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좋으면 이득이니까 입사지원서 사진도 굉장히 신경 써서 찍어야 해요. 메이크업 받고, 머리도 다시 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취업만 된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요."(부경대 4학년 이모(여·24) 씨)
취업이란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애쓰는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입사지원서 작성이다.
취업을 위한 첫 관문이라 공들여 만들지만, 실력이 아니라 외모나 부모 직업 같은 외적 요소로
부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취업준비생의 고민을 덜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증명사진은 물론 키와 체중, 출신지, 부모 직업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반향을 얻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국회의원이 지난달 29일 발의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안이 그렇다.
이미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에서 이 법안의 찬반을 묻는 말에
1만 명이 응답하고 7700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취업준비생이 입사지원서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신체적 결함과 가족의 재력까지 기재하기 때문이다.
입사지원서에 쓸 사진을 찍는 데 드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강재은(경성대 행정학과 4학년·여·가명) 씨는 "지원하려는 회사 분위기에 맞춰 증명사진을 새로 찍곤 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취업준비생 이준희(27) 씨는 "100번 넘게 입사지원서를 쓰면서 스스로 작은 키에 자격지심을 느껴 '작은 고추가 맵다'는 등 속담까지 인용해봤다. 내가 지원하는 분야와 키는 전혀 상관없는데도 위축된다"고 말했다.
은행원 서덕배(28·가명) 씨는 입사지원서에 쓴 개인 정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씨는 "보험이나 카드 개설 등 실적을 올려야 하는 시기만 되면 상사가 '아버지 직업이 좋던데 보험 하나 안 해주시느냐'고 압박해 스트레스가 심하다. 자기소개서에서 알게 된 가족 정보를 입사 이후 이용하는 게 금융권의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부산 A 대학병원 인사 담당자는 "이력서에서 증명사진이 사라지면 면접에 앞서 치러지는 필기전형에서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를 막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부산청년유니온 전익진 위원장은 "채용할 때 업무능력과 무관한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캐내는 것은 잘못된 구조"라며 "최종 면접에서도 출신지나 부모의 직업 등이 영향을 끼치는 관례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