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올린 글의 열화와 같은 - -; 성원에 힘입어 사족이지만
조금 더 신나는 영국 생활을 위해 한마디 더 하겠슴다.
밑에 글을 다시 읽으니 제가 공부만 한 것 같은데 놀기도 엄청 놀았거든요.
모두들 다 아시겠지만 언어연수의 가장 큰 맹점은 정작
본인은 영어를 말하면서 배우기 위해 왔건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과 친해질 기회도 없고 영국인이랑 같이 어울리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만나봤자 홈스테이 주인이던지 학교 선생님이던지
모두가 사실 돈이라는 거래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죠.
그 만큼 그 사람들이 진정으로 우리 개인개인에게 신경쓰고
더구나 친구가 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봅니다.
영국에서 외로움 타고 고향생각 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같이 웃고 즐길만한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죠.
그렇지만 한국 친구랑 놀 때 드는 생각은 이게 아닌데…
영어 공부 하러 왔는데 한국 사람이랑만 있으면 안되는데
하는 강박 관념 때문에 모두가 괴로움에 쌓이리라 봅니다.
물론 저도 한때 이랬죠.
영국에서 제대로 된 영국 친구를 사귀는 것은 사실 간단하지만
매우 어렵기도 하죠. 왜냐면 우리들의 친구 사귀기 목적은 영어
공부하기인 반면 그네들은 그야말로 자연스런 인간관계이고
성가시지 않은 즐거운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죠.
(relaxed, easy-going relationship)
요즘에 유행하는 한국여자 외국 남자 친구 사귀기가 다소 질타를
받는 이유도 연수생들이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가볍게 행동하기
때문인데요. 경우에 따라서 다르지만 동양여자들에게 가볍게
접근하는 외국 남자들은 자신이 동양여자를 사귀어서 무엇을
얻을 것이고 그 여자에게 자신이 왜 필요할 것인지를 자알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근데 그 필요라는게 너무 간단한
거죠. 그냥 스위트하게 말만 해주면 되는 거거렁요.
하지만 그런 심플한 만남이라도 서로에게 지대한 피해만 없다면
없는 것보단 백배 낮다고 생각되네요.
암튼 이 문제는 뒤에 언급하고 인간관계의 기본은 기브앤테이크
라는 겁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이 인기많은 것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지 어딜 가든지 똑같다는 거죠.
영국가기 전에 저에게 학업적인 많은 조언을 주시던 분께서
한가지 실수를 하셨는데, 한국에서 입는 좋은 옷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고 했죠. 비 때문에 좋은 옷 다버리고 아무렇게나
입고다녀도 아무도 상관안한다고. 면바지랑 잠바랑 운동화만 챙겨가라.
맞는 말입니다. 진짜루 학교 집 학교 집 할 사람한테는 맞는
말인데 사교적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영국 친구 사귀고 싶고
외국 이성 친구 사귀고 싶으면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예로 한국에서 좀 놀았다 하는 이쁘장한 언니를 만났는데
예쁘게 차려입고 클럽이나 바나 가면 벌떼같이 몰려들어서 말을 걸죠.
그네들의 목적이 뻔하다고는 해도 우리의 목적이 영어를 많이 쓰는 거고
제대로 가르쳐 줄만한 회화 연습 상대를 찾는 거라면 최대한 자신의
무기를 사용해 기회를 잡는 것도 영리하다고 봐요.
