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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연예인 과거사진) 원문보기 글쓴이: 신길동짬뽕
2002년때 만큼 달아오르는 월드컵은 아니지만, 왠지 이번 시즌을 흐지부지하게 넘기면 후회할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다음번 월드컵은 2014년에 열릴텐데 그때쯤이면 전 서른한살, 얄짤없이 계란 한판 채우고
서비스로 한알 까처먹고 있는 나이가 되겠지요.
10대 시절 만큼은 안되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젊을때 청춘을 불태우자 싶었어요.
헌데 그리스전 당일날 비온다는 예보에 친구랑 얌전히 집에서 치킨 뜯으며 짜져 있기로 했어요.
원래는 반포 플로팅 아일랜드에 집합해 거리 응원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비오는 날 사람들이랑 부대끼면...........................때 밀려요.
아무튼 각설하고!
20대의 마지막 월드컵을 제대로 한번 즐겨보기 위해 뭔가 기념될만한 거리를 찾기로 했어요.
그러다 발견했어요.
응원 티셔츠를 직접 제작해보기로!
작년에 사두었다가 두어달 입고 구석에 박아둔 고진감래 티셔츠와 난닝구 스타일의 붉은 민소매를 옷장에서 꺼냈어요.
분명 작년에는 헐렁하게 입었던 옷들인데, 지금 다시 한번 입어봤더니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헐크가 이래서 되는건가봐요. 옷이 끼면 화가 나기 마련이지요.
2002년 응원 티셔츠가 Reds티 였다면 2010년의 티셔츠는 아무래도 다대티겠지요.(다시 한번 大~한민국)
다대티 사러 갈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해서 인터넷에서 다대티 로고를 찾아 프린터로 뽑았어요.
고진감래 티셔츠에 예쁘게 박아넣기로 했어요.
줄자로 가슴팍 사이즈를 재고 심심해서 제 얼굴 길이도 한번 재봤어요.
집어던진 줄자에 TV 모니터에 기스가 났어요.
문구가 프린트된 용지를 칼로 오려내 셔츠 위에 똑같이 모양을 새겼어요.
그리고 그려진 모양대로 셔츠를 가위로 오려내니...................옷감이 마구마구 말리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아뿔싸! 손바닥 밑둥 부분으로 제 마빡을 거침없이 후려갈겼어요.
본래는 안에 붉은 민소매를 입고 겉에는 문구가 오려진 고진감래 티셔츠를 레이어드 해서 입을 요량이었는데
힘아리 없이 말리는 옷감을 생각 못하고, 셔츠에 난도질을 해놨어요.
'大~한민국' 오리는데에 15분 정도 걸렸고, 말리는 충격으로 15분을 더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다시 한번'은 엄두가 안났어요.
갑자기 밀려오는 짜증에 밖으로 뛰쳐나가 집근처 분식집을 털어가지고 왔어요.
떡볶이와 튀김은 솔드 아웃된 관계로 순대만 얻어왔는데, 기분은 쉣더뻑이었지만 맛은 정말 좋았어요.
섞어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사장님이 센스있게 오만 내장을 마구마구 섞어 넣어주셨어요.
팔다가 남은거 떨이로 득템한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먹을 때 만큼은 항상 행복한 스물일곱 또라이짱이에요.
그러다 책상 위에 어지러이 널려있는 프린트 문자들을 발견하고 다시 또 우울해졌어요.
조울증이 시작되었어요.
으하~어쩔수 없지 뭐! 하고 서랍장에서 실과 바늘을 꺼내들었어요.
말리는 옷감 따위 민소매에 그냥 사정없이 꼬매버리기로 했어요.
자꾸만 움직이는 옷감때문에 우선 시침질로 대충 레이어드한 두 옷을 고정하기로 했는데,
그 간단한 시침질마저 제겐 고난과 역경의 과정이었어요.
몇년만에 잡아보는 바늘인지라 한땀 한땀 놓는데도 손이 벌벌 떨렸어요.
