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부의 대전환-2nd
특정적인 중년 소비는 ‘미들 엣지’로 요약할 수 있다. 중년의 욕구 지점 edge에 주목하라는 뜻이다. 분석 결과 ‘추억 소환’, ‘자아 부활’, ‘희망 실현’이 중년 지갑이 열리는 키워드다. 양육을 종료해 시간 구속에서 벗어난 50대 이후부터 추억 소비를 넘어 자아실현에 관심이 꽂힌다. 가족에 휘둘리며 본인에 접근하는 수요와 못 이룬 미래 희망 실현을 꿈꾸며 재구성하는 차원이다. 예로 못 샀던 고급 차를 사고, 악기 연주와 해외여행에 거액을 쓴다. 금전, 시간, 체력을 완비한 중년화의 창출이다. 고객 감소가 불러올 신질서를 장악하라. 숫자 정보보다 무섭고 생생한 것은 느껴지는 피부 체감이다. 통계 변화는 본인에게 닥친 후에야 읽히는 법이다. 관심이 적다면 피부에 닿을 때까지 시차가 생긴다. 그래서 불황 통계가 보도돼서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면 무덤덤하게 넘긴다.
인구 변화로 드러난 신질서의 윤곽. 급속한 인구 변화는 달라진 고객 출현을 뜻한다. 움직이는 고객을 팔짱 끼고 응대할 수는 없다. 한발 빨리 달려가 길목을 기다릴 때 승기는 잡힌다. 저성장 속 돌파구가 절실할수록 상식적인 공감 이슈다. 이는 닥쳐올 미래 시장을 읽을 핵심 고리다. 믿어줄 뒷배도 의지할 언덕도 없다. 줄어든 고객이 떠나면 시장은 폐쇄되고 기업은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인구 대응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밑바닥에 깔아야 할 것이 인구 변화이다. 인구 반전의 목표를 기획함은 곤란한 일이다. 차라리 줄어드는 속도와 범위를 늦추고 감소 저지가 옳다. 인구 증가라는 과욕 목표를 고수할 필요는 없다. 그간 만들어낸 빗나간 신호와 잘못된 결과는 매우 많다. 인구 쟁탈은 제로섬이다.
‘위기=기회’는 진리다. 세계가 걱정하는 한국형 인구 변화는 축소 사회 속 자력갱생의 성공 모델로 남을 수 있다. 선진국형 선진 도약과 지속 가능한 신자본주를 ‘한국형’ 수식어로 완성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고성장은 남성과 굴뚝형 부가 가치를 뜻하지만, 저성장은 여성과 서비스형 기대 효과에 닿는다. 우리나라의 산업 토대도 변용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ABC는 AI, Big Data, Cloud 다가올 미래 소비를 특정 영역에 한정시키지 않는다. 수요 확장을 위한 연결적인 비즈니스는 무제한의 경쟁 구도를 뜻한다. 자동차·통신·부동산 등 대형 제조업이 호텔·스포츠. 레저 등 소형 서비스업과 합종연횡하는 혁신 제휴도 가시권에 포함한다. 기술력(제조)과 접객력(서비스)는 구분되지 않고 합쳐질 때 파워풀한 고객 만족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협공하지 못할 산업과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무한 경쟁에 닿는다. 카카오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핀테크, 모빌리티, 영화사 등 본업 모델의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건설, 골프, 영화, 공연장, 택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는 데 매진했다. 2023년 현재 자회사가 144개이다.
