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죠? 여기 래스트 픽처 쇼 영화관인데, 여자들이 잔뜩 와서는 소란을 일으키고 있어서요. 좀 쫓아내 주세요…」
『불법 집회 신고. 래스트 픽처 쇼 영화관. 여성 다수가 영화 상영 반대 집회를 기습적으로 열었다고 함.』 『어, 그래. 트레버, 갔다 와. 사람이 많을 것 같으니까 애들 많이 데려가야지. 클라우스너, 킹스턴, 페츠카…, 에잇, 자네, 자네, 자네! 출동!』
『따르르릉』
『네, 프리버그 경찰서입니다…말씀하세요…』
잠시 일을 마틴에게 맡기고 나오려는 찰나, 엠마에게서 상황실로 연락이 왔다.
『삑』
『보이드 씨, 연락이 왔는데요.』 『응, 엠마, 지금 갈게.』
업무 도중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흔한 의뢰 전화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네.
『버치? 웬일로…』 『잭, 내가 겪은 불행한 사건들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음. 아들 일은 참으로 안됐고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네.』 『내 말 끊지 말고 들으시오.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야!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를 다시 복직시켜 줘야겠어.』 『…뭐?』 『내 자리를 돌려달란 말이야. 당신이라면 그럴 힘이 있잖소? 그리고 당신은 곧 퇴직할 테니, 그 전에 내 연봉을 미리 가불해 주었으면 하는데. 그러는 게 맞겠지?』
『이봐, 사정이 어려운 모양이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떼를 쓴다고 되는 게 아니야. 가불은 또 무슨 소리고.』 『후후, 거절하실 수 없을 텐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당신의 은밀한 뒷거래,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내가 전화 한 번만 걸면 당신은 끝이야. 알겠어? 당신을 끝장낼 수 있는 온갖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나를 협박하려는 건가?』 『아니, 아니…그저 거래 제안이라고 해 둡시다.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거든. 그냥 일자리 하나가 필요할 뿐이오. 알겠소?』
이 개자식, 내가 그따위 협박에 굴하리라고 생각했나.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다. 오늘 부로 즉시 출근하도록. 알겠나? 지금, 당장!』 『오, 그런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확실히 우리 서장님은 현명하시다니까. 멍청하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참 바보 같아. 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시는 분을 두고.』 『공치사를 들으려는 게 아니니 전화 끊고 당장 나오기나 하시지.』
『서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앗, 버치 씨!』 『그랜트 순경, 잘 지냈나~?』 『자, 자, 그 시절에 여기 없던 친구들은 이 사람을 잘 모르겠지만, 전에 우리 서에서 근무하던 프랜시스 버치 순경이라고 한다. 요즘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경험이 좀 있는 사람 중에서 다시 뽑았다네. 가만 보니 이제는 그때 친구들이 더 적은가? 하여간 다들 인사하라고.』
말은 했지만, 이놈 이렇게 보니 술에 찌든 모습이군. 예전에도 고과가 형편없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럴 것이다. 쉬는 동안 현역 때 익혔던 것들도 죄다 잊어버린 모양인데, 영 써먹을 데가 없겠어. 물론 써먹을 생각도 없다. 감히 나를 협박하다니…진정 나를 협박하는 자들에 비하면 이놈 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
10월 14일 (월요일, DAY 92)
『서장님!』 『퍼시, 왜?』 『오홍홍~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돌리지 말고 얼른 말해. 거절해 줄 테니까.』 『에이, 오늘은 제 딸 결혼식이라고요! 그래서 휴가를 좀 쓰려고요!』
『뭐, 결혼식이라고? …축하하네. 대신 내일은 나오라고!』 『오, 감사합니다!』
저놈 말은 믿을 수가 없어. 딸아이 학교 어쩌고 얘기한 적도 있는 것 같은데, 뭐 상관없다. 내일 나와 준다면 더 좋은 일. 지금은 얼른 처리할 일이…….
『따르릉』 『예, 보이드입니다만?』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
『보이드 씨, 요즘 미사에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사? 미사라니요?』 『어흠! 갑자기 실례했소. 프리버그 주교입니다.』 『아, 아! 주교님. 무슨 일로 전화를…? 미사 때문에 전화하셨다고요?』
아내만 아니었어도 애초에 교회에 나갈 일이 없었다고.
