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詩 읽기] 유자꽃 피는 마을 (김광협)
소년시절 고향마을에 대해 회상하다
픽사베이
내 소년의 마을엔
유자꽃이 하이얗게 피더이다.
유자꽃 꽃잎 사이로
파아란 바다가 촐랑이고,
바다 위론 똑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
툇마루 위에 유자꽃 꽃잎인듯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
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
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
갈매기들의 나래에 묻어
이 마을에 오더이다.
보오보오 연락선이 한소절 울 때마다
떨어지는 유자꽃.
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
유자꽃 꽃잎이 섦기만 하더이다.
김광협 (1941~1993), 시인, 기자
'내 소년'은 추억 속 시인 자신을 의미한다. 그의 과거 아름다운 추억 속 모습이 한 편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묘사된다. 유자꽃 피는 마을에서의 '내 소년'처럼, 과거 어린 시절의 동화같은 기억을 추억하는 것은 어떨까.
김광협은 1965년 동아일보 신촌문예에 시 '강설기'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이후 1970년 첫 시집 '강설기'를 시작으로 6권의 시집과 2권의 번역시집을 발표하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평론 '관심 끄는 한국적 소재, 문학(신동아1966)', '단일소재와 시 표현의 다양성(현대문학1976)' 등 창작과 이론에 두루 관심을 가져왔다.
출처 : 마음건강 길