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위치했다고 다 좋은 아파트가 아니듯, 강북에 있다고 다 그저 그런 아파트만도 아니다. 오히려 웰빙 시대를 맞아 산자락에 자리잡은 강북 아파트들의 몸값이 치솟는 실정. 내 집 마련의 기쁨과 동시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도심권 대표 아파트 홍제동 인왕산현대와 삼성래미안을 다녀왔다.
인왕산 자락의 웰빙 아파트, 인왕산현대
지난 1998년 3월 입주한 홍제동 인왕산현대는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대표적인 그린 조망 아파트로 ▲25평형(255가구) ▲32평형(256가구) ▲43평형(189가구) 등 전체 945가구(임대 245가구 포함)로 이뤄져 있다.
올 해로 지어진지 8년이나 지난 탓에 단지 내부에서 아기자기함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마땅한 조경시설도 없고 산뜻한 외벽을 자랑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위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인왕산을 보고 있자면, 자연보다 더 한 사치는 없다고 생각될 만큼의 푸르름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전면 거실에서 인왕산을 감상할 수 있는 105동, 106동 7층 이상은 조망이 안 되는 다른 가구에 비해 4,000만~5,000만 원이 비쌀 정도다.
<인왕산도시자연공원 입구에서 바라본 인왕산현대>
집에서 시원한 조망을 할 수 없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걸어서 5분이면 인왕산도시자연공원 입구에 다다르는 덕분이다. 109동에 살고 있는 한 입주민은 “2~3시간 가량 소요되는 코스는 등산하기도 안성맞춤”이라며 “주변 공기가 쾌적한데다 정기적으로 등산까지 하다 보니 부쩍 건강해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백화점, 할인마트 등의 쇼핑시설은 부족한 편이나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홍제역 구간 상권이 활성화돼 있어 큰 불편함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더러 이곳에 위치한 재래시장으로 주변 정비가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도리어 물가가 싸다는 이유로 알뜰한 주부들에게는 인기다. 쾌적성과 편의성은 뛰어나지만 초등학교가 멀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왕복 6차선의 의주로를 건너 10분 이상 가야 하는 것. 횡단보도와 육교가 설치돼 있다 해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안산이 내 집 거실, 삼성래미안
어린 자녀의 통학이 걱정된다면 의주로를 중심으로 인왕산현대와 마주하고 있는 삼성래미안을 눈 여겨볼 만하다. ▲14평형(130가구) ▲24평형(138가구) ▲31평형(116가구) ▲41평형(90가구)으로 이뤄진 474가구의 중급단지로 안산초등학교까지는 도보 1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등·하교 시간이면 다소 시끄럽다는 흠이 있지만 안산 자락에 위치해 전체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지난 2000년 10월에 입주해 이미 6년 차에 접어든 이 단지는 여전히 새 아파트 같은 모습으로 인기몰이 중에 있다. 래미안 특유의 깔끔한 외벽과 조경에 단지 뒤로 펼쳐진 안산의 푸른 전경이 더해졌기 때문. 특히 102동, 103동 5~6호 라인, 104~106동의 6층 이상에서 가능한 그린 조망은 어느 아파트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아파트 산책로와 이어지는 안산 약수터도 압권이다. 약 1시간 가량 소요되는 안산 등산로와 그 중턱에 있는 약수터는 래미안 주민들의 자랑거리.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학교가 단지와 접하고 있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며 “아이 학교 때문에 찾았다가 쾌적한 주거환경에 어른들이 반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지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자는 노약자들이 오르내리기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나마 후문에 비해 정문은 경사가 덜하고, 단지 입구까지의 길이도 짧지만 지하철역 및 버스정류장과의 거리가 후문보다 먼 편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브랜드, 주거편의성 및 쾌적성, 교육시설까지 모든 것을 갖췄으면서도 지금까지 가격이 안 뛰었던 이유는 경사지인 게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도심 접근성 뛰어나 직주근접 실현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두 아파트지만 뛰어난 교통여건을 바탕으로 직주근접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둘 다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역세권인데다 20여 개의 버스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정류장이 코 앞인 덕분이다. 대중교통뿐 아니라 단지 앞 의주로를 통해 자가 운전을 하더라도 광화문, 시청 등 도심까지는 10~15분이면 충분하다.
이에 도심권에 생활권을 두고 있는 직장인과 시청, 정부종합청사 등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와 함께 인근에 위치한 한성과학고 학생들의 수요도 만만치 않다. 과학고를 준비하거나 합격한 가구에서 가까운 이들 아파트를 찾기 때문이다.
내부는 6~8년 이상 된 아파트인 만큼 전형적인 평면을 취하고 있다. 다만, 같은 2-bay라도 인왕산현대 25평형은 방이 3개인 반면 삼성래미안 24평형은 방이 2개뿐이다. 식구가 많거나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면 인왕산현대를, 거실을 더 넓게 쓰고 싶다면 삼성래미안을 선택하는 게 좋다. 32평형(래미안 31평형) 및 43평형(래미안 41평형)은 서로 비슷한 구조를 가진 가운데 2년 가량 새 건물이 래미안이 내부 공간이 넓다는 평이다.
한편, 최근 부동산값 상승에 힘입어 이들 아파트의 가격도 상승 추세에 있다. 매물 역시 부족한 편인데, 홍제공인 정시영 대표는 “이미 팔릴만한 물건들은 팔리고 매물이 많지 않은 탓에 집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 관계자 또한 “주변 재개발과 은평뉴타운 개발 등으로 인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