『아니, 그건 아니고. 보이드 서장님도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하느님을 지극히 섬기는 우리 깨친 신도들이 엄청난 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축복을 받은 가루로 카레를 하기 위해서지요.』 『…뭐라고요?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주님이 축복하신 카레 말입니다. 확실히 이 가루는 천상의 은총을 품고 있습니다. 적그리스도의 도래에 앞서서 정신을 정화시켜 주지요.』
아니, 우리 아내가 다녔던 천주교회가 이런 사이비 주교가 있는 곳이었단 말인가?
『예, 그래서요…』 『불행히도 우리 신도 중 일부가 이 주님의 품을 떠나 밖으로 나돌고 있습니다. 거룩하신 우리 주님의 적들이 가짜를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탄의 가루를 파는 자들이 주님께 돌아가야 할 성스러운 헌금을 가로채고 있습니다. 우리 주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와 있던 장사치들에게 그리하셨듯이 그 사탄의 무리를 몰아내 주십시오.』 『허어…일단, 알겠습니다.』
이런 황당한 의뢰는 처음이다. 내가 예전에 검찰청에 소환되었을 때 교회를 비난한 일은 잊어버린 건가? 상관이야 없지만…….
『드르륵, 촤륵, 드르륵, 촤르르…』
『오호, 잭 당신이 먼저 연락을 하다니, 정말 놀랍구만.』 『샌드 씨. 지금까지 내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나를 좀 도와주셔야겠소.』 『하하하…이보시오, 잭. 우리는 한 식구라 하지 않았던가? 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도 있소?』 『그 말대롭니다. 우리 쪽에 좀 처리할 사람이 있는데.』
『알겠소. 내일 10시. 제재소 쪽에서 신고가 들어갈 거요. 그곳에서 우리 식구들이 기다릴 것이오.』 『알겠습니다. 그럼.』
09:47
『똑똑』
『보이드 씨, 누가 오셨습니다.』 『누군데?』 『음, 프리버그 주교님이세요.』
?!
『보이드 서장님. 감사를 드리고자 직접 왔습니다. 당신 또한 적그리스도가 이 땅에 도래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겠지요. 그래도 그 사람들을 체포할 수는 없겠지요? 이해합니다.』 『아, 예…뭐…』 『감사의 표시로써, 앞으로 교회에서 보이드 씨께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자 합니다. 원래는 헌금을 좀 하셔야 받을 수 있는 건데, 조금 적게 내셔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그리고, 이건…아시다시피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많지는 않고…약소하나마 받아주시길.』 『아, 예…예…….』
?? 75 달러?
뭐 이런 황당한…….
10월 15일 (화요일, DAY 93)
『아이고, 서장님…너무 피곤해서 몸이 영…들어가 봐도 될까요?』 『버치.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러나?』 『쳇. 대충 좀 넘어가지…….』
나는 못들은 체했네. 자네가 오늘 빠져서야 곤란하잖나.
07:56
『공단 A02 구역에서 폭동 발생! 임금 삭감과 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사제 무기를 들고 공장을 점거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쯧, 이봐! 대규모 폭력 시위다. 경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애들이 가야지? 그랜트까지 해서 자네들이 갔다 와!』
09:29
『강간 신고! 한 남성이 여자를 강간 협박 중이라고 함.』 『OK. 무라타, 스미스, 노드랜더, 쿡, 출동.』
이정도면 아주 훌륭해. 대부분이 출동한 이 시간…….
10:17
『따르릉』
『강변도로 제재소 부근, 거동수상자 제보. 제재소 맞은편에서 신원 불상의 거수자 한 명이 포착됨. 방화를 하려는 것 같다고 함.』
왔다.
『허어, 간단할 것 같은데 사람이 없고…그래. 버치! 자네가 좀 갔다 오지? 첫 사건으로 딱인데.』
『서장님, 제정신이세요? 요즘이 어느 땐데. 혼자는 못 갑니다!』
『얼씨구. 그래, 그럼 퍼시 자네가 가서 보조 좀 해 줘. 선배한테 좀 배워 오고.』 『예에~? 에에~더 잘 하는 사람 많은데~네에~.』
『그래. 그럼 이제 됐나?』
그리고 그 둘은 「안타깝게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네. 안타깝군, 참 안타까워…….
앞으로는 서 내에 나에게 반하는 자가 없기를 바란다. 가차 없이 처리할 테니까.
