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부의 대전환
필자 전영수는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전문의원을 역임했다. 앞으로 사람이 더 늘어날 리는 없는 듯하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렇단다. 인구감소를 벗어날 방책이 없다는 뜻이다. 확정적이다. 설혹 공급 비율(출산율)은 반등해도 그나마 반짝 이슈일 전망이다. 절대 숫자(출생아)가 증가하리라는 것은 희망 사항에 가깝다. 인구변화에 뒤이어 다가올 파장을 벗어날 미래는 없다. 불행의 원인은 인구변화의 악순환 탓이며 행복을 추구하는 엔진도 인구변화의 호순환 덕일 것이다. 파할 수 없다면 맞서는 수뿐이다. 인구변화는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될 이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실존하는 위협 가운데 최고 수준의 위기와 악재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가올 대전환의 힌트가 될 인구변화. 인구는 생산과 소비 주체라는 이중성격을 가지고 있다. 인구감소는 악재이고 주요국 가운데 일본 한국, 중국이 인구 감소국이다. 어제의 청년과 오늘의 청년은 사고 체계가 달라서 어제의 중년도 내일의 노년일 수는 없다. 결국에 양도 바뀌지만, 질도 변한다. 이를 잘 분석하고 진단을 확실히 할 수 있고 정확한 처방을 할 수 있다. 인구병이 앞당긴 수축 사회,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방향 상실이라는 거대 함정에 빠진 듯하다. 성장률 1% 더 머지않았다. 최근 충격적인 출생 지표 탓에 위기감과 공감대가 형성되며 시급한 사회 문제로 안착했지만, 여전히 오락 가락의 시대의 화두로 방황하는 신세다. 정치와 행정의 무시 회피형 매너리즘이 고질적이다. 그래서 말만 떠돌 뿐 필요한 개혁에 관한 손길은 찾기 어렵다. 갈등과 비용은 후속 세대의 외상 장부로 떠넘겨진다. 똑똑해진 청년 세대가 가족 분화와 출산 카드를 버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시대 변화와 맞서기보다 올라타는 것이 좋다. 순리에 어긋나면 불행이 다가선다. 변화의 규모, 속도, 범위가 상상을 초월인 인구 구조는 저항보다 순응을 요구한다.
위기는 녹슨 관행을 뜯어고칠 절호의 기회다. 개인도 기업의 비즈니스처럼 개인의 생애 모델도 바꿔야 할 수정 단계의 리렛 타임에 들어섰다. 시대 변화에 밝은, 후속 세대는 이미 인생 모형을 대폭 수정하고 전환한다. 시대가 변했는데 과거 모델을 추종해 본들 먹혀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개척할 대한민국이다. 선진국이 우리나라의 인구 통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장기간 성장 정체에 빠진 선진국을 구해낼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실험을 데스트베드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인구변화 속에서 확인하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이 기회다. 인구보너스가 쏘아 올린 후발 주자의 추격 모델은 끝났다는 점이다. 손쉬운 벤치마킹의 실종이다. 그럼에도 선진국의 공통적인 골칫거리인 저성장, 재정난, 인구 병이라는 총체적인 사회 질환은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고 긴박하게 확인할 수 있고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유력 주자로 제격이다. 그러면 자본주의의 실험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위기가 세계의 기회로 전환되고 활용된다는 뜻이다. 즉 달라진 한국형 인구 구조를 잘만 쓰면 새로운 자본주의의 길도 열린다.
인구 재편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성공 조건. 한국형 인구 급변의 원인은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변화니 0.7명은 당연하다. 다만 출생 포기의 원인이 변수다.① 수도 중심의 자원 집중, ② 학력 중심의 성공 모델, ③고 비용형 가족 결성, ④ 성차별적 독박 육아 들이 유력하다. 이런 사유들이 결혼과 출산을 저해하고 포기하게 한다. 인구변화가 촉발한 자산 시장의 변화를 보자. 실물 경제에 비례해 금융 시장도 확장된다. 실물이 달라지면 금융도 바뀔 수밖에 없다. 인구변화로 부가 가치가 변하면 금융 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바로미터는 이자율이다. 실물 경제가 정체되는 선진국의 시장 이자는 낮다. 자본을 조달해 창출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줄어드니 기준점인 이자율을 높일 수 없어서다. 이제 더 이상 가족을 위해 저축하지 않는다. 고령화와 수명 연장과 수익률의 하향 안정은 선호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기대가 큰 인플레이션 시대는 안전 자산이 선호하나, 저금리 디플레이션 시대는 위험자산에 배팅하는 경향이 커진다.
