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보고 싶은 얼굴
2021년 11월 22일 월요일인 바로 어제 오전 10시 반쯤의 일이다.
문득 얼굴 하나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33년 인연의 임창진 변호사님이 바로 그 얼굴의 주인공이었다.
지금의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전신인 서울지방검찰청동부지청 형사부에서 첫 만남의 인연이 있었다.
지휘 검사와 참여계장으로, 1년 남짓 같은 방에서 함께 했었다.
업무로만 함께 한 것이 아니었다.
점심도 같이 하고, 일과가 끝난 이후의 저녁시간에도 술판을 벌여 함께 했었다.
그러면서 인간적 정을 푹 쌓았다.
주말이면 부부동반에 자녀들까지 함께 해서 가까운 야외로 놀러가기도 했었고, 때론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건너가 몇날며칠의 여정을 같이 하기도 했었다.
검찰현직에 있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둘 모두 검찰을 떠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인생동행이라고 할 만큼이나 가까이 지낸다.
열흘만 넘어가도 그리울 정도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우리들 만남이 뜸해지고 말았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때문만도 아니다.
내 나름으로 쏘다니는 곳이 하도 많아서, 여분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도 그랬다.
그렇다고 전혀 무심한 것은 아니었다.
문득 문득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중에 어제 또 임 변호사님의 얼굴을 문득 떠올린 것이다.
문득 생각에 곧장 실행이라는 내 지금의 실전 철학대로, 곧바로 임 변호사님에게 전화를 했고, 이날로 만나자는 답을 얻었다.
그 답을 얻는 순간에, 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경태 이강국 그 두 친구의 얼굴이었다.
나와 임 변호사님과의 인연이 엮어지는 그 초기부터 간간히 내 주위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인연이 있었는데, 그 인연 중에서도 임 변호사님이 특별히 마음에 둔 인연이 바로 그 두 친구였다.
그 두 친구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그 뜻을 물어보려고 단체 카카오톡 창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진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가 이랬다.
2021년 11월 22일 월요일
기원섭님이 임창진대표변호사님, 임창진대표변호사님, 이강국님, 임창진대표변호사님, 이강국님, 김경태님을 초대하였습니다.
[기원섭] [오전 10:40] 강국이 하고 경태, 너들 오늘 저녁 어떠냐? 모처럼 친구들 좋아하는 임 변호사님 모신다. 나와 만났다 하면, 꼭 친구들 안부를 물으시곤 하셨다. 웬만하면 저녁 시간 좀 내라. 오늘...
[김경태] [오전 11:28] 임 변호사님, 연락 주어 진정 감사 합니다. 항상 생각나고 보고 싶습니다. 뜻에 따르겠습니다.
[기원섭] [오전 11:33] 강국이 야는 안죽도 작취미상인가보다. 답이 없는 걸 보니, 그리고 저녁에 볼까 안 볼까, 고민 중이기도 할 거고...이틀 연속 퍼대면 무리라는 생각에...그러나 강국아, 걱정 마라. 오늘은 술 먹는 자리가 아니라, 그저 그리운 얼굴 보는 자리다.
[기원섭] [오전 11:39] 오늘 저녁은 좀 일찍 하면 어떨까요? 오후 5시나, 아니면 5시 반쯤에...그리고 장소는 서초동 중국집 '이향'이나, 흑석동 횟집...아니면 흑석동 그 어디든지도 좋고요...
[임창진대표변호사] [오전 11:41] 원하시는 시간, 장소로 하세요.
[이강국] [오전 11:46] 정말반갑습니다. 잘계시죠, 섭이야, 저녁에 볼까 아닐까가 아니고 선약속을 취소해야 될 판이구먼. 공개채팅으로 물으니, ㅎㆍㅎㆍ 하명따르겠습니다.
[기원섭] [오전 11:47] 강국아 참 고맙다. 이거 울매만이고...
[이강국] [오전 11:47] 미워요. 시간, 장소 다 좋습니다.
[기원섭] [오전 11:48] 시간은 오후 5시로 하고, 장소는 서초동 중국집 '이향'으로 하겠습니다. 모처럼 중국요리 함 먹어보시죠.
그렇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끝에, 단골 중국집인 ‘이향’에서 우정 어린 저녁시간을 보냈다.
온갖 이야기들이 그 밥상 위에 쏟아졌다.
심지어 몇 해 전에 세상을 뜬 이주필 친구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 친구 이야기로 다투기도 했다.
김경태 친구와 이강국 친구 그 둘의 다툼이었다.
이주필 친구 살아생전에 서로가 더 친했다면서 그랬다.
집안이었던 내 앞에서 그러고들 있는 모습이 우습기까지 했다.
그렇게 함께 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었다.
그리고 이것이 곧 진정한 우정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슴에 담았다.
그렇게 판을 끝내고 헤어지는 순간, 내 생각의 세계에 또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역시 같은 중학교 동기동창인 안주열 친구의 얼굴이었다.
하루 뒤인 같은 달 23일 화요일인 바로 오늘 오후 5시 같은 시각에, 전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의 ‘김명래치과의원’에서, 우리 둘 치과치료를 받기로 예정이 되어 있는 그 일정을 떠올린 것이다.
몇 년 만인지 모른다.
정말로 보고 싶었던 형 같은 친구와의 오늘 만남이 간절히 기다려지는 이 아침이다.
첫댓글 우짜! 이키나 '안주열' 동기를 닮았을까?
나만 그래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