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노을 오세곤 교수 정년퇴임기념 손톤 와일더 작 오세곤 번역 연출 우리읍내 Our Town
공연명 우리읍내(Our Town)
공연단체 극단 노을
원작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번역 연출 오세곤
공연기간 2020년 6월 17일~28일
공연장소 노을소극장
관람일시 6월 20일 오후 3시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노을의 오세곤 교수 정년퇴임기념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작, 오세곤 번역 연출의 우리읍내(Our Town)를 관람했다.
오세곤 교수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고 ‘장 주네의 희곡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 한국 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회장,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부회장, 극단 노을 예술감독,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 아산문화재단 이사, 충청남도 문화예술진흥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배우의 화술』등이 있다. 우리읍내(쏜톤 와일더 작), 도둑일기(장 주네 작), 보이첵(게오르그 뷔히너 작)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했다. 금년부터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명예교수다.
손톤 와일더는 1887년, 위스콘신 주 메디슨 시에서 출생해 초등교육을 받은 후, 1905년부터 92년까지 부친이 상해와 홍콩의 총영사로 있는 동안 그곳에서 중학교교육을 받고, 1910년부터 12년까지 버클리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후 1913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후에 예일 대학에 입학해 졸업한 다음 고등학교와 시카고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소설·희곡을 썼다. 평 이한 문체와 새롭고 산뜻한 소재,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주인공을 등장시켜 형식, 따뜻한 인간애를 그려냄으로써 미국 문학계의 독자적인 지류를 형성했다.
희곡으로 <긴 크리스마스의 저녁식사 (The Long Christmas Dinner>(1931) <우리 읍내 Our Town>(1938), <우리 치아의 피부 The Skin of Our Teeth>(1942), 뮤지컬 <헬로, 돌리>의 원작이 된 인생을 구가하는 희극 <중매인The Matchmaker >(1954) 등의 걸작이 있다.
<우리 읍내>의 무대는 배경 앞에 출연자들이 앉을 수 있는 사각의 백색 조형물을 의자대신 배치하고, 무대 하수 전체로 이동시켜 배치하기도 한다. 난간형태와 작은 울타리 형태의 조형물과 접는 사다리 형태의 조형물을 무대 좌우로 배치해 남녀 학생의 자신의 집 공부방으로도 설정된다. 그리고 극의 1901년부터 1913년까지를 무대감독이 출연해 해설자 역할로 연대를 설명하고, 장면변화에 따른 다른 인물로도 출연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인 무대감독은 우리읍내가 공연될 때마다 늘 화제를 모아왔다. 1989년 배우 폴 뉴먼이 연기, 그 해 토니상 베스트 리바이벌 상 후보작에 올랐고, 1938년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작가 손톤 와일더가 직접 무대감독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미국배우협회(AEA)증까지 얻을 정도로 무대감독 역에 애착을 보였다. 무대감독은 주로 남자배우가 맡아왔지만, 1971년 미국의 첫 여성 무대감독으로 제럴딘 피처럴드가 출연한 이후, 헬렌 헌트 등 유수의 여배우들이 무대감독으로 열연했다.
손톤 와일더의 <아워 타운>은 1938년 초연 이후 전 세계 연극무대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와 매우 연극적인 형식을 통해 소박한 삶의 진실을 끄집어내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연극·뮤지컬·번안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된 바 있다.
<아워 타운>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없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그리고 있다. 극의 배경은 1900년대 뉴햄프셔주의 작은 마을. 등장인물은 마을 의사 깁스네 가족과 신문사 편집장인 웹씨의 가족으로 다들 어떤 특별한 점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다. 막이 오르면 우유배달부 신문배달부가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아침식사를 마친 깁스와 웹씨네 가족들은 각기 직장과 학교를 향해 떠난다. 어느덧 해가 지고,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저물면 이들은 다시 집으로 모여 저녁을 먹으며 이웃의 험담을 하고, 숙제를 하거나 교회 성가대 연습을 하다가 잠이 든다.
