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년 연장 계획 발표..."연금 제도 개혁 필요해"
중국의 빠른 고령화…선진국과의 정년 격차 여전
1949년 신중국(新中国) 건국 당시 중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35세였다. 한편,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UN 통계 기준 44.6세에 달했다. 2024년 8월, 중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8.6세로 늘어났고(국가위생건강위원회(卫健委) 통계), 2035년에는 82.8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UN 통계).
1949년 당시 중국의 60세 인구의 평균 기대여명은 11년이었으나, 2023년에는 22년으로 늘어났다. 2050년에는 25.8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65세에 퇴직하며 일부 국가는 정년을 67세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점진적으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미국의 정년은 66세 6개월이고, 내년에는 66세 8개월, 그다음 해에는 66세 10개월로 늘어 2027년에는 67세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독일도 65세에서 67세로 정년을 상향조정하는 개혁을 진행 중이다.
반면, 중국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정년은 각각 60세와 50세이다. 여성 간부의 정년은 55세이지만, 여성 간부의 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남녀 평균 정년은 미국과 일본의 법정 퇴직 연령인 66세, 67세보다 최소 11~12년 빠른 약 55세이다. 이처럼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법정 정년 연장’ 정책 해석
지난 10여 년간 중국 중앙 정부 문건에서는 정년 연장에 관한 내용이 간략하게 언급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발표된 ‘결정’에서는 “자발적이고 유연한 원칙에 따라 점진적이고 안정적으로 법정 정년 연장 개혁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자발적이며 유연한 원칙’이 처음으로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전 문건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내용이다. 필자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현재 많은 국가에서 탄력적인 정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의 법정 정년은 65세였지만, 시민들은 63세에 조기 퇴직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 63세에 퇴직하게 되면 연금 수령액이 다소 줄어드는 것이 바로 ‘유연성’ 원칙에 해당한다. 제도가 유연한만큼 자발적인 선택이 보장되어야 하며, 연금 가입자에게도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따라서 자발성과 유연성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둘째, ‘점진적’ 원칙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7~8년 전에 ‘점진적 정년 연장’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에 이 개념을 더욱 발전시켰다. 현재 출산, 육아, 양육으로 인한 중국 가계의 부담 상황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점진적 정년 연장 제도의 정도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중앙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의 실제 필요와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음을 보여준다. ‘점진적’이라는 표현은 각 국가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3중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이미 발표된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 연장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정년 연장이 고용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필자는 정년 연장이 고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 부문의 정년 연장은 전체 고용과의 ‘연관성이 적다’.
중국의 공공 부문 일자리는 약 4천만 개에 이른다. 모두가 이를 놓고 경쟁한다면 정년 연장이 고용에 영향을 주겠지만, 2024년 중국의 공공 부문 채용 예정 인원은 3만 9,600명에 불과하다. 반면, 대졸자는 1,179만 명에 이른다. 다시 말해, 100명 중 0.34명만이 공공 부문에 입사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 부문의 정년 연장은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1년에 몇 달씩만 늘어나서 몇 년이 지나야 1세가 늘어나는 수준이다. 여기에 ‘자발적이고 유연한’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공공 부문의 정년 연장이 대졸자의 공공 부문 취업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 또한 전체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영향이 있더라도 정년이 점진적으로 연장되는 과정에서 그 여파가 희석될 것이다. 특히 초기 4년 동안은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향이 있더라도 고용과의 연관성은 매우 낮다.
둘째, 민간 부문의 정년 연장은 전체 고용과 ‘무관’하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그리스의 정년은 60세였으나 실업률은 12~2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정년은 65세였는데도 실업률은 5% 미만이었다. 그리스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정년과 실업률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20년 전에는 현재와 같이 다양한 새로운 업종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새로운 업종들로 인해 수억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매년 민간 부문은 대졸자 대부분을 채용해 대졸자 취업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매년 공공 부문에서 발생하는 공석은 적은 편이다.
더 나아가 민간 부문의 발전과 대졸자 채용은 주로 경제 발전과 관련 있다. 따라서 고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결국 경제 성장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퇴직 연령을 낮추더라도 실업률 상승을 막을 수 없다. 이는 법정정년과 실업률 간의 상관성을 경험적으로 분석하여 도출한 결론이다. 과거의 고용 상황 역시 이를 증명한다. 정년이 크게 변동하지 않았던 중국과 미국의 과거 고용 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개인 연금의 ‘계좌 개설 열풍, 납입 저조’ 현상… 이유는?
