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세의 투기 사이클
주식 시장에 일반 대중의 관심이 쏠려서 한차례 주식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때, 불과 사나흘 혹은 일주일 사이에 엄청난 금액의 수익이 실현된다. 하지만 투기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주가는 최고치 부근에서 여러 주 혹은 여러 달 동안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큰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식을 내놓는 순간이 오고 마침내 주가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시장은 하락장세로 이어진다.
대형 투자자들이라고 해서 언제나 실패를 피해 가지는 못한다. 이들은 흔히 너무 일찍 주식을 팔아 치우는 바람에 아쉬운 마음으로 주가 상승을 지켜보거나, 혹은 주식을 팔아야할 시점을 놓치는 바람에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손을 털기까지 상당한 손해를 본다.
무거운 짐을 벗고 난 뒤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이전에 상승할 때보다 더 빠르게 전개된다. 여기저기 떠도는 공급 물량은 투자자들의 손을 계속해서 거친다. 물론 그때마다 더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된다. 때로 이 주식들이 어떤 고집불통 투자자의 손에 일시적으로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다. 그 바람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잠시 반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의 무거운 짐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는 한, 주가는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나 투기적인 큰손들이 다시 시장에 들어올 때까지는 투기 성향을 계속해서 끌어올린다. 월스트리트에서도 이런 유동적인 주식 공급의 양을 줄일 방법은 없다. 활황장에서는 장기 매매뿐만 아니라 단기 매매도 더욱 늘어난다. 단기 매매든 장기 매매든 상관없이 어쨌거나 파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사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시세가 폭락할 때는 환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은 시세가 높건 낮건 상관하지 않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계속 투자한다. 평균적으로 볼 때 단기 수익은 주가가 낮을 때 오히려 크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는 기간 동안에, 최종적인 바닥 수준보다 수익이 더 많이 나오는 지점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주가 하락 기간은 이전의 주가 상승 때와 마찬가지로 펀디멘탈, 즉 제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자금 압박이 심하고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울 때에 비해서 경제적인 모든 여건이 좋을 때, 투자자나 투기 자본이 주식 시장에 들어오는 발걸음은 훨씬 가볍고 또 쉽다.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보통 "염가 할인 판매"가 있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염가 할인 판매"란 손절매(주가가 떨어질 때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서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는 기법. - 역주)라는 방식을 통해 주식이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는 것을 말한다. 플로어 트레이더(미국의 증권거래소 회원업자의 일종을 말하는 것으로 거래소 안에서 자기 매매만을 한다. - 역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주가의 일제 하락 현상이 나타난다.
싸게 살 수 있는 주식이 널려 있을 때, 약삭빠른 거래자들은 이 주식들을 줍느라 정신이 없다. 이 거래자들 가운데는 소규모로 하는 사람도 있고 대규모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대규모로 하거나 혹은 곧 그렇게 나갈 사람들이다. 하강 국면에서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최후 저지선으로 한계치를 설정해 놓지만, 주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 한계치 역시 금방 무너지고 만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산 주식은 사라지고 만다. 이 주식은 다음번 상승 국면에서나 다시 나타날 것이다.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공매도 주문이 계속 나오지만 주가의 급격한 하락을 더 이상 막지 못한다. "염가 할인 판매"의 결말은 대형 단기 수익이며, 이로 인해서 일시적인 주가 반등이 나타나지만 가격 하락을 내다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음으로 인해서 가격은 다시 주저앉아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상태는 바로 투기 사이클이 처음 시작되었던 바로 그 단계이다.
<주식 투자의 심리학> --- 조지 C. 셀든 지음 I 이경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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