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고구마를 선물받아 앞에 놓고 보니 생각나는 추억 하나..
유난히 나이들어 보였던 그 선생님의 별명은 "미역" 이었다.
숱 없는 머리카락을 길러 오른쪽 옆에서부터 왼쪽 옆까지...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널어 덮으셨다고 그런 황당한 별명을 우리가
지어 불렀음에도, 항상 맑은 웃음으로 우리를 이뻐하셨고..
꼭두새벽에 학교와서 포탄 던지기.. 등.. 체력장 훈련이라고 불리는
입시 체육시간을 마치고서야 첫수업에 들어갔던 우리를 안쓰러워 하셨다.
속에다 쇠붙이 덩어리를 넣고 단단하게 고무로 덮은 수류탄 모양의 공을
들어 이리 저리 쥐어보시고는 멀리 날아가게 잘 잡는 법을 연구하여
시범을 보이시고..
꿈많던 그 시절에는 그런 선생님이 쪼잔해 보이기도 하여서
"사골.." 이란 별명도 보너스로 가지셨던 분이었다.
고3 시절 더운 여름...그때 장난꾸러기였던 나는
교련 모자를 들고 온 교실을 누비며 돈을 걷어 문방구에 갖다주고
5교시에 학교 정문 경비실로 쮸쮸바나 서주 아이스 주를 배달 시키는 일을
거의 매일 도맡아 해댔다.
점심 시간 이후 첫 수업이라 몰려오는 잠을 이길겸..
사실 공부하기 싫어 꾀를 냈다는 쪽이 더 가깝지만...
그러고 벌어 놓는 수업시간의 짜릿한 5분 휴식이 얼마나 달콤했든지..
세월이 지난 지금에사 알게 되었지만 그 분은 모르는 척 ..우리를 혼내시지 않으셨던
유일한 선생님이셨고.. 여느날 처럼 학교 매점에서 대충 저녁을 때우고
앉아 공부하던 어느 가을 야간 수업시간.. 늦은 밤에 삶은 고구마 한 박스를
갖고 오셔서..." 출출하지?" 하고 하나씩 노놔 주시던 선생님..
학교 가까이 사시는 그 선생님은 아내를 시켜 우리를 위해 야식을 삶아
식기전에 손수 들고 오신 것이었다.그때 먹었던 고구마의 달콤함이란!
그렇게 우리를 이뻐하시던 선생님을 여고 졸업 후 찾아 뵙지 못하고..
그 모든 추억은....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세월에 묻혀버린 이야기..
어느 날 친정 조카녀석의 결혼식 날..낯익은 주례 선생님...
우리의 미역! 사골 선생님이 아닌가?
유난히 우리들을 위해 헌신하시던 그 분은 존경받는 교장 선생님이
되어 계셨고, 친정 오빠와의 인연도 깊어, 조카의 주례를 서신 것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두분은 슬하에 자식 없이 평생을 사랑으로
주변 봉사를 하시면서 정년을 맞으신 것이었다..
오늘.. 맛나는 고구마 한 박스에 생각나는 은사님에 대한 생각...
살아가면서 나누는 情! 잊혀지지 않은 사랑 하나...
유난히 맛나는 고구마 한알의 추억...
보고싶은 따뜻한 인연 하나....
첫댓글 투실해서 정이 흐르던 그 시절속을 지나온 우린 지금 귀로란 노래를 들으며 그 시간속으로 다시 걸어들어 가 봅니다.^^*
그래요... 요즘도 그런 스승...이라고 이름붙일만 한분들이 계시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츠암~
고구마 답게 생겼다 ^^
아~~
나도 그 쇗덩어리에 고무로 커버된 수류탄을 얼마나 마니 던졌던가...
나중엔 어깨가 뻐근하던기억이...
그러고도 세월이 흘러 불행중 다행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아직까정 한번도쓰먹어보지 못했다..
그 힘들게 연습했던 쇠수류탄을....^*~
새벽에 체력장하고.... 저녁에 오래
우린 얼마나 죽자고 뎀벼서했던지....
저랑 세대차이가 많이 나시옵니다
저는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일년이믄 보자.....