2막에서는 이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 자란 두 남녀, 깁스 집안의 아들 조지와 웹 부부의 딸 에밀리가 서로 사랑을 느끼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여기엔 어떤 극적인 로맨스나 사랑의 장애물도 없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두 집안의 아이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가정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생의 통과의례처럼 그려질 뿐이다.
3막의 배경은 2막으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마을 뒤편의 무덤가이다. 조지와 결혼해 살던 중 아이를 낳다 죽은 에밀리의 장례식이 끝나고, 무덤가에는 이미 죽은 사람들이 초연하게 에밀리를 맞이한다.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에밀리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하루로 돌아가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고는 다시 무덤으로 돌아온다. “모든 게 그렇게 지나가는데, 그걸 몰랐던 거예요. 살면서 매 순간, 매 초마다 자기 삶을 제대로 깨닫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라는 말을 남긴 채.
<아워 타운>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그리는 동시에 그 아무것도 아닌 하루하루가 실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한편 <아워 타운>은 ‘무대감독’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매우 ‘연극적인’ 형식을 강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무대감독은 전지전능한 관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해설자 역할을 맡고 있으며, 무대 위의 모든 행위가 실제가 아닌 연극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관객에게 주지시킨다. 무대 위를 한번도 떠나지 않으면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 정리해주는 무대감독은 가끔씩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즉 이러한 액션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극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관찰자의 자세로 무대 위의 삶을 바라보게 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인물인 것이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무대감독은 <아워 타운>이 공연될 때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인데, 이번 연극에서는 연출가 이신영이 맡아 탁월한 연기력으로 무대와 관객을 이끌어간다.
연극의 도입에 우유와 신문배달부 장면과 함께 어머니들이 딸과 아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고 아버지들의 모습과 직장이 소개되는 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모습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부인들대로의 평범한 일상을 떠들썩하게 떠벌이며 20세기 초 미국의 지방 소도시 한 마을의 풍경이 한동안 펼쳐지면서 1막이 끝난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감독이 흘러간 세월이 몇 년인가를 알린다. 마을의 부인네들과 노인 남성들이 교회에서 성가대 대원노릇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펼쳐진다. 성가대원들의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요즘 대형교회의 어느 성가대 못지않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다만 지휘자가 알코홀 중독자라는 설정이 색다를 뿐이다.
다음 장면은 사랑과 결혼이 주제다. 가까운 이웃의 아들과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혼례식장면과 주례사가 연출되고, 결혼식 장면이 끝나면 무대감독은 관객들에게 몇 년 뒤의 장면이 전개된다고 전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무대는 공동묘지다. 망자가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를 낳다 죽은 딸이 백색 소복차림으로 등장해 어린 시절 자신의 집으로 가겠다고 소망한다. 소망대로 딸은 자신의 열두 번째 생일날로 되돌아간다. 과거로 돌아간 딸은 가족의 일상을 접하게 되고, 자기 어머니가 너무 바빠서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딸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살아 있음의 소중함과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여전히 우유배달부가 등장하고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재현된다. 무대감독이 등장해 이제 극이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면 관객의 아쉬운 마음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연극은 끝이 난다.
김인수, 박연하, 윤미경, 정대용, 공승아, 박우열, 원덕희, 김경수, 정주영, 김남수, 김기태, 임한나, 이지혜, 김여경, 박지우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작중인물에 적합한 성격창출과 함께 이신영의 무대감독 역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기획 강재림, 무대 최병훈, 의상 장혜숙, 의상보 홍은지, 조연출 윤미경, 음악감독 최보현, 진행 유일한 이용규 박용진 김경희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노을의 오세곤 교수 정년퇴임기념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작, 오세곤 번역 연출의 우리읍내(Our Town)를 전국순회공연이 바람직한 명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공연이 끝난 후 오세곤 교수 정년퇴임기념 모임이 극장 분장실에서 열렸다. 많은 연극인들이 참석해 오세곤 교수의 공로를 치하하며 순청향대학 뿐 아니라 한국연극 발전과 도약에 혼신의 열정을 다한 오세곤 교수의 업적에 칭찬과 격려의 마음을 보냈다.
6월 20일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