중국의 제3 기둥(第三支柱) 정책이 도입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으나, 가입률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36개 시범 도시의 16~64세 인구 중 약 6,000만 명이 계좌를 개설해 가입률이 22.6%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20%를 넘어선 수치다. 특히 미국의 연금 시스템이 50년 전에 구축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2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연금 시스템을 도입한 국가의 가입률은 천차만별이다. 가입률이 2%에 불과한 국가가 있는 반면, 100%에 이르는 국가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중국의 제3 기둥 정책 시범 운영 결과는 긍정적이다. 모든 국가에서 연금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가입률에 달려 있는데, 가입률이 낮으면 연금과 관련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논할 필요조차 없다.
다만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도 존재한다. 중국의 제3 기둥 시스템이 2022년 11월 시행된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가입자가 실제로 납입해야 하는 기간은 2년 반이 넘는다. 연간 납입액을 1만 2천 위안으로 가정하면, 가입자 6,000만 명의 납입액은 약 2조 위안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실제 납입액은 500억 위안에 불과하다.
주민들이 납입하지 않는 이유는 경기 침체, 소득 감소, 소비 수준 하락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낮은 수익률에 있다.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저축, 은행 금융상품, 연금 보험, 공모펀드 등 4가지 연금 상품 중 보험과 저축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수익이 마이너스이다.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도 많다. 국민들은 연금 계좌에 투자해 수익이 발생하면 투자를 계속하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저축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한다. 이처럼 손실은 납입 의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3 기둥 정책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제3 기둥 연금 시스템 발전을 위한 개혁 심화 필요
상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안팎의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제도 밖’ 개혁이란 자본시장 활성화를 가리킨다.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저금리 시대에는 고정 수익에 의존하는 저축과 보험 상품만으로 매력적인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 게다가 연금 계좌의 자금은 60세가 되서야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를 연금 상품에 납입하도록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자본시장 개혁 촉진이 핵심이다. 작년부터 중국 중앙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신뢰 향상을 위해 다양한 개혁 조치를 내놓았는데, 이 역시 제3 기둥 연금 시스템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제도 내에서도 개혁의 여지가 있다. 바로 연금 금융 상품의 범위 확대이다. 현재 연금 상품은 4가지 종류밖에 없는 데다가 동질적인 상품의 경쟁이 심하다. 이에 상품 혁신을 제언하는 바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좋은 일부 상품의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기업 연금 대상의 ‘집합계획(集合计划)’을 개인형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여부와 관련해 필자는 제도 개혁 과정에서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집합계획’은 지난 20년간 역사적인 수익률을 기록하여 투자자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시장에서 이보다 높은 수익률의 투자 상품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규제 전략을 조금만 조정한다면 제3 기둥 연금 시스템의 개인 연금 상품 범위를 확대하고 상품 수익률을 높여 투자자들의 납입 의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 관념을 타파할 필요도 있다. 《금융기관 자산운용 업무 규범에 관한 지도의견(关于规范金融机构资产管理业务的指导意见, 이하 ‘의견’ 》 발표 전에는 대부분의 은행 금융 상품은 단기 상품이었으며 평균 만기가 3~4개월이이었다. 하지만 이제 은행 금융 상품의 만기는 1년으로 연장되었고, 순자산 가치 평가 관리가 기본적으로 실시되어 원금 보장 관행에서 벗어나는 등 큰 진전이 있었다. 《의견》 이전에는 은행 금융 상품의 수익률이 상당히 높았던 만큼 연금 제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 제도도 때로는 구제가 필요하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사회보장 제도를 개혁하면서 위원회를 설립했다. 영국 역시 DB형 연금 보호 펀드에 해당하는 연금보호기금(Pension Protection Fund)을 설립했다. 이처럼 연금 제도는 보호와 구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때로 특별한 방법을 취해야 한다.
중국은 2007년 ‘제3 기둥’을 제시한 이후 2018년에 이르러서야 개인 세수 이연형 상업 연금 보험을 시범 도입했다. 작년 기준 가입자는 5만 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제3 기둥의 규범적 발전’이 필요하게 되었고 개인 연금 제도가 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은 17년의 시간이 걸렸다. 현재 자본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부 대형 프로젝트의 수익률이 좋을 경우, 이를 제3 기둥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내 자본과 장기 자본 문제를 살펴보면, 장기 자본의 출처는 연금, 보험 자금, 기부금 등 3가지뿐이다. 보험 자금, 연금 등 다양한 자금이 포함되어 있는 뮤추얼펀드는 장기 자본을 운용하는 투자 도구에 불과하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장기 자본과 인내 자본은 매우 적다. 그러나 장기 자본과 리스크 투자, 기술 혁신이 부재한다면 21세기에서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부는 자금을 유도하고 재정 지출로 사회 자본을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문제는 재정 수입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해 재정 지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사회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 韩中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