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15:12]
그들이 삼손에게 이르되 우리가 너를 결박하여 블레셋 사람의 손에 붙이려고 이제 내려왔노라 삼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친히 나를 치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하라..."
우리가 너를 결박하여...왔노라 - 이처럼 이제 삼손이 동족들의 손에 묶임을 당해 이방 대적에게 넘기어지게 된 것은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이다. 그런데 이는 무릇 경건한 자기핍박을 받으며, 선지자가 고향에서 배척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좋은 실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삼손을 묶어 블레셋인에게 넘긴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허다하게 발견된다.
마치 안일한 생존이 최상의 행복인 양 몸을 사리기만 하며, 보다 숭고한 진리를 위해 봉사하는 일을 조소하는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에도 부지 기수인 것이다. 그러나 영원을 사모하는 귀한 마음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존재하되, 종속되지 아니하고 진리로 세상을 극복하는 진취적 신앙을 늘 유지 함양해야 할 것이다. 너희는 친히 나를 찾지 않겠다고 내게 맹세하라 -
여기서 우리는 민족을 사랑하는 삼손의 위대한 정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비열한 유다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분노하며 책망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삼손은 오히려 그 마음을 블레셋에게로 돌려 자신의 동족으로 하여금 그토록 비굴해지도록 만든 블레셋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 불태웠다.그래서 삼손은 동족의 손에 순순히 이끌리어 블레셋인들에게 넘기어진 후 여호와께서 주신 완력으로 블레셋인들을 쳐부수기로 마음먹고 이와같은 맹세를 유다 사람들에게 촉구한 것이다.
[삿 15:13] "그들이 삼손에게 일러 가로되 아니라 우리가 다만 너를 단단히 결박하여 그들의 손에 붙일 뿐이요 우리가 결단코 너를 죽이지 아니하리라 하고 새 줄 둘로 결박하고 바위 틈에서 그를 끌어 내니라..."
[삿 15:14]"삼손이 레히에 이르매 블레셋 사람이 그에게로 마주 나가며 소리 지르는 동시에 여호와의 신의 권능이 삼손에게 임하매 그 팔 위의 줄이 불탄 삼과 같아서 그 결박되었던 손에서 떨어진지라...."
삼손이 레히에 이르매 블레셋 사람이...소리 지르는 동시에 - 블레셋 사람들이 삼손이 결박된 채 오는 모습을 보고선 기뻐 어쩔 줄을 몰라하는 장면이다. 즉 그들은 이제까지 겪어 본 중에 가장 힘센 사람이므로 어떻게 손 써 볼 수 없었던 삼손이 꽁꽁 묶여서 오는 모습을 보자 그의 주변으로 몰려 들며 환호성을 지른것이다 신의 권능이 삼손에게 임하매 -
'여호와의 신'은 곧 성령을 가리킨다. 3:10주석 참조. 즉 원수 블레셋 사람들이 포박된 삼손을 보고 승리의 환호성을 지를 때 삼손에게 성령의 권능이 임하였고, 포박된 줄은 불탄 삼과 같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의 결박을 푸시고 죄의 사슬을 끊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모습을 상기하게 된다.
[삿 15:15]"삼손이 나귀의 새 턱뼈를 보고 손을 내밀어 취하고 그것으로 일천명을 죽이고.."
[삿 15:16]"가로되 나귀의 턱뼈로 한 더미, 두 더미를 쌓았음이여 나귀의 턱 뼈로 내가 일천명을 죽였도다..."
[삿 15:17]"말을 마치고 턱뼈를 그 손에서 내어던지고 그곳을 라맛 레히라 이름하였더라..."
[삿 15:18]"삼손이 심히 목마르므로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주께서 종의 손으로 이 큰 구원을 베푸셨사오나 내가 이제 목말라 죽어서 할례 받지못한 자의 손에 빠지겠나이다...."
삼손이 심히 목마르므로 - 이로 볼때 삼손이 블레셋 일천 명과 대항하여 싸울 때 에 유다 사람들 중에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삼손이 싸우는 동안 모두 도망가 버렸음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일천명과 상대하여 싸운 삼손은 이제 지치고 갈증이나서 기진 맥진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갈증으로 인하여 죽음 직전에 이른 삼손은, 자칫 교만해지기 쉬운 상황에서 오직 하나님께 의지하는 자만이 참 삶을 얻는다는 진리를 더욱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주께서 종의 손으로 이 큰 구원을 베푸셨사오나 - 이 때의 삼손은 마치 갈멜 산에서 바알의 제사장들을 이기고 이스라엘 광야에까지 도망갔던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서 하나님께 죽기를 간구하던 그러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제 하나님의 영광과 명예를 위해 자신을 살려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1) 삼손은 하나님의 권능으로 인한 위대한 구원의 체험을 상기함과 동시에 자신의 무능함을 고백하며 하나님께 도움을 구했다.
(2) 그는 스스로를 종으로 표현하면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용하고 계심을 고백했다. 그리고 이에 더불어 그는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사명감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갔다. (3) 그는 자신의 죽음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것을 더욱 두려워했다. 만일 삼손이 할례받지 못한 자들의 손에 죽게 된다면 라맛 레히에서 빛나게 했던 하나님의 명예까지도 더럽히는 일이 되고마는 것이다. 삼손은 하나님께서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을 간구하였던 것이다.
[삿 15:19]"하나님이 레히에 한 우묵한 곳을 터치시니 물이 거기서 솟아나오는지라 삼손이 그것을 마시고 정신이 회복되어 소생하니 그러므로 그 샘 이름은 엔학고레라 이 샘이 레히에 오늘까지 있더라....."
하나님이 레히에 한 우묵한 곳을 터치시니 - 여기서 '한 우묵한 곳'에 해당하는 '함마크테쉬'는 '절구' 또는 '절구형태로 된 구멍'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고대의 주석가들은 나귀 턱뼈 모양이 이 절구 모양과 비슷하므로 하나님께서 턱뼈의 우묵한 곳에서 물이 나오게 하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엔학고레'(부르짖는 자의 샘)란 단어에는 구체적인 대상을 나타내는 정관사가 붙어 있다는 점과 엔학고레라는 이름이 본서 저자의 시대에까지 알려져 있다는 사실등을 볼 때 고대 주석가들의 해석은 옳지 않음이 분명하다. 아마 하나님께서는 나귀 턱 뼈와 같은 모양의 뾰족한 절벽 사이 구멍에서 물이 흘러 나오게 하여 삼손의 갈증을 해갈해 주셨을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바위를 가르셔서 물이 흘러나오게 한 사건은 성경에 여러 번 기록되어 있다. 그 사건들은 모두 하나님께서 천지의 창조주이심을 입증하는 이적들이다.
[삿 15:20] "블레셋 사람의 때에 삼손이 이스라엘 사사로 이십년을 지내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