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금요일 맑음. 클릭하시면 선명하게 보이네요. 북쪽 스타라 플라니나 산맥과 남쪽 비토샤 산과 산 사이, 해발 550m인 계곡에 위치한 소피아는 푸른 숲이 우거진 공원이 많고 배후가 아름다운 산을 두고 있어‘녹색의 도시’로 일컬어진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스타디움이 있는 보리스 공원으로 향했다. 소피아 시내에는 3곳의 대형 공원이 있다. 그 중 가장 넓은 공원이다. 자유 공원이라고도 불리는데 360헥타르의 면적을 자랑하며 시내 중심부 외곽에 펼쳐져 있다. 불가리아 왕국의 마지막 국왕이었던 보리스 3세의 휴식처로 조성된 곳이다. ‘황태자의 공원’이라고도 불린다. 공원은 세심하게 손질 되어있으며 녹음이 우거져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시설로는 축구장, 테니스 코트, 아이스 하키장, 수영장 등이 있다. 마주잡고 손을 당기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실감나게 동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구 소련군의 기념 동상도 크게 만들어져 공원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몇 일후에 타고 가야할 공항 행 버스 84번을 확인해 두었다. 이제는 여행 끝에 와 있다. 두 밤을 자면 비행기를 탄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쉬려고 공원을 찾은 것이다. 호수위에는 커다란 투명 풍선이 띄워져 있고 풍선 속에는 꼬마가 들어가 신나게 놀고 있다. 참 신기한 모습이다. 커다란 풍선에는 자크가 달려있어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다. 바람은 자크를 조금 열고 기계로 집어넣는다. 재미있는 놀이다. 공원을 둘러보니 무지무지 넓다. 목재로 만들어진 놀이기구에는 꼬마들이 많다.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살펴보니 취학 전 꼬마들을 데리고 나온 어머니, 할머니 심지어 할아버지도 있다. 고목나무 늘어 선 산책로에는 4발 자전거를 타는 꼬마들로 활기차다. 연못 가득한 연꽃들은 앞 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다. 둥근 연못가 벤치에 앉은 영감님은 초시계를 들고 손자들의 달리기 시간을 체크하며 즐거워한다. 노동자와 군인들을 조각해 놓은 오벨리스크도 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야외 음악당도 있다. 잘 가꾸어진 연못 주변에는 카페도 있고 수양버들 그늘에는 보트도 많다. 예쁜 다리가 연못을 가로질러 있다. 오전 내내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12시 경에 다시 스베타네델리아 광장을 향해 걸었다. 소피아 대학을 지나 해방자 기념상을 거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사원을 다시 찾아갔다. 언제 봐도 멋진 사원이다. 소피아 성당 부근의 노점상을 기웃거리다가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을 찾았다. 어제 간 중국집이다. 슈퍼에서 커다란 콜라 한병을 사서 가방에 넣고 들어갔다. 수프와 돼지고기 야채 볶음과 밥을 시켜 먹었다. 연한 돼지고기와 달콤한 소스가 정말 환상적이다. 사가지고 간 콜라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오후에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소피아 몰에 갔다. 영화는 여러 편이 상영되고 있다. 말이 별로 필요 없는 액션종류를 보기로 했다. 제목은 페르시아 왕자(PRINCE OF PERSIA : The sands of time 마이크뉴엘 감독-남자 주인공 타스탄 역에 제이크 질렌할. 여자 주인공 타미나 역에 젬마 아더톤 등이 출연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대의 단검을 둘러싸고 진정한 용기를 가진 페르시아의 왕자와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반역자, 그리고 단검을 비밀의 사원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공주의 운명이 격돌한다. 영화내용은 그저 그런데, 배경이 되는 경치가 너무 멋지다. 영화관에는 8명밖에 관중이 없다. 불가리아 전체 인구가 800만이니.......인구도 없는데 대형 쇼핑 몰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오후 시간이 지났다. 슈퍼에 들러서 선물과 과일들을 샀다. 피자 2조각을 사서 다시 온천공원으로 왔다. 온천공원 옆에 길을 건너니 온천물을 받아가는 온천장이 있다. 시민들이 물통을 들고 와서 물을 받아간다. 이 온천은 매우 강한 산성이라 위장이 민감한 사람들은 주의해서 마셔야 한단다. 치료의 신인 헤르메스 동상이 세워져 있다. 손으로 물을 만져보니 따듯하다. 온천물에 포도를 씻어서 공원으로 돌아왔다. 피자와 콜라, 포도, 복숭아로 저녁을 해결했다. 어두운 밤이니 집시 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갑자기 치안이 걱정된다. 너무 늦으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숙소로 향했다. 스베타 네델리야 광장 주변은 은은한 네온사인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춤 백화점의 불빛과 구 공산당사의 건물 등이 은은한 빛을 받아 한껏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삼성회사의 로고가 파랗게 밤하늘을 수놓고 있어 친근감에 집 생각이 난다. 손님은 없는데 환하게 불이 켜진 트램들이 복잡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숙소의 침대들의 주인들이 하루하루 잘 바뀐다. 함께 묵고, 손톱깎기를 빌려주었던 일본인은 오늘밤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스페인 젊은 남녀가 들어와 큰 짐을 풀어놓았다. 일찍 잘 것 같지 않다. 벽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잠을 청한다. 할 일이 별로 없으니 빨리 집에 가고 싶다.
