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동쪽에는 오래된 회원제 도서관이 있다.
1754년 여섯 명의 시민이 모여 설립한 '뉴욕 소사이어티 라이브러리',
회원들의 회비와 도서관 재단 기금으로 운영된다.
현재 회원수는 약3천명으로 가족 회원까지
합하면 약 6천명이 도서관을 이용한다.
도서관이지만 상류층의 사교 모임을
겸한 문화공간이자 갑부들이 가끔 들러
책과 잡지를 읽는 독서 공간이고, 예술가들이 사무실처럼 애용하는 창작 공간이다.
이 도서관에는 오래된 역사만큼 흥미로운 일화가
많다.
대출 명부에 의하면 이 도서관의 가장 오랜 연체자는
미국의 국부(國父)로 불리며
존경 받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이다.
조지 워싱턴은 1789년 10월에 이곳에서 두 권의 책을 빌려 갔으나 반납 기록은 없다.
2010년에서야 조지 워싱턴 기념 사업회가 동일 판본의 도서를 약 1천3백만원에 구입해
반납하면서 약 3억3천만 원에 이르는 연체료를 면제해 준 도서관측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했다.
2014년에는 도서관 창립 260년을 기념해 40년 이상 된 회원들만 초청하는 특별 행사를
열었다. 이 자격에 해당하는200여 명의 회원에게 초대장을 보냈고, 50년
넘게 회원인
98세와 96세 부부를 포함하여 모두 48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뉴욕 소사이어티 라이브러리 250년’이란 책에는 도서관 관련 비사(秘史)가 가득하다.
그 중 하나는 헨리 커랜이라는 뉴욕시 치안 법원 주임 판사가 제출한 민원이다.
존 플린의 책 [행진하면서]를 대출해 읽다 누군가 연필로 본문 중
'will'을 'shall'로
수정해 놓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전에 책을 빌려 간 이가 문법상 틀렸다고 생각해서
적은 것이겠지만, 헨리 판사는 이 사소한 낙서를 참지 못했다.
그는 도서관에 편지를 써서 책이 반납될 때마다 도서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고 만약 책에
낙서가 있으면 대출자의 회원 자격을 박탈해 달라고 진지하게 요청했다. “이 못된 놈을
찾아서 내 법정으로 데려오기만 한다면 현장에서 종신형을 내리겠다."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그럼 간혹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귀퉁이를 접거나 연필로 줄을 긋기도 하는
나는 어쩌지? 물론 내 책이긴 하지만.
- 조금주 / 도곡 정보 문화 도서관장
-
월간 '좋은 생각' 4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