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빙글빙글 도는 ‘현훈’
어지럼증 중에서도 특히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강한 회전성어지럼증을 ‘현훈’이라고 한다.
자세가 불안하거나 눈떨림이 동반되기도 하며, 심한 구역질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훈은 말초성이나 중추성 어지럼증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말초성어지럼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세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구역·구토가 심할수록 말초성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가만히 있을 때도 강한 현훈이 느껴진다면, 중추성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2 —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균형장애’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어지럼을 못 느끼다가 서거나 걸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는 증상이다.
갑자기 쓰러지거나 비틀거리는 경우가 많다. 균형장애는 말초성보다는
중추성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뇌에서 균형과 보행을 담당하는 소뇌에 뇌경색이 발생하면, 균형을 잡는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통 술 취한 사람처럼 걷고, 한쪽으로 기울거나 쓰러지는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3 — 쓰러질 것 같은 ‘실신성어지럼증’
실신성어지럼증은 갑자기 아뜩해지는 느낌과 함께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어지럼증을 의미한다.
현훈과 달리 세상이나 자기 자신이 빙글빙글 돈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보통 뇌의 혈류나 당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기립성저혈압’을 겪는 환자에게 흔하다.
기립성저혈압은 장시간 앉아 있다 일어설 때 하체로 몰려있던 혈액이 제때 뇌로 돌아가지 못해 어지럼이 생긴다.
4 — 붕 뜨면서 흔들리는 ‘심인성어지럼증’
심인성어지럼증은 붕 뜨는 느낌이 들면서 몸이 흔들리고, 머리 안이 도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간혹 몸에서 자신이 분리되는 듯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마트에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어지럼증과 함께 식은땀이 심하게 흐르기도 한다.
심인성어지럼증은 중추신경이나 전정기관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등이 주요 원인 질환이다.
과거에 이석증 등으로 심한 어지럼증을 겪었던 사람들이, 병이 나은 후에 심인성어지럼증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 나타나면 체크해야 할 것은?
Check 1 — 어지럼증이 회전성인가 비회전성인가?
어지럼증이라고 하면, 무조건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증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심한 회전성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 더 심각한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지럼증이 나타날 경우에는 세상이나 자신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을 동반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보통 회전성어지럼증은 현훈이며, 균형장애나 실신성·심인성 어지럼증은 비회전성으로 나타난다.
Check 2 — 일시적인가 지속적인가?
어지럼증의 지속시간도 중추성이나 말초성 어지럼증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대부분의 말초성어지럼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에 어지럼증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한다. 반면 중추성어지럼증은 장기간 지속되고, 한번 발병한 어지럼증의 지속시간도 긴 편이다.
Check 3 — 어지럼증과 함께 동반하는 증상은 무엇인가?
어지럼증과 함께 발생하는 다른 신체 증상도 원인 질환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지럼증과 함께 귀가 먹먹한 느낌인 이충만감이나 이명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전정기관에 발생한 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심한 두통과 함께 팔·다리 위약감이나 감각이상, 발음 이상, 삼킴 곤란, 한쪽 눈꺼풀 처짐, 안면 마비
등 뇌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다면, 뇌졸중이나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경우엔 치료가 늦어지면 심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어지럼을 더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해봐서 어눌하거나 더듬는지 파악해야 한다. 앞발과 뒷발을 일자로 붙여
걸어보는 것도 좋다. 뇌경색인 경우 균형이 잘 안 잡히기 때문에 일자로 걷는 게 어렵다.
어지러움 심하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
의사들은 어지러움이 심한 경우, 이비인후과 등 귀질환을 의심하기보다는 먼저 신경과를 찾으라고 권한다.
귀로 인한 어지럼증인 경우 대부분 치료 예후가 좋지만, 중추성어지럼증인 경우에는 치료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뇌경색의 경우 3시간에서 4시간30분 사이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시작하면, 막힌 혈관을 뚫는 약을 투여해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치게 지난 후에 병원을 찾다가 소뇌에 발생한 경색이 커지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자칫 뇌경색이 뇌간까지 압박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신경과를 먼저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인 경우에는 반드시 신경과를 찾는 것이 좋다.
고령의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음주, 비만 등의 동맥경화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뇌혈관질환이 막히는 뇌경색이 유발될 위험도 높다.
또한 심근경색, 부정맥, 판막질환 등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뇌경색일 가능성이 높아 단순 어지럼증 발생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