8월 21일 토요일 맑음 아침 7시에 기상해서 꿈적거리다가 8시에 숙소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식당에는 새로 온 사람들이 또 상기된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8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돈이 다 떨어졌다. 환전을 하려고 환전상이 많은 미토샤 거리를 찾아갔다. 주말이라 은행도 모두 문을 닫고 환전상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그래도 혹시 문을 여는 곳이 있나 해서 포기하지 않고 찾아보니 한곳이 문을 열었다. 20유로를 환전했다. 돈을 손에 쥐니 맘이 든든하다. 오늘은 보야나 교회를 찾아보기로 했다. 소피아 중심에서 남서쪽으로 약 8km 떨어진 곳에 있다. 비토샤 산기슭에 있는 교회로 프레스코 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안내되어 있다. 소피아 남쪽에 우뚝 솟아있는 비토샤 산은 해발 2000m 가 넘는 봉우리가 이어지며 최고봉은 해발 2290m의 체르니 브라우 봉이다. 보야나 교회를 가는 방법은 시내 중심가에서 9번 트램으로 종점 흘라딜르니카 까지는 약 15분, 그곳에서 64번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가면 된다는........ 트램 9번을 타는 곳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물어도 모른다. 아니 말이통하지 않나보다. 할 수 없이 소피아 대학까지 걸어가서 21번 미니버스를 탔다. 보야나 교회보다 비토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작은 광장 앞에 펼쳐진 숲 속에 교회가 숨겨져 있다. 입장료 10레바를 내고 들어갔다. 11세기에 건설한 뒤 13세기와 19세기에 두 번 증축했다. 서쪽 끝 부분에 벽돌로만 쌓은 가장 처음지은 교회다. 생각보다 규모도 작고 허술하다. 실내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원이 정해져 있다. 안내인을 따라 들어갔다. 좁다. 벽 전체가 프레스코화로 꽉 차 있다. 워낙 오래되어 지워져간다. 내부벽면을 장식하는 프레스코 화는 1259년에 제작되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니 생각외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님과 12제자의 표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걸작이라는데, 내가보기에는 별로였다. 전문가가 아니니....... 기대를 잔뜩 하고 왔는데 좀 썰렁하다. 실망스럽다. 차라리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나무 메타 세콰이어 가 더 인상적이다. 미국 요세미티에서 보았던 나무다. 한 그루밖에 없는 것이 좀 아쉬웠다. 숙소로 돌아오기도 힘들다.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로 가느냐고 묻고 탔는데, 버스는 알 수 없는 마을로 자꾸만 기어들어간다. 종점이라고 해서 내려 보니 썰렁한 마을이다. 다시 목적지를 물으니 건너편에 가서 타고 나가서 트램을 타야한단다. 헤매다가 98번 버스를 타고, 트램 7번을 타고 숙소 가까이에 올 수 있었다. 힘들다. 중심가에 있는 성 네델리아 교회에 행사가 있었다. 들어가 보니 유아 세례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말 예쁜 새댁이 남편과 함께 딸아이를 안고 있다. 남편은 청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의 평범한 차림이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신부만 책을 보며 계속 읽는다. 성수를 찍어 아이의 귀, 가슴, 다리, 팔에 찍어준다. 아이 옷을 벗기더니 커다란 금속용기에 발만 3번 담갔다가 꺼낸다. 아이는 계속 울어 댄다. 어른들은 모두 웃는다. 다시 옷을 입히고 촛불을 들고 성수통을 3바퀴 돈다. 유아 세례식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집전하는 젊은 신부만 바쁘다. 길 건너편에 보이는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으나 예배중이라 못 들어간단다. 길에서 양산을 쓴 동양인을 만났다. 물어보니 한국인이었다. 동양인을 마나기도 어려운데, 한국 사람을 만나서 참 반가웠다. 아프리카에서 석유 관련 일을 하시는데 휴가 중 이시란다. 함께 중국집에 가서 식사하기로 했다. 다니던 중국집에 갔으나 문이 닫혀있다. 할 수 없이 다른 중국집을 찾아갔다. 영어를 잘 하셔서 메뉴판을 보고 콩나물도 시켰다. 나오는 것은 숙주나물이었다. 음식을 많이 시켜 다 먹지 못했다. 커피 한 잔 까지 마셨다. 짧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헤어진 후 우리는 시원한 백화점 소피아 몰로 갔다. 벤치에 앉아 할 일이 없어 돈을 계산해 보니 뭐가 좀 이상하다. 환율이 1.95로 바꿔야 하는데, 1.59로 계산되었다. 환전소로 씩씩거리며 찾아갔다. 영수증을 보이며 항의하니까 오늘은 주말이라 그렇게 환전해 준단다. 