게다가 술도 껑짜로 사주니 - -;;
포인트는요. 자신이 흥미있어하고 잘하는 취미에 대해 그것에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자연스레
친구를 만들 수 있어요. 마음을 따뜻하게 가지고 말로 안되면
행동과 표정으로라도 쿨한 조크를 던질 수 있으면 누가 아니
좋아하겠습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픈 마인드와 배려와
정중함!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 듯 하네요. 제 경우에는 영국있을 때
가장 친했던 친구는 인도계 2세 영국인이였는데 여자구 26살
직업은 의사였어요. 만난건 정말 우연이였는데,
걔네집은 원래 리버풀이였고 한 6개월 정도 휴가를 받고 런던에
있는 친구집(우리집 아래층)에 잠시 머물 때 마침 제가 그 윗집으로
이사하던 중 우리집에 문이 잠겨 어리버리하던 때 어케어케해서 나를
도와주면서 만나게 됐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음악 얘기가
나오면서 필이 꽂히게 됐죠. 자기 꿈은 뮤지션인데 부모님이 못하게해서
메디컬 스쿨을 가게됐다 어쩌구 저쩌구 리버풀집에 믹싱기계도 있고
자기가 만든 음악도 있는데 오면 들려주겠다 어쩌구 저쩌구
난 락음악을 조아하는데 이노무 런던에서는 도무지 락을 즐길수 있는
곳이 없다 온통 테크노 판이다 슬퍼죽겠다 어쩌구 저쩌구 앗. 그럼 리버풀로 와라.
리버풀에 자기가 자주 가는 고딕메탈클럽이 있는데 죽인다 어쩌구 저쩌구.
그러면서 런던에 있는 동안 밤마다 같이 만나 음악을 들으면서 헤드뱅잉
같이하고 야밤에 소호로 심야영화 보러가구 제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걔 친구랑 같이가서 50%디스카운트 받아서 식사두 하고
우리집 식구들이랑 요리경연 파티두 하구
나중엔 제가 리버풀로 올라가서 걔네집에 잠시 머물면서
너무 재밌게 놀았죠.
집에서는 맨날 체리필터 음악 크게 틀어놓고(1집인데 보컬이
세계적 수준이다 이만한 역량의 보컬리스트는 여기선 찾을 수 없다
고 칭찬하더군요. 조만간 2집을 선물할 계획입니다. 아직 안보낸 것을 알면 엄청 실망할 꺼예요.)
밤 10시경이 지나면 슬슬 고딕의상(머리에 뿔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멓고 괴기스럽게~)을 준비해 클럽에서 밤이 떠나가라 잔혹(?)하게 춤추고 다음날 아침 몇시간이고 목 마사지를 서로 해주곤 했죠.
비틀즈 투어도 같이하고 걔 남자친구가 있는 맨체스터에 있는 대학 기숙사에 놀러가 몰래 투숙도 하고. 특히나 맨체스터의 뮤직신은 영국에서도 유럽에서도 꽤 유명해요. 영화에도 많이 등장하는데 80년대 말 팩토리 레코드 제작자 토니윌슨을 주인공으로 한 “24 Hour party people” 에 나왔던 클럽 Hacienda를 찾으러 2시간을 맨체스터의 클럽들을 전전했었는데 알고봤더니 3년전에 문을 닫았다구해서 너무 허탈해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로댄스나 테크노, 레이브 좋아하시는 분은 당근 아시겠지만 모르신다면 영국에서 음악을 즐기지 않았다는 것은 진빵 껍데기만 보고 맛있는 앙코를 못드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암튼 한국에 있는 친구 만큼 혹은 그보다 더한 맘맞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즐겁게 생활했답니다. 게다가 그 친구가 절대 나 영어 못한다고 알아듣기 쉬운 영어 쓰는 얘가 아니였고 무진장 말이 많고 수다떨기를 좋아해서 정말 영어의 홍수 속에서 살았었던 것 같애요. 머리속은 맨날 영어로 터져나갔지만 백만불 짜리 교육을 껑짜로 받은 것 같아요. 지금 따져서 생각하면요.
여러모로 생각하니 추억의 연속입니다...
글 한번 쓰니 또 이렇게 길게 되어버리네여. 한 마디 할려다가 완전 에세이가 되네요.
이 놈의 수다병은.. - -;
어쨋거나 결론은 여러분들도 멋진 친구 하나 사귀고 매일이 즐거운 영국생활 하시길 빌어요.
팟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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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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