12:28
「잭,
선물은 잘 받으셨나? 오늘 저녁에 항구에서 거래가 있소. 18시 쯤이 될 것이오.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기 바라오. 아침 일을 처리해 준 값으로 치면 될 것 같은데. 그럼 또 연락합시다.
S.」
13:09
『보이드입니다.』 『보이드 씨, 애티커스입니다.』 『말씀하세요.』 『정말이지 가정을 꾸린다는 건 일생 최대의 불운입니다. 그런데 게다가 하나 있는 딸이라는 것이 웬 바보 천치와 결혼을 한다는군요. 그 애가, 최대한 서둘러서 우리 빌딩 옥상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합니다. 아이가 일생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에 그 어떤 것보다도 성대하고 대단한 결혼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때 식장에 오셔서 신랑 놈을 체포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결혼을 못 하게?』 『그렇습니다! 가능하면 엄청난 죄목으로 체포해 주시지요. 예를 들자면, 아동 성범죄 같은 거요. 우리 딸이 수백 명 앞에서 끔찍한 수치를 겪게 되겠지만, 그래도 여생을 내내 수치 속에서 사는 것보다는 나아요.』 『이야. 딸을 끔찍이 아끼시는군요. 그러리다.』
애티커스의 의뢰는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 장점이다.
18:55
『크리스토퍼 샌드 경기장에서 대규모 폭동 발생! 경기장 보안요원들은 이미 공격 받아 무력화된 상태라고 함. 즉시 출동 바람!』 『이런! 전원 출동하라! 이것 참, 혹시 모르니까 이렇게 세 명만 남고. 전부 출동해!』
『항구에서 밀수를 하고 있다는 제보입니다! 인부들이 없는데 누군가가 무기를 하역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아, 이런, 지금 전부 출동시켜 놨는데 이 셋으로 어떻게 거기를 보내! 끙…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이렇게 아주 좋은 핑계를 대고 신고를 무시해서,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네. 다행히 누가 죽었다는 소리는 없었어.
23:33
『서장님, 사건 보고입니다.』 『어, 그래? 차량 특수절도 사건인가?』
며칠 전에 한 여인의 자동차 열쇠를 어떤 사람이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또 그 친구가 그 열쇠로 바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고 도망친 일이 있었네. 그래서 그 사건의 수사를 맡겨 놓았지.
『…그래서 주변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바탕으로 추적한 결과 인근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범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은 태너 스콧.』 『음, 확실히 인상착의와 체구가 비슷하군 그래. 피해자도 범인이 어려 보였다고 했지? 자동차를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다는 것까지. 긴급체포해!』
10월 16일 (수요일, DAY 94)
『잭, 밤에 잡았던 스콧이라는 놈, 키리스라는 범죄 조직에 속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차 훔쳐다 팔아먹는 놈들 말이에요.』 『그래? 포상금 한 번 더 받자고.』
『태너 스콧. 15세. 집안은 넉넉하지 못하지만, 차를 좋아해서 학생인데도 이런 일을 하는 모양입니다. 학업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흠, 어릴 적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군. 경찰이 구조해 줬다고. 이놈이, 경찰에게 도움을 받은 놈이 이런 짓을 하고 있어? 쯧. 피부 민감증이 있다…그래. 태너…우리 이야기 좀 할까?』
『…….』 『그래, 네가 그렇게 차를 좋아한다고 되어 있네? 차 갖고 노는 걸 좋아해? 우리 아들도 차는 잔뜩 갖고 있는데. 모형이지만 어때. 구경시켜 줄까?』 『씨X! 누굴 애새끼로 알아!』 『오호, 입이 터지셨어. 그럼 네가 애새끼지. 이봐, 현실의 쓴맛을 보여주랴? 네가 들이받아서 부서진 소화전. 그거 복구하려면 얼마나 드는지 알아? 앙? 앞으로는 얌전히 자전거나 타고 다니렴?』 『내가 운전했는지 안 했는지, 증거 있어? 고자 새끼가.』 『와…이 자식 봐라. 마틴, 아무래도 난 잘 구슬리는 재주가 없나 봐. 원래 없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잭, 자꾸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그렇죠.』 『아, 몰라. 얘랑 더 말하기 싫다. 저쪽 방으로 끌고 와.』 『휴…….』
『자, 꼬맹아? 이 아저씨는 봐 주는 게 없어요. 기절하지는 말거라? 어디 보자, 민감한 피부라고 했지? 이걸 켰다 껐다 하면 어떨까…….』
『으, 으, 으…으으으! 악! XX! 아파!』 『좋아, 그러라고 하는 거란다.』
『으아아아! 다 말할게요! 제발!』 『잘 생각했다, 꼬마야. 너를 관리하는 놈이 누구니?』 『니나, 니나 웨어요! 스포츠카만 골라서 훔치는 사람이에요. 흑, 열여덟이 되면 나한테도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그래. 그럼 이제 그 친구 이야기를 더 해 볼까?』
『어이! 우리 형사님들. 차량 절도단의 꼬리를 잡았다. 아르카디아 게이 클럽 주변을 중심으로 스포츠카만 훔치는 놈이 있다고 한다. 니나 웨어라는 놈이지. 이번에 그놈들을 몽땅 잡아넣어 보자고.』
음…그러고 보니, 이 기회에 샌드도 같이 소탕해 버리는 것이 좋겠어. 천천히……. 애티커스가 생겼으니 뒤처리를 굳이 이놈들에게 맡길 필요는 없지.