은행과 환전소 들이 문을 닫고 쉬는 틈을 이용하여 낮은 환율로 우리 같은 급한 여행객을 상대로 영업을해서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알고 보니 화가 나지만 할 수 없었다. 슈퍼에서 물건을 좀 사가지고 숙소에 갖다 놓고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주례신부는 잠시 전에 봤던 그 젊은 신부다. 신랑과 신부가 촛불을 들고 입장하는데, 신부가 더 크다. 흰 장미를 든 신부는 단정한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 주례 신부와 보조 신부 그리고 남성들로 구성된 찬양대가 순서를 이끌어간다. 찬양대는 중창단으로 4명이다. 실내가 울려 아카펠라로 부르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주례신부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주례신부는 읽는 것도 많다. 입이 아프겠다. 하객들도 제법 많고 부유해 보인다. 들러리 친구들의 복장도 깔끔하다. 신랑신부는 싱글벙글 좋은가보다. 성경에 입 맞추고, 손을 잡게 하고 왕관을 하나씩 씌워준다. 왕관에 입 맞추고 바꿔 쓰기를 3번, 포도주 한잔을 세 번 나누어 마신다. 성채도 먹여준다. 주례 신부를 따라 3바퀴 도는데 한 바퀴 돌때마다 신부가 성호를 긋는다. 십자가를 머리에 대고 또 읽는다. 촛불을 들게 하고 선언을 한다. 이제야 식이 끝나고 교회를 나선다. 교회 문 밖에서는 사탕과 쌀을 던져 축하해준다. 아코디언과 타악기를 든 악사가 분위기를 즐겁게 해 준다. 주례신부는 교회 문 닫기 바쁘다. 해가 길게 걸려 있다. 모스크가 있는 온천공원으로 간다.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등에 맨 가방을 밀면서 여는 느낌이 든다. 느낌이 이상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뒤 돌아보니 예쁘게 생긴 아가씨 둘이 피하듯 스쳐 지나간다. 가방을 보니 자크가 열려있다. 일어버린 것은 없었다. 중요한 것이 없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생기지 않고 예쁘고 옷도 잘 입은 아가씨들이 쓰리꾼이라니! 겁도 나고 놀랍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겪는 일이다. 소피아에 집시들이 많아 이런 일들이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직접 닥치고 나니 갑자기 다리가 풀리는 것 같다. 슈퍼에서 산 포도와 복숭아를 온천물에 씻고 사가지고 간 피자와 함께 벤치에 앉아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이면 찾아와 쉬던 이 벤치와 공원 분수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해가 져서 어두워지고 저녁 네온이 들어올 때까지 앉아 있다가 숙소로 들어왔다. 소피아, 불가리아에서 마지막 밤이다. 이제 내일이면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이제 빨래하기도 싫다. 그냥 가방에 넣고 짐을 정리한다. 아내도 기분이 좋은가보다.
8월 22일 일요일 맑음 기분 좋게 일어났다. 이제는 집에 간다.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짐을 정리하고 숙소에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했다. 기분이 좋으니 맛도 좋다.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8시 30분에 했다. 열쇄를 주니 요금 낼 것을 불러준다. 주인이 카운터에 없고 다른 이가 있다. 컴퓨터에 나올텐데...... 가지고 있던 영수증을 보여주며 이미 지불했다고 말하니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배낭을 매고 나오는데 배낭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볍다. 소피아 대하 앞에서 버스를 타려고 부지런히 걸어간다. 개 2마리가 졸졸 따라온다. 앞서 가다가도 기다렸다가 졸졸 따라온다. 제법 큰 개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도로, 일요일이라 가게 문도 거의 닫은 썰렁한 거리를 걸어가는데 개까 끈질기게 따라오니 무섭다. 아내와 손을 꼭 잡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로 걸어간다. 거의 20여분을 따라오더니 두 마리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기들의 영역이 있나보다. 어제 만났던 쓰리꾼 아가씨들도 생각난다. 조용한 아침 오전의 소피아 시내가 두려워진다. 버스정류장에서 184번을 탔다. 버스 번호는 먼저 묶었던 일본인에게 물어서 알아둔 것이다. 숙소에 물으니 택시타고 가란다. 버스를 타고 터미널 ②에서 내렸다. 시계를 보니 오전10시 40분이다. 날씨는 좋다.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햇빛은 강하다. 공항은 규모는 작지만 현대식 건물에 깨끗하다. 남은 물을 먹으며 공항에서 쉬다가 오후 3시 10분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