엄마와 아빠의 말씀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열심히 공부한다고 그에 비해 성공하는 시절은 지나갔다. 자고 나면 성장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에나 먹히던 가설이다. 양적 성장으로 절대 박탈은 방어해 주던 호시절의 감각일 뿐이다. 직업 선택의 확률은 늘어날지언정 부모 세대의 청년 시절만큼 안전하고 확실한 선택지일 수는 없다. 즉 미래의 편익과 현재 고통의 교환 구조가 바늘구멍처럼 좁혀졌기에 고학력과 대기업의 인생 경로는 약화한다. 동시에 성공 모델이자 표준 모델이 아니므로 본인다움을 최적화하는 현명하고 자유로운 인생 경로로 대체된다. 이로써 대학 진학률이 70%까지 떨어졌고, 고3 가운데 70%는 수능조차 보지 않는다. 청년 인구의 절대다수는 고학력과 대기업 모델을 추종하지 않는다. 갈등이 없고 대안이 없어 공부하지만, 반대급부에 대한 신뢰는 없어, 바늘구멍을 뚫고 입사해도 미련 없이 3년 안에 퇴사한다. 그러니 요즘 젊은것들의 반동적인 사고와 행위에 기성세대는 할 말을 잃는다. 건강하고 활기찬 청년 잔류 없는 기성 조직은 정작 매너리즘 속에 혁신할 기회를 상실한다. 시대 변화에 순식간에 뒤처지며 새 피를 수혈하지 못한 낡고 답답하고 피곤한 비즈니스 모델로 연명할 따름이다.
축소시장에서는 소비 감소로 고객 감소가 매출 하락으로 연결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생산 공정에도 인구감소는 영향을 미친다. 임직원의 선발, 배치, 평가 등 인적 자원 관리도 인구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구가 지금의 1/4~1/5로 줄어든 20만 명대면 본격적인 인재난이 시작됐다. 인구 문제의 해결 주체로 기업이 등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보다 효과적인 능력과 자원도 탄탄하다. 기업은 사회를 위해 함께 존재하고 기능할 수밖에 없다. 주주 주권론이 불 지핀 자본 탐욕의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도 일할 맛을 위한 만족 향상은 필수다. 인구감소는 성장이 멈추고, 복지가 줄어도, 가족이 깨져도, 경쟁이 세져도 설명 변수로 인구감소만 한 키워드는 없다. 한국의 출발 지점에 인구감소가 똬리를 튼다.
인구가 적어도 잘사는 나라는 많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위스 등 1인당 GNP 상위 국가가 그렇다. 우리나라가 뒤딸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인구 소국일 때부터 차근히 경제 강국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동 공급을 벌충하는 방식은 정년 연장처럼 60세로 설정된 기존의 퇴직 연령을 높이는 것이 유력하다. 정년을 연장하면 숙련도를 활용하고 저출생의 노동 감소가 계속되면 로봇을 투입하고 이민을 확대하는 등 외부 공급을 거론할 수밖에 없다.
10년 후면 2차 베이비 붐어(1968~1974)들이 환갑 이후로 재편된다. 숫자가 늘어나고 수명이 길어져도 돈이 없거나 쓰지 않으면 시장을 조정하는 것은 무용지물인 까닭이다. 그동안의 실버 시장은 절대 빈곤의 노년 한계로 시장 조성은커녕 정부가 발주한 최소한의 복지에 머물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지만, 노인을 향한 시장은 있다. 이런 점에서 2023년은 초고령화의 원년과 같다. 1958년 개띠가 고령인 65세에 진입했다. 지공 거사가 대량 출현한 것이다. 이들 1천만 노인이 지닌 본격 파워는 새 일상생활과 달라진 직장·거주·낙에서 획득 힌트를 얻어낼 수 있다. 너희가 ‘우리를 노인네로 놀려본들 돈은 우리가 가지고 있다‘이다. 길어진 현역 인식과 왕성한 노년 생활이 맞닿으며 직·주·락의 달라진 새로운 트랜드를 제한한다. 직업만 해도 에이지즘에 따른 강판 압력의 연령차별을 거부한다. 즉 정년 은퇴는 사라진다. 일할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평생 근로를 기본 질서로 재편하는 것이다. 정년 폐지를 향한 제도적인 수정도 본격화된다.