『삑』 『비커스? 있나? 내 방으로 오게.』
『예, 부르셨습니까.』 『응. 생각해 보니까 자네에게는 오르손 샌드 건을 맡기려고. 차나 훔치고 다니는 잡범 일은 손 떼고 자네가 이 일 맡아.』 『다시 수사하는 겁니까?』 『그렇네. 천천히 해도 좋아. 지원은 많이 주진 못하네. 그 새로 온 섀로우 경감 있잖아. 붙여줄 테니 같이 일하게.』 『으, 서장님…경사도 아니고 경감인데 제가 어떻게 시킵니까…』 『자네가 더 잘 하니까 개의치 말고 하라고. 알겠어? 그 친구는 실력도 그렇고 체력도 영, 비실비실해서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경감이 됐는지.』
14:21
『잭, 조금 이상한 신고가 들어왔네요.』 『이상하다니 무슨 소리야.』 『살인, 강도, 폭행 같은 게 아닙니다.』 『그것 참 희한하네.』 『에릭 모로라는 사람이 실종되었다고 그 아내라는 사람이 신고했습니다. 출장을 다녀와서 보니 집이 어질러져 있고 남편은 없었다고 합니다. 닷새 째 들어오지 않은 상태랍니다.』
흠. 어디 다른 여자랑 눈이 맞은 건 아닌지 모르겠군. 내 생각이 나서 말이지…….
『그래, 케이시를 이 건으로 돌려. 잡놈을 빨리 잡으려고 했는데 사건이 자꾸 생기네.』
24:00
『서장님.』 『서장님!』 『자네들, 이 시간에 이렇게 몰려오다니. 모두 사건 브리핑인가? 한꺼번에 하자고.』
주디스 모로 (女, 배우자) : 한 두 주 전쯤에 담보 대출 상환이 밀리긴 했지만, 남편이 보너스를 많이 받아서 큰 문제없이 해결됐어요. 그런데도 그이는 자꾸 돈에 신경을 쓰더라고요. 누군가가 자기 돈을 강탈해갈 지도 모른다고요. 전과자들과 일하는 누군가가 있다는데, 그게 그래서 누구인지는 얼버무렸어요. 애쉬튼 모로 (男, 형) : 에릭에게는 심각한 돈 문제가 있었습니다. 삼 주 전에 저에게 와서는 돈을 좀 빌려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도 빠듯하게 생활하는지라…그러자 에릭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어요. 자기가 어떤 나쁜 사람들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고 울기만 하다 갔어요.
『현재는 실종 상태이지만, 정황으로 봐서는 사채를 끌어다 쓰고 변제하지 못해 어디론가 끌려간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살해당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돈이 큰 요인인 것 같기는 하네. 아직 명확한 건 없으니 실종자의 주변을 더 탐문해 보게. 다음. 타르, 얘기해 봐.』
『예. 아르카디아 클럽 주위에서 고급 스포츠카가 도난당했는데, 차량을 찾았고 그 수법도 파악했습니다.』 『뭐?』 『추적이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카메라는 있지만 손님 보호를 위해 클럽 측에서 꺼 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근처에서 도난 사고가 빈발했을 것입니다. 꺼 놓았다고는 하지만, 주차 요원이나 직원들이 용의자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위조 신분증으로 경찰 행세를 하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증언과 일대 폐쇄회로 화면을 뒤져서 차량의 소재를 알아냈습니다. 차창에 얇은 막대를 집어넣어 문을 딴 후, 퓨즈 박스를 뜯어서 시동을 걸어 차를 가져갔더군요.』
『그럼 바로 잡을 수 있잖아! 왜 바로 말하지 않았나! 그자가 세차장에서 일한다고 했지. 지금 시간에는 퇴근했을 테고…』 『보통 아주 늦은 시각까지도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일하지 않더라도 세차장에서 책을 보는 일이 잦다고 하고요.』 『그게 맞으면 바로 가서 잡아 와!』
02:00
『에구, 애들이 그놈 잘 잡았으려나. 그만 마시고 자야겠다.』
그때, 어떤 인기척을 느꼈어. 창밖에서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거기 누구야?』
…….