20년 후 2040년대에 청년이 내 집을 살까? 변화는 생경하고 불편하다. 익숙함이 안겨준 권력과 돈을 쥔 쪽일수록, 변화=조정에 따른 거부와 저항은 만만찮다. 인구변화가 어지럽힌 집값 논쟁. 집값 고려엔 변수가 많기는 하다. 효용측정은 경제와 심리 분석으로 나눠 본다. 경제적인 가성비로 임차일 때 유효하다. 현재는 최소한 빛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이 옮겨 다니는 것보다 낫다는 확정 신호가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 집 효용이 인구감소를 극복할지가 논쟁이다. 후속 세대는 생애 최초 집을 마련하는 일에 흔들린다. 살 수도 없거니와 사본들 보유 부담이 기대 효용보다 높다는 판단에서다. MZ세대에 달린 집값의 미래. 20년 전 출생 인구가 50만 명대를 돌파했지만,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으니, 대학의 위기감은 벚꽃 엔딩에 비유됐다. 이처럼 인구 충격은 더디지만 매섭다. 이대로 집값 향방에도 결정타를 안길 수밖에 없다. 2023년 출산율이 0.65명으로 떨어졌다. 5년간 평균 0.04명 씩 줄어들면 20년이 못 돼서 0으로 떨어진다. 출생률 0가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때 수요 폭감은 가격 폭력으로 이어져 내 집 마련하는 일은 수월해진다. 살 만한 집이냐가 관건이지, 수요 감소는 이길 수는 없다. 집값이 싸져도 얇은 지갑은 매수를 약화한다.
멈춰버린 신도시와 원도심의 수직 도시. 출산율이 0이면 가계도는 끊어지고 결혼과 분가는 사라지고 만다. 넉넉히 1세대 후면 지금과는 완벽히 달라진 생활 풍경과 행동 준칙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 주택은 새로운 주거 스타일로 대체될 운명과 같다. 수평 저층 단독 주택--> 수직 고층 집합 주택을 이를 새로운 대안 모델이다. 도쿄가 채택한 공공·상업·생활의 수직 도시. 발 빠른 성장만큼 급속한 조락도 맞다. 인구 규모와 성장 여력을 볼 때 서울은 절정 단계를 지난 듯하다. 몸집을 키우던 청년 시절에서 늙음을 직면한 성숙 시점에 다가섰다. 쇠퇴 범위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관건일 따름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과정에서 생존 원가가 비싸진 서울이 비교 우위가 축적된 경기권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이때 콤팩트시티를 설명력과 접합성을 내세워 제안할 수 있다. 도시 공간을 재구성해 쇠퇴를 늦추고 활력을 찾자는 개발 전략이다. 신도기가 확대하면서 중심 시가지가 쇠퇴하자 등장한 일종의 적정화 아이디어다.
세대 주도의 붕괴를 예고한다. 아직은 거대한 중년 인구가 유·노년을 떠받치는 정사각뿔이지만, 2047년이면 역삼각형이 뚜렷해진다. 반복적인 저출생을 보건대 물구나무의 하중 부담은 사회 붕괴를 뜻한다. 저출생은 위기 신호다. 초고령화까지 반영하면 부양 부담의 무게와 범위가 가속화돼서다. 사회 근간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뜻이다. 세대 부조의 신호는 복지 훼손에서 시작된다. 5대 사회보험 모두 보험료는 줄고 급부 비는 늘어나서다. 내는 것은 적고, 받는 것이 늘어나면 유지하기 힘든 것은 당연지사다. 여기서 믿을 것은 각자도생이다. 고령 인구의 부동산 매입도 늘어난다. 우리나라의 현상은 아니다. 현금과 예금, 보험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일본도 겪은 일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캠페인을 폈다. 년령별로 불리는 노년과 현역, 줄이는 청년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근로 소득, 연금 소득, 자산 소득은 물론이고 겸업용 부케로 내 사업 소득과 기타 소득까지 확보하려고 매진한다. 인구변화를 이겨낼 주식과 연금 찾기. 불확실성을 커버할 유력 자산은 연금 상품이다. 그동안 금융 상품이 누리던 생존감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1960년대생은 1,030만 명이고, 1970년대생은 9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중간층의 어른은 이들 1,7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 집단이다. 50대 점령을 끝내가는 1970년대생들은 돈 쓸 준비가 된 세대다. 여기에 지는 1960년대생과 뜨는 1970년대생이 조명된다. 60년대생은 현재 55~64세에 포진됐다. 이들은 현대 탄탄한 직장에 다니는 현역 인구는 생각보다 드물다. 현실 정년은 50세 전후다. 1970년대생은 44~54세 연령에 진입하며 우리 사회의 어깨이자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핵심 인구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시차를 두고 산 60년대와도 다르다. 30% 에 머물던 60년대의 대학 진학률을 따돌리며, 두 배가 급증한 진학률을 보였다. 고성장기에 유소년기를 보내 소비력과 구매력도 남달랐다. 반면 30대에 진입하면서 외환위기를 겪은 뼈아픈 경험도 했다. 첫 직장이 비정규직이면 평생의 낙인 효과로 고생했다. 이들은 평생 비혼이 증가한 하류 인생을 겪는 인생에 70년대생이 많다. 자산과 연 소득도 70년대생이 보루일 수밖에 없다. 말 많고 탈 많은 정년 연장도 이들 1970년대부터 적용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노동이 부족하고 부양이 증가하는 탓에, 현역 중심으로 먹여 살리던 매칭 구조가 붕괴한 세대 부조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면, 국민연금처럼 ‘저부담, 고급여--> 고부담, 저급여’의 세대 간 역할 조정보다 더 지배적이고 결정적인 것이 근본적인 개년 조작이다. 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4.08.30.
인구감소, 부의 대전환-1st
전영수 지음
21세기북스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