가에 맴도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