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차마 입으로 말하기 조차 거북살스러운 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지닌 속성가운데 성선설이 맞느냐 성악설이 주된 심성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은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이 더 설득력을 지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무지 믿을 수없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생기는 현상입니다.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가 어린 학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교사는 우울증으로 휴직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던 교사가 휴직중에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자신의 어린 아이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망상증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편의점에서 이복형과 편의점 직원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이복형은 현장에서 숨지고 편의점 직원도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경찰은 범행 동기로 망상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언급한 것을 볼 때 지난해 정신병 진단을 받은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상태가 악화되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은 집단적인 정신병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정신과 의사들과 심리전문가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치열한 경쟁속에 놓이고 나라의 비젼이 사라지는 환경에 갈피를 잡지 못할 경우 정신적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정신적 문제를 지닌 부모들 아래에서 자란 자녀들에게 정신적 질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입니다. 어릴적 대부분이 갖고 있는 나르시시즘을 긍정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자녀들이 나르시시스트화되고 과다한 경쟁속에서 낙오하거나 정신적 길을 잃은 사람들이 정신병적 증세를 보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정신전문가들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거의 4년동안 코로나 19로 격리상태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신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정신 질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될 경우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로 진전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정신적 질환을 별 것이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극히 혐오하고 꺼리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선진국에서 환자치료과정에 필수적으로 정신적 검진을 받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한때 정신과 병원은 파리가 날리는 한가한 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 정신과 병원이 가장 붐비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정신질환이 일반화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자 한국인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질환을 터부시하거나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풍조는 여전합니다.신체부위를 다쳤을 때 도움을 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 아플 경우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주변에 도움을 받는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관심없이 무신경적으로 바라보고 정신적인 결함이 보일 경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상황입니다. 미국 등에서 총기난사사건도 정신질환자들의 소행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목적을 지닌 테러리스트들의 행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만일 한국이 미국처럼 총기휴대가 비교적 쉬웠다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 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정신적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그들의 정신상태를 알 길이 없습니다. 운이 없으면 언제 어디서 정신질환자들의 폭력에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고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자신들의 생명을 운에 맡길 수밖에 없은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불행히도 인간 흉기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어디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를 지 모르는 일입니다.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사고를 막기위해서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잘 포용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정신질환의 경우 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그다지 큰 문제없이 회복될 수 있다고 정신전문가들을 말합니다. 가족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보호 그리고 주변인들의 격려 나아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정신적 문제로 야기되는 사회적 참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2025년 2월 1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