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체험 삶의 현장
2022년 7월 22일 금요일
음력 壬寅年 유월 스무나흗날
산골에 살다보니
남다른 체험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체험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라
일부러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장맛비가 하루종일 부슬거렸던 어제,
일년에 몇 번, 아니다. 흔히 체험할 수 없는 일을
하루에 세 가지나 체험하며 겪었고 즐겼다.
이름하여 '체험 삶의 현장'이라고 할까?
첫 번째 체험 삶의 현장
'장맛비 내리는 날의 여유'
전날밤에 쏟아지던 비는 아침이 되면서 가랑비가
되어 주룩주룩 내렸다. 하루종일 비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에 아내가 난롯불을 지폈다. 눅눅하기도
하고 꿉꿉하기도 하여 장마철엔 이따금씩 이렇게
난롯불을 지펴 제습기를 대신한다. 뽀송뽀송하여
좋은 뿐더러 남다른 운치를 느끼기도 하여 좋다.
아내는 한가롭게 뜨개질을 하고 촌부는 그 옆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곤 한다.
선풍기와 난롯불,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하다.
이곳의 산골살이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두 번째 체험 삶의 현장
'말벌집 제거하기'
올여름엔 유난히 벌들이 건물 곳곳에 벌집을 지어
기승을 부리며 위협을 하고 있다. 벌써 두 번씩이나
119에 신고를 하여 소방대원이 출동, 벌집 제거를
하였다. 한두 개가 아니다. 특히 말벌집은 위험하여
함부로 제거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어 늘 조심한다.
그런데 또다시 군데군데 말벌이며 바다리가 집을
짓고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119소방대원을
부르기가 참으로 미안했다.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어제 아침나절에 아내가 2층 침실 윗쪽의
말벌집에 에프킬러를 뿌려놓았다며 제거해보자고
했다. 기다란 장대톱을 들고 올라와 창문을 열고서
간신히 제거를 했다. 사실 위험한 짓거리이긴 해도
아내는 연신 에프킬러를 뿌려대고 장대톱을 들고
떼어내는 것은 촌부가 하는 합동작전인 것이었다.
이렇게 말벌집 제거 성공을 했더니 자신이 생겼다.
이번에는 혼자 기다란 낚시대를 이어가지고 펜션,
카페, 커플룸 처마 안쪽에 짓고 있는 말벌집 2개,
바다리집 2개를 혼자 제거했다. 벌집 제거는 정말
겁나고 위험한 것이라서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라서 벌들의 활동이
좋은 날 보다는 훨씬 더 좋지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는데 제대로 먹힌 것 같다. 마지막 말벌집 제거를
하는데 카페에 있던 이서방이 합류하여 잘 마무리
했다. 아내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혼자서 어쩌려고
그런 짓거리를 했느냐고...
세 번째 체험 삶의 현장
'6m 짜리 아연 강관 나르기'
장맛비가 부슬거린 늦은 오후, 둘째 이서방과 함께
카페 주차장에 쌓아놓은 29개 아연 강관을 둘째네
집앞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려고 내려갔다. 아내와
처제도 힘을 보태겠다며 따라 내려왔다. 이 강관은
둘째네 데크 기초작업에 쓸 자재인데 트럭이 올라
오지못해 주차장에 부려놓은 것이라서 하나씩 우리
손으로 나르기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6m 길이로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이서방과 촌부는 합동으로
양손으로 두 개씩 들고 나르고 아내와 처제는 둘이
하나씩을 날랐으나 두 개씩을 들고 나른 우리보다
더 힘들어 하고 더디게 나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돼 보여서 그만하고 들어가라고 말했으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면서 끝까지 도와주어 훨씬
수월하게 일이 끝나기는 했다. 주차장에서 집까지
거의 100m 가까운 거리의 비탈진 길이라서 꽤나
힘들긴 했다. 처제와 이서방은 나이든 우리 부부를
힘들게 하여 미안하다며 연신 고맙다, 감사하다고
했다. 아내는 문득 초창기 이곳에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돌을 골라내 당까(마대 같은 주머니 양쪽을
잘라 막대기를 끼워 손잡이를 만들어 들고 나르는
도구) 작업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면서 21년 전의
추억이 새삼스럽다며 웃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의 얼굴이었지만 처제와 함께 웃는 아내,
두 자매를 바라보며 짠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여 함께 웃었다. 언니와 형부 고생시켜 미안하고
고맙다며 한우 불고기 전골을 끓여주어 맛있게 잘
먹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둘째네 데크 기초공사를
하기로 했는데 밤새 비가 내려 힘들지 싶은데...
첫댓글 체험 삶의 현장이 따로 있나요?
촌부님의 삶 자체가 방송에서 나오는 것보다
리얼 하잖아요. 오늘도 많이 웃고 행복한 날 되세요.
멋진 삶을
사시는 촌부님의
마음처럼 오늘도 넉넉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