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만나게 되는 한강 풍경의 경우의 수를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한강은 사계절 모두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지나면 어느새 일 년 중 가장 활기찬 여름이 되고,
맑고 청명한 가을이 아주 빠르게 지나고 나면 겨울이 되면서 조금씩 움츠러들지요.
그리고 아침과 점심, 저녁과 밤의 표정도 모두 다릅니다.
아침엔 동쪽에서부터 동이 트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요,
점심쯤 우리는 가장 밝고 선명한 모습의 한강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서쪽에서부터 드리우는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고요,
밤이 되고 난 뒤에도 우리는 한강에서 여전히 활기찬 서울의 야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서도 한강의 표정은 다양해집니다.
한 여름의 장마철을 지날 무렵의 한강은
잠수교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처럼 무섭게 불어나기도 하고요,
한 겨울의 한파를 겪고 있는 한강은
표면이 꽁꽁 얼어붙어 고양이가 걸어 다닐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이때 눈까지 오게 되면 우리는 마치 겨울 왕국 실사판을 보는듯한 기분도 느낄 것입니다.
그 밖에도 바람이 센 날에는 마치 바다와 같이 거친 물결을 보이기도 하고요,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마치 버터처럼 부드러운 표면의 한강을 볼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날씨가 맑고 쨍할 땐
마치 금 가루가 뿌려져 있는 것처럼 반짝이는 한강을 볼 수 있고요,
날씨가 흐리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강 맞은편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한강의 풍경을 변화시키는 요인은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고려한다면 한강 풍경의 경우의 수는 무한대가 되어버리겠죠.
제가 위에서 언급한 것들만 고려해 봐도 한강 풍경의 경우의 수는
4*4*2*2*2*2*2=512
이렇게 당장 생각나는 것만 고려해 봐도
512가지의 서로 다른 한강 풍경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마도 매일 출퇴근길에 한강을 보시는 분이나
매일 거실에서 한강을 보시는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한강은 절대로 똑같은 풍경을 재탕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냐하면 한강의 풍경을 결정하는 변수의 개수는 무한대 개이니까요.
이렇게 절대로 같은 풍경을 재탕하지 않는 한강을
매일 우리 집 거실에서 보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정도입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한강뷰 보유 여부에 따라서
매매가가 10%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혹자는 말합니다.
한강도 매일 보면 지겹다고요.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강뷰 세대가 비 한강뷰 세대 대비
몇억에서 몇십억이나 더 비쌀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로는 지겹고 싫증 나고 대로 소음이나 분진이 많다면서
한강뷰를 가진 사람은 앓는 소리를 하고
이를 못 가진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을 시기하곤 하지만,
진짜 한강뷰의 가치는 조용히 매매가에 녹아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매일매일, 그리고 매 순간 풍경이 바뀌는 한강을
단 몇 억이나 몇십억으로 집에서 볼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참 행복할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뚝배기근성
첫댓글 ㅎㅎ 서울 뚝섬 한강공원을 걷는
고양이 마져도
도도하고 있어 보이네요 ㅎ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