IT 등 신기술의 힘을 주거 안정성에 녹여낸 디지털화는 주택 설계와 매매 과정에서 핵심적인 체크리스트로 드러난다. 결국에 집은 도시로, 아파트로, 동네로, 인프라로, 더 콤팩트한 삶을 떠받치는 공간으로 재편될 것이다. 아파트 아침밥 집이 뜬 것도 노인층과 1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구가 변하면 시장은 바뀐다. 갑자기 변할수록 더더욱 급해진다. 식당에서 방석이 의자로, 식후 사탕에서 젤리로, 힙합에서 트로트로, 드라마 주인공이 청년에서 중년(노년)으로 바뀐다. 부정할 수 없는 시대 변화다. 다양한 풍경처럼 우리 사회는 일찌감치 ’늙음‘을 현실화했다. 요즘 1960년대생의 퇴진과 1970년대생의 약진은 전에 없던 노년과 새로운 중년의 본격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확실히 노년은 새로운 기회다. 그러니 현명하게 접근하고 영리하게 준비해야 한다. 무대는 개막됐고 고객은 등장했다. 환경 개선과 제도 지원도 예고됐다.
강력한 노후 생활이 열린 찰나이다. 축적 자산이 많아 구매력이 좋고, 가치관의 변화에 힘입어 자녀 이전보다 본인 소비를 중시하는 신 노년도 늘었다. 먼저 주고 얻어 쓰는 불행 노후의 반면교사 덕에 다 쓰고 남아도 줄까 말까 신중하다. 궁핍을 걱정하는 것이 자녀를 지원하는 것보다, 먼저라는 얘기다. 올드 머니의 잠재력은 1,700만 요즘 어른의 노인 진입이 끝나지 않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른의 집단 숫자와 지급 능력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웬만한 아이돌조차 임영웅을 못 당한다는 얘기가 떠돈다. 스포츠는 더 잠재력이 높은 듯하다. 천하의 임영웅과 BTS를 제쳐버린 것이 손흥민이다. 중년 파워의 요즘 어른을 스포츠가 품어 안아야 할 이유다.
초고령화 시대의 논쟁거리들. ① 정년 연장, 오래 일해도 임금이 줄면 저항도 커진다. 그럼에도 정년 연장은 대세다. 곧 정년 없는 시대가 유력해진다.② 연령 상한, 고령 연령을 65세에서 더 높여 신질서가 안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70세 75세로 상향 조정은 불가피한 시대 변화다.③ 더블 케어, 공포는 전염된다. 노노 간병은 더블 게어를 뜻한다. 중년 돌봄으로 자녀 양육과 부모 간병이 겹치는 경우다.④ 캥거루족, 캥거루족은 부정적인 사회 문제로 향한다. 중년의 은둔형 외톨이에 골머리를 앓는다. 80대의 병든 부모가 50대의 은둔형 자녀를 먹여 살리는 기현상이다. 불상사는 연급 수급을 위해 부모가 죽어도 죽음을 은폐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부모가 죽으면 자식이 굶어 죽는 아사가 심심찮다.⑤ 노년 정치, 정책을 실행하는 주체와 객체는 향후 초고령화로 집중된다. 머릿수가 많은 거대한 그룹에 러브콜을 날리는 것이다. 선거구별 유권자의 1표가 동일 가치가 아닌 까닭이다. 고령지역=농촌은 적은 표로 당선할 수 있지만, 청년 지역=도시는 더 받아도 낙선하는 것이 현실의 한계다. 선거구 개편은 고령화에 기댄 정치권의 이해와 부딪힌다. 일본은 2~3배의 격차가 벌어진다. 민주주의의 절차 한계지만, 다수결의 질서라면 머릿수가 적은 청년 정책은 퇴색할 수밖에 없다.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인구감소, 부의 대전환-2nd
2024.09.01.
전영수 지음
21세기북스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