그러다 바늘끝에 손가락 몇번 따이고 나니 시침질이고 나발이고 월드컵이 증오스러워졌어요.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관악구의 브레인! 지니어스 또라이짱 아니겠습니까~?
스템플러를 찾아내 거침없이 옷감을 찍어댔어요.
두개 겹친 것도 꼴에 두껍다고 엄살을 떠는건지 열에 여섯은 스템플러 침이 삐꾸가 났어요.
사진을 보시면 한다리 건너 침이 삐꾸가 나있어요. 하지만 한쪽이라도 고정된게 어디냐 싶어 그냥 냅뒀어요.
사실은 침 뽑고 다시 박을 생각 하려니 여간 귀찮은게 아니라서 재작업은 건너뛰기로 했어요.
무엇보다 '고정'만 되면 만사 오케이였으니까요.
인생 뭐 있나요. 이렇게 대충 대충 살다 가는거지요.
스템플러로 시침질을 하고 부지런히 '大' 꼬매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방바닥에서 뒹굴거리고 계시던 또랑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티셔츠 목 부분의 택을 사정없이 갈기기 시작했어요.
난데없이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얘가 더위 먹고 헤까닥 했다 싶었어요.
'칵~마~!'하고 가볍게 응수해주었더니.....
현관문쪽에 자리를 잡고 삶을 저버리셨어요ㅋㅋㅋㅋㅋㅋ
그리곤 리폼 작업이 끝날때까지 그곳에 누워 틈틈이 노려보고 계셨어요.
'大'자 꼬매기 작업이 끝났어요. 겉으로 보기엔 한 10~15분 정도면 후딱할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시간 반이 걸린 작업이었어요. 옷감이 계속 밀리는 것도 있었고, 바느질에 익숙치 않아 일센치 정도 뜨는데에도
2~4분씩 걸렸어요. 한땀 한땀 따는 동안 생각했어요.
자네, 지금 뭐하고 있는 짓인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차라리 살거면 고생 보다는 그냥 다대티를 사서 입게.
시간이 경쟁력인 시대에 지금 뭔 낙오자 같은 짓거리인가!
그만큼 지루하고 짜증나고 힘든 작업이었어요. 겨우 '大' 한 자 꼬맸는데 남은 나머지 세글자는 어떡하나~골이 울렸어요.
그러다 '한민국'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자 결심하고 시계를 올려다 보았어요.
밤 10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어요. 옷수선 집도 벌써 문 닫고 날랐을 시간이에요.
눈물을 머금으며 다시 바늘을 집어들었어요.
스템플러 시침질에도 불구하고 옷감은 만질적마다 밀리고 한땀을 꽂을때마다 움직였어요.
천쪼가리한데 쌍욕을 퍼부어본건 살다~살다~처음이었어요.
하지만 뭐든 진화하고 발전하는게 사람이라고 했던가요.
반투명 테이프로 꼬맬 문자를 부분 부분 고정하고 나니 한층 수월해졌어요.
한시간이 넘게 걸리던 작업이 30~40분에 END찍고 다음으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세글자를 따는 동안 시간은 어느새 새벽 2시를 훌쩍 넘기고 3시를 향해가고 있었어요.
그러다 끝에 가서는 '한민관한민관한민관 으흐흐흐흐흐.....한민관한민관'을 중얼거렸는데 스스로도 참 무섭다고 생각했어요.
드디어 '大~한민국' 완성! 긍지의 또라이짱이 아닐수 없어요~
가까이서 보면 초딩 5학년생이 실과 시간을 이용해 만든 듯한 비주얼이지만
언뜻 보면 가내 수공업의 디테일이 살아있는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구질구질해 보였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뭐 어때요. 제가 입는 건데요~...........................................그래서인지 짜증이 가라앉지가 않았어요.
내가 입는건데 모냥이 저따구...