하루에 밥세끼~
곱하기 365일 하믄~ ㅋㅋ
밥그릇수 엄청 합니다~~ ^*~
참 이상한 체력장 시대시네요..ㅋㅋㅋㅋ 첨 들어본 이야기에요. 상상이 잘 안가네..공 멀리 던지기는 국민학교 시절에 있었던 것도 같은데...ㅎㅎㅎㅎㅎ 미역도 고구마도 사골도...다 맛난거다. 선생님 참 멋지시네요. 전 중학교 시절 일기를 원고지에 써오라셨던 교장선생님이 생각이 나요.
찐고구마 만큼이나 따뜻한 콩뜨 한 편^^*
요즘은 '바코드' 헤어 하고 하더라구요...
아.... 갑자기... 미역이 비린내 난다... 약간은 추잡시럽기도하고...
바코드 역쉬대박
바코드...푸하하하하
가버린것은 사람이고 남은것은 추억이라.............
아흑 옆으로 씨러지며...
벌써 햇 고구마가 나왔네요...
한참 귀로 듣다 나갑니다.^^
저는 귀로... 이 노래를 들으면 괘니 찡 합니다..작은 눔 군에 보내 놓고...되게 울어재껴서리....
녀석이 좋아하던 이 노래 틀어놓고 맨날 맨날 눈탱이가 보름
예자는 고구마 싫어한다며 ? ~ 저 고구마 다 뭐 할건데 ? ~ 삶아서 동네방네 다 퍼 나를거제 ? ~ 인 봐도 비디오다 ~ ㅎㅎ
아니 언니... 날로먹게() 할거다... 맛나게 삶을줄은 모르고 오븐에 구어
므 삶아서까지..
쌤하옵니다
글쓰신것 모아두실거죠
다음에 책한권 내심이
여럿 잡겠습니다...
다시 돌아올수 없음에 지나간 것은 유난히 예쁘게 가슴에 남는듯 하네요. 거기다가 더욱 가슴 따듯한 기억은 더욱더 오랬동안 내가슴에 온기를 더해 주나 봅니다. 참스승님 입니다. 제게도 더러 그런 선생님이 계셔요. 늘 생각하면서 찾아 뵙는건 고사하고 전화도 한번 못 드리네요. 아름다운 기억이 있어서 예자님 감성의 샘이 더욱 퐁퐁 솟아나나 봅니다.
나는 암호를 대라 ...할때 ㅏ발음이 안되는 군인이 끝까지 고구미~~를 외쳤다던 유머가 생각나네요...ㅎㅎ
노래...좋아여 언젠가 노래방에서 불러봤던 ....아무말도 없이 떠나간 ..그대가 정말....미워여~~~;;
샘 고구마에서도 예전의 향수를 끄집어 내시고 샘의 감수성에 또한번 따뜻함을 느껴봅니다.인정 많으신 울 샘 ㅎㅎ 미리 추석 인사드려요. 컴 사정상 어지될찌 몰라서요.
쎔~~~~~~~
노래 느무 느무 조타아~~~~~~~~^^
음악끝까지 들을라고 다른코너에 못가고 있다 ^^;;
그럴땐 본문을 외우세요^^ ㅎㅎㅎ =3=3
ㅎㅎㅎㅎ
울 아부지 고구마 농사만 지어 놓고
나보고 다 팔아 오라 하셔서
차 앞뒤로 가득 싣고 친구 친적 지인집 싸그리 방문해서 하나씩 내려 놓고는
깟 1-2 만원 받을 순 없고
아부지께는 피같은 내 돈을 몫돈으로 드리고...가슴 아렸던 기억이..
예자언닌 글도 잘 쓰고~~~! 어릴때 찐 고구마를 좋아해서 엄마가 생일날 뭐 해줄까? 하믄 고구마 쪄 달라고 했었어요 ㅎㅎ
고구마는...지금까지도 추억의 먹거리입니다.50~~60년대 초.
겨울 한밤 쪄논 고구마도 없고 배는 출출하고 무우,배추 묻어 놓은 구덩이에서
생고구마를 꺼내 형제들과 깍아 먹던 일..생고구마도 엄청 맛났다는 사실..ㅎㅎ
고구마가 맛있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