『탕!』
『당장 나와, 마구 쏴 대기 전에!』
『보이드 씨! 잠깐만요. 접니다. 프라이요!』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속삭이듯 말했네.
『나는 프라이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안다고 해도, 이런 밤중에 집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건 원치 않아.』 『보이드 씨…전 사립 탐정입니다. 당신이 의뢰했잖습니까! 부인 로라를 찾아 달라고.』
어라.
『응, 맞소. 로라. 로라를 찾고 있었지. 로라. 로라 마컴 보이드. 맞아. 맞아요.』
『툭』
『아깐 미안했소. 그러게 그렇게 오면 어떡하나.』 『직업이 직업인지라. 맞진 않았으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뭐라도 하나 걸치고 오셔도 됩니다만.』 『왜, 난 춥지 않아 괜찮소. 그래, 로라는. 뭘 알아 왔소?』 『부인이 어디 사시는지, 누구랑 있는지 다 알았습니다. 다음 계획이 무엇인지도요. 사실 제 기대 이상으로 많은 걸 알아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혹시 몰라서 계속 들고 있었지. 자, 뭐라고 하셨지?』 『이 정보를 보이드 씨께 알려드릴 수 없다고요. 보세요, 로라…음, 그러니까 당신이 그렇게도 아끼는 로라 씨는 지금 매우 부유한 남자와 함께 있습니다. 제가 뛰어난 탐정이라고 자부합니다만, 그를 캐기 시작했더니 놀랄 만큼 빠르게 저를 알아차리더군요. 그래서 이야기했습니다. 저랑, 그 남자랑, 그리고 로라 씨도 같이요…….』 『그래서?』 『합의를 봤습니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기로요. 대신 그 사람 회사에서 아주 좋은 자리를 약속받았습니다. 그…앗! 이름을 말할 뻔했네.』 『내가 당장 당신을 쏠 수 있다는 걸 잊었나?』 『이러시면 안 되죠, 보이드 씨. 아시다시피 저는 여기 오지 않았어도 상관없었다고요. 하지만 확실히 알려드리기 위해서 여기 직접 찾아온 겁니다. 혹시라도 엠마 양을 탓하실까 봐서요. 엠마 양은 정말이지 당신을 도와드리겠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또, 보이드 씨,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경찰서장이시니까요.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 『대신에 부인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준비가 되면 직접 보이드 씨께 전화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건에 대해서는 보수를 받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요.』
『…나가.』
『맥주는 두고.』 『이미 반이나 마셨는데요!』 『걱정 마. 내가 비위가 좀 좋아서.』
『어이, 프라이. 신발 벗어.』 『아니, 그건 또 왭니까?』
『그냥, 내가 맥주 두고 가라고 했는데 당신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당신이 불쾌해졌으면 좋겠거든.』
첫댓글 드디어 이용하는 마피아 특급서비스....그리고 저 놓친 밀수 사건해결하면 전리품(?)이 두둑했던걸로 기억했는데....ㅎㅎㅎ
일단 큰일은 없군요. 정치적으로 말이죠.... 폭풍전야이지만, 정작 개인사에 치어서 폭풍이 다가오는줄 모르는 우리 잭성님......
그리고 저 '프라이'라는 사립탐정은 2편에선....ㅠㅠㅠ
p.s 차카게 삽시다
꽤나 평온한 나날이었는데 말이죠. 고통받고 싶지 않은데 ㅜ
그리고 1편과 2편 간 연관성이 상당히 깊은 모양입니다 ㅎㅎ
뭐...뭐지 이겜;; 오늘 리뷰 첨봤는데 독특하게 재밌구려 정주행합니ㄷ
고맙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