아무튼 완성작을 꼼꼼히 살펴보며 조금 감동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또랑아! 이거 봐라~"
하며 옷을 펴들고 현관 쪽으로 몸을 돌렸더니, 왠 거머리 그튼게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요즘 날이 더워 그런지 항상 바닥에서 꼼짝도 않고 누워만 계시는데,
완성된 옷을 잠시 내려두고 또랑이 곁으로 다가가.................반대방향으로 뒤집어 드렸어요.
우리 또랑이 욕창 걸리면 안되니까요.
'다시 한번'을 오려내지 앉아 그런지 '大~한민국'만으로는 티가 밋밋해 보였어요.
그래서 목을 따기로 했어요.
날도 더운데 목이 너무 죄이면 갑갑할것 같아 쇄골이 드러날 정도로 목 부분을 과감히 오려냈어요.
그리고 나서 민소매를 레이어드 했더니 꽤나 그럴듯해 보이는 응원 티셔츠가 되어 있었어요.
그냥 목만 오려내고 민소매만 입었더라면 이런 개고생은 안했을텐데....하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었지만, 그래도 완성된 옷을 보고 있으려니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게 느껴졌어요.
완성된 리폼 티셔츠에게 별 다섯개를 주기로 했어요. 장수 돌침대 못지 않은 자부심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옷을 뒤집었어요.
고진감래의 명언 역시 이 부분에서 뒤집어 지고 말았어요.
고생끝에 뒈진다.
원래는 뒷면에 나이키와 아디다스 로고를 따 넣은뒤 협찬 드립까지 박을 예정이었는데
'大~한민국'으로 이미 떡실신이 되어버려 뒷면 리폼은 포기하기로 했어요.
(뒷면을 완성하고 나면 이미 월드컵은 끝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잘한 소품으로는 구멍 난 무릎양말을 준비했어요.
신자니 발가락이 우스워 지고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성탄절 날 머리맡에 두고 잘까 싶었지만
구멍이 네다섯개나 나 있는 양말을 보면 털털한 웃음이 매력인 산타 할아버지도 빡칠것 같았어요.
선물 주러 오셔놓고 집에 방화 하고 날르면 제 인생 서러워서 어떡하나요.
그래서 구멍난 양말은 월드컵 시즌에 활용하기로 했어요.
대충 세로로 길게 잘라 한 단면으로 만들어놓고, 민소매 밑단을 오려낸 붉은 색 천쪼가리를 양말과 함께 나란히 말았어요.
그리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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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이 타령시 매우 유용한 머리끈이 완성이 된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 친구를 부를순 없고, 하지만 피팅샷은 찍고 싶고~
해서 요술봉을 휘둘러 또랑이를 인간화 시킨 뒤 카메라를 맡겼어요.
아니 다들 표정들이 왜 그래요? 집에 있는 요술봉으로 애완동물 변신 한번 못시켜본 사람들처럼~
삼각대가 고장난 관계로 서랍장 위에 소설책을 쌓아올려 눈높이를 맞춘 뒤 찍었어요ㅋㅋㅋ민망하더이다.
출처-잉여인간 또라이짱
첫댓글 이거일줄ㅋㅋ
우와 이쁘다
이분 자칭 관악구손예진ㅋㅋㅋㅋㅋ라이프 스타일 참 부러움ㅜㅜ
난 ㅋㅋㅋ 글 읽는내내 남자라고 생각한 난 뭐다 ㅋㅋㅋㅋ
여자인건 뭐다 ......
왠지 저사람이 그냥 글쓴이 여친일거라 생각은 뭐다 ㅋㅋㅋㅋ
나도 남자인줄 ㅋㅋㅋ 여자인고보고 멘붕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라니?!반전
진짜 남잔줄 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목을 왜 잘라낸거야 걍 입어도 예뻤을꺼!!!!!!!!!!!
헐 남잔줄
여자였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밬ㅋㅋㅋㅋㅋㅋㅋ왜 남잔줄알았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라이짱 이분 블로그 글 굉장히 웃겼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랑이귀엽닼ㅋㅋ
매력있어ㅋㅋ
남자인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하는